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2.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로마6,19-23 루카12,49-53
하느님의 종
오늘 주님 말씀은 여전히 도전이자 회개의 결단을 요구합니다. 죄의 종으로 살 것이냐 하느님의 종으로 살 것이냐 결단을 요구합니다. 예수님의 예언자적 면모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솔직히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안주를, 도피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타성에서 벗어나 회개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은 시메온이 마리아를 향한 예언입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2,34-35)
참으로 암울한 경고이자 예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예수님 앞에서 둘로 갈라지고, 마리아는 그러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리라는 것입니다. 예수님 당대뿐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요 인류가 존속하는한 계속 반복하여 일어날 현실입니다. 또 예수님의 수난에 대한 예고이기도 하며 피에타의 성모님이 생생한 증거입니다.
마리아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님으로 인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겪었는지요.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세 말씀도 그대로 오늘의 우리를 향해 결단을 촉구합니다.
1,“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과연 주님 사랑의 열정의 불은 여전히 잘 타오르고 있는지요. 여전히 초발심의 열정의 불로 살고 있는지 묻습니다. 말씀의 불은, 회개의 불은, 사랑의 불은 여전히 잘 타오르고 있는지 묻습니다. 주님은 여전히 우리에게 불을 붙이려 오십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마음에 사랑의 불을 놓으십니다. 어제 단풍으로 아름답게 불타오르는 수도원 주변의 경관을 보며 써놓은 시가 생각이 납니다.
-가을되니/이쁘지 않은 것이 없다
나뭇잎들/풀잎들/모두가 이쁘다
만추晩秋의/햇빛 사랑에 갖가지 색깔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만추의 단풍이 상징하는바, 하느님 사랑에 불타오르는 영혼들의 아름다움입니다.
2.“내가 받아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예수님의 깊은 고뇌가 함축된 말씀입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양상이나 정도의 차이일뿐 누구에게나 운명과도 같이 피할 수 없는 받아야 할 세례가, 또 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있는 법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각자의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짓눌리며 살아가야 하는지요.
하루하루 연명하듯 믿음으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그대로 주님의 수난을 함께 하는 듯한 생각도 듭니다. 누구보다도 아드님으로 인해 마음이 짓눌렸을 성모님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느 자매의 주님께 올리는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편지글 일부를 나눕니다.
-주님, 당신 품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모든 이들이 알면 참 좋겠어요.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으니까요. 제 주위에서는 웃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요. 무두가 지쳐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 서민 대출이 있어서 신청을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요. 꼭 환경을 바꾸고 싶어요. 지하에 있으니 햇빛도 바람도 그리워요. 사람 구실하며 살고 싶어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사업들을 하다보니 형편들이 몹시 어려워요.
당신은 우리를 내셨고 천상의사이시니 내적상처도 모두 고쳐주세요. 저는 주님의 자비에 의탁합니다. 이런 모습의 저를 받아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당신이 많이 그립습니다. 이 눈물을 당신은 아시지요.-
끊임없이 짓누르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처럼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하느님 향한 열렬한 사랑과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기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자매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하느님 믿음의 끈을 꼭 붙잡고 살아가는지요.
3.“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주님은 거짓 평화를 깨고 참 평화를 주러 오셨습니다. 값싼 은총이 없듯이 값싼 평화도 없습니다. 얼마나 값싼 거짓 평화가 만연된 세상인지요. 주님은 이런 세상에 분열을 일으키심으로 거짓 평화를 탄로시키고 참 평화를 주러 오셨습니다.
이런 내외적 분열의 아픔을 통해 정화되어 보석같은 참 평화의 선물입니다. 아무도 앗아갈 수 없는 평화입니다. 분열의 시련과 고통을 통해 얻은 참 평화의 열매입니다. 바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이런 참 평화를 선물하십니다. 로마서의 바오로 역시 우리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죄의 종이 아닌 하느님의 종이 되어 살 것을 촉구합니다.
“죄의 종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끝은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종이 되어 얻은 소득은 성화聖化로 이끌어 주며 그 끝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죄가 주는 품삯은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은사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받는 영원한 생명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종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십니다. 하여 현실의 짓누르는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행복을 선택하여 자유롭고 기쁘게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시편40,5ㄱㄴ).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