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통한 율법의 완성-2016.3.2. 사순 제3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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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2.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신명4,1.5-9 마태5,17-19


                                                                사랑을 통한 율법의 완성


율법을 모두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랑입니다.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기에 율법에는 크고 작은 것의 비교가 무의미합니다. 도대체 버릴 율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모든 율법을 사랑할 것이고 또 지키려 노력할 것입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마음 깊이 영원히 새겨져 있어야 할 사랑의 율법이요 율법의 사랑입니다. 모든 율법이 하느님 사랑의 표현일진 데 영원한 율법입니다. 율법의 완성은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사랑할 때 비로소 모든 율법이 생명의 빛을 발합니다. 그러니 계명들 가운데 작다고 소홀히 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영성생활도 애매하거나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구체적 율법이나 계명을 사랑으로 지켜 나갈 때 비로소 영적성장도 가능합니다. 불가의 계戒, 정定, 혜慧의 삼학(三學)의 우선 순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성생활의 기초는 계율과 율법의 준수에서 시작됨을 봅니다. 사랑을 담아 계율戒律을 충실히 준수 할 때 마음의 안정安定이요 여기서 샘솟는 지혜智慧라는 것입니다. 


하여 주님은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 사람이라 불릴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비단 율법이나 계명뿐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수행修行 역시 깊이 들여다 보면 모두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문자 그대로 지키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 끊임없이 사랑으로 우리 마음을 채우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요 사랑을 통한 율법의 실천만이 율법의 완성에 이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이어 6개의 대당명제가 나오는데 율법의 완성에 사랑이 얼마나 본질적인지 잘 보여줍니다. 마태복음의 예수님처럼 신명기의 모세 역시 이스라엘이 규정과 법규들을 준수할 것을 명령하십니다.


“보아라, 나는 주 나의 하느님께서 나에게 명령하신 대로 규정과 법규들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었다. 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그리하면 모든 민족들이 너희의 지혜와 슬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대로 오늘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당신을 사랑하여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천 대에 이르기까지 사랑으로 맺은 계약을 한결같이 지켜주시는 신실하신 하느님이십니다. 계명과 율법의 준수를 통해 기본에 충실할 때 환히 드러나는 주님의 지혜와 슬기입니다. 사실 우리가 부를 때 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주 우리 하느님 같은 분이 어디 있습니까? 또 우리들처럼 좋은 계명과 말씀들을 가진 위대한 종교가 어디 있습니까? 그대로 우리 가톨릭 교회를 두고 하는 말씀 같습니다.


영성생활의 성패는 기억에 달렸습니다. 끊임없이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 우리가 귀로 들은 것들을 또 눈으로 본 것들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매일의 성무일도와 미사를 통해 듣고 본 것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여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요 평생 우리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수행의 요체입니다.


하여 평생 매일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바치는 전례기도요 사랑의 수행입니다. 수행중의 수행이 ‘몸의 수행’이라 생각합니다. 어제의 은혜로운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미사 중 문득 묵묵히 평생 나를 섬겨온 몸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는지 몸에 대한 고마움을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몸의 요구를 귀기울여 듣고, 몸도 챙기고 돌보고 달래야 함을 깨닫습니다. 물론 몸에 대한 집착과는 다른 몸에 대한 건강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몸이 있어 수행도 기도도 영성생활도 가능합니다. 지금까지는 몸이 나를 섬겼는데 이제부터는 몸도 섬기는 마음으로 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생 ‘섬김의 영성’을 살아온 몸이요 죽어 화장하면 무無로 돌아갈 ‘무無의 영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몸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의 사랑으로 우리 모두 율법의 완성에 이르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 저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치시니, 당신 얼굴 뵈오며 기쁨에 넘치리이다.”(시편16,11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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