섬김의 사랑, 구원의 사랑-2015.7.25. 토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l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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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25. 토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2코린4,7-15 마태20,20-28


                                                                  섬김의 사랑, 구원의 사랑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약하고 부족한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예수님의 생명이란 보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생명은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예수님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갈수록 풍성한 예수님의 생명입니다. 참 역설적인 것이 예수님의 죽음과 예수님의 생명입니다. 


“우리는 온갖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딛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2코린4,8-10).


아, 죽음을 통해 생명으로, 이것이 바로 파스카의 삶, 순교적 삶입니다. 사도들의 삶만이 아니라 진정 믿는 이들의 삶이 이러합니다. 어떤 환경중에도 한결같이 항구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만 결국 드러나는 것은 예수님의 생명,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죽음의 길이 생명의 길입니다. 죽음과 생명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비오는 어둔 날, 환한 얼굴의 해바라기를 보며 써놓은 ‘해바라기 사랑’이란 시를 나눕니다.


-해바라기/닮고 싶은 꽃

 밤에도/이렇게/비오는 날도

 늘 깨어있어

 그 넘어/보이지 않는/햇님을 바라보기에

 햇님을 닮아

 늘/크고/둥근/환한 얼굴

 깊디/깊은 사랑/해바라기 사랑

 주변이 환하다-


이런 ‘해바라기 사랑’으로 ‘주바라기’가 되어 살아가는 이가 성인입니다. 어떤 환경중에도 늘 주님을 바라보기에, 늘 주님의 생명으로 충만해 있기에 백절불굴의 생명력이요 사랑의 힘입니다. 죽을 질그릇 같은 육신에서 들어나는 예수님의 생명,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어제 읽은 어느 신자 교수와 동방수도승과의 대화도 생각이 납니다.


-나는 우리 존재의 목표를 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윤리적 인간이 되는 것, 사회적으로 잘 조정된 사람이, 잘 균형잡힌 인격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교회가 할 모두라 생각한다.-


이에 대한 동방수도승의 대답이 참으로 신선하고 고무적입니다.


“아니다. 그것만은 아니다. 이런 경건한 개념은 교회의 본질적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오해다. 교회가 주로 가르치는 것은 인간 영혼이 그리스도화 되는 것, 성인이 되는 것, 하느님과 일치되는 것이다. 궁극의 목표는 하늘 아버지가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 하느님과 하나되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신 것은 우리가 좋은 동료가 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적절히 처신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서 의로운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분이 세상에 오신 것은 우리에게 자신을 주기 위함이다. 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이 거룩한 미사에서 이런 그리스도의 모습이 그대로 입증됩니다. 섬김의 삶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구원의 사랑입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20,26-28)


위에서의 군림, 통치, 지배가 아니라 형제들을 섬기라는 것입니다. 섬김의 사랑이 바로 파스카의 사랑, 구원의 사랑입니다. 수도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자리가 바로 섬김의 배움터입니다. 주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라 세상에 파견된 우리들이요 섬김의 삶을 통해 깊어지는 주님과의 일치입니다. ‘우리안에서는 죽음이 약동하고 여러분에게서는 생명이 약동합니다.’라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에서 섬김의 삶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닮아 섬김의 삶에 항구할 수 있게 하십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시편126,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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