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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5.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요나1,1-2,1.11 루카10,25-37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세가지 깨달음-


사제가, 수도자가 되기 이전에 사람이 되라는 말이 있습니다. 토마스 머튼에 관한 평도 생각납니다. ‘그는 가톨릭 신자 이전에 그리스도교인이었고, 그리스도교인 이전에 종교인이었고. 종교인 이전에 인간이었다.’ 불가에서 간혹 인용되던 말도 생각이 납니다. ‘사람못된게 중되고, 중못된게 수좌되고, 수좌못된게 부처된다.’ 평범한 말 같지만 의미심장합니다. 


사람이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참 재미있는 것이 나이들어 늙어갈수록 위장이나 가면은 다 벗겨지고 본질인 사람만 남는 다는 것입니다. 학식도, 경력도, 학벌도 다 사라지고 ‘좋은 사람인가 착한 사람인가 진실한 사람인가’ 하는 사람 하나만 남는 다는 것입니다. 마치 겨울되어 나뭇잎들 다 떨어지고 본질의 나뭇가지만 남는 것과 비슷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며 떠오른 생각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흡사 사람됨의 ‘하느님 시험장’ 같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지만 하느님은 보십니다.


예리고에서 예루살렘 도상에서 강도를 만나 초죽음이 된 유대인이 바로 시험문제입니다. 누구보다 사랑을 실천하리라 기대되었던 레위인도 사제도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림’으로 사람됨의 시험에 불합격했습니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놀랍게도 유대인들의 무시를 받았던 이방의 어떤 사마리아인 여행객만이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온갖 정성을 다해 치료해 줍니다. 가엾은 마음의 측은지심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비로소 참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유일하게 사람됨의 시험에 합격한 이는 사마리아인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복음은 우리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복음은 우리를 향해 ‘너는 어느 사람에 속하는가?’ 묻습니다. 


오늘 요나서도 재미있습니다. 성경에서 가장 해학적이고 유모러스한 이야기책입니다. 요나의 인물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호감이 갑니다. 미숙한 요나를 통해서 바로 우리 자신을 발견합니다. 저는 오늘 복음과 독서를 통해 세가지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첫째,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다는 진리입니다.

하여 어느 사막교부는 ‘하느님이 계신 곳을 찾지 말고, 하느님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어디나 하느님 계신 성지인데, 여기 성지를 놔두고 새삼 밖으로의 잦은 성지순례도 참 우스꽝스럽습니다. 주님을 피하여 타르시스로 도주하던 요나는 결국 하느님의 포로가 되고 맙니다. 시편의 말씀도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얼을 떠나 어디로 가오리까. 당신 얼굴 피해갈 곳 어디리이까. 

 하늘로 올라가도, 거기 주는 계시옵고, 지옥으로 내려가도 거기 또한 계시나이다.“(시편139,7-8).


아마 오늘 요나가 통감했을 시편의 진리입니다. 하느님 피해 갈 곳 어디도 없습니다.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엉성한 듯 해도 아무도 놓치지 않습니다. 아무도 하느님의 그물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 하느님 손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다는 사실은 바로 우리 마음이 하느님의 거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내 양심을, 마음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의 미사중 본기도문도 생각이 납니다.


“하느님, 바르고 진실한 마음 안에 머무르시겠다고 하셨으니, 저희에게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하느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이에 근거한 기도가 바로 우리 마음 중심의 하느님께 이르는 향심기도(centering prayer)입니다. 


둘째,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진리입니다.

환상과 착각과 오해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선입견, 편견 모두가 환상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보지 못하게 합니다. 하느님은 환상이나 착각이 없습니다. 하느님을 닮아갈수록 선입견이나 편견도 치유됩니다. 바로 하느님을 닮아 자유로워진 영혼이 참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어느 종파가 독점할 수 없는 모두의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니네베 이방인들 역시 하느님의 구원의 대상이요 이방의 사마리아인도 하느님의 구원의 도구가 됩니다.


놀랍게도 우리의 편견을 깨는 오늘의 복음과 독서입니다. 누구보다 사랑을 실천했어야 할 레위인이나 사제가 아닌 이방의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나 죽어가는 이를 구원했습니다. 도주하던 요나를 싣고 떠나던 배가 하느님이 섭리하신 큰 폭풍에 전복의 위태로운 순간 기도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 요나가 아니라 이방의 선원들이었습니다. 이들 모두가 우리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깹니다. 하느님은 회개한 영혼들의 과거는 불문에 붙이십니다. 더 이상 과거의 선입견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살 일이 아닙니다.


셋째, 곤경중에 있는 이들이 무조건 우리가 도와야 할 이웃이라는 진리입니다. 오늘 율법교사는 삶의 절실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바로 신학자의 사변을 보는 것 같습니다. ‘누가 나의 이웃입니까?’ 사변적인, 나를 중심에 둔 이웃과 거리를 둔 질문입니다. 나와 친한 이들의 나의 이웃일터이니 답은 뻔합니다. 


예수님의 예화를 드는 교육방법이 참 절묘합니다. '나 중심'에서 곤경중에 있는 이를 '이웃의 중심'에 세웁니다. 누가 나의 이웃인가 물을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구의 이웃이 되어야 하는가 발상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예수님의 단도직입적 답입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바로 광주에 소재한 ‘천주의 성 요한 의료봉사 수도회’의 모토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부질없는 신학적 논쟁을 그치고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중에 있는 이들의 이웃이 되어주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의 진정성 넘치는 이웃사랑이 감동을 주고 우리를 부끄럽게하며 회개에로 이끕니다. 바로 가까이에서 곤경중에 있는 이웃들을 도우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에는 종족, 인종, 종교, 국가, 사회계급의 장벽이 있을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모범과 권고에 따라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유럽의 그리스도교 국가들이 좋은 본보기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착한 사마리안처럼 우리의 영육을 치유해 주시어 각자의 삶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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