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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13. 부활 제7주간 금요일                                                                        사도25,13ㄴ-21 요한21,15-19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오늘 복음은 부활한 예수님과 시몬 베드로의 특별 대담입니다. 후반부에는 베드로의 순교가 일종의 사후死後 예언형식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유난히 마음에 와 닿은 단어가 슬픔이었습니다. 바로 다음 대목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세 번이나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물으시므로 슬퍼하며 대답하였다.’


부활한 예수님과의 만남이라지만 웬지 어두운 분위기로 비장한 느낌까지 듭니다. 세 번씩이나 베드로에게 사랑의 확인을 받으신 데서 당신처럼 순교의 길을 가게 될 수제자의 운명에 대한 예수님의 애틋한 사랑의 슬픔도 감지됩니다. 


슬픔 역시 사랑의 표현입니다. 베드로의 주님 사랑의 진정성이 환히 드러납니다. 세 번이나 주님을 배반했던 아픈 후회의 기억이 회개하는 마음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베드로의 주님 사랑도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이런 사랑의 슬픔은 언젠가는 기쁨으로 바뀔 슬픔입니다. 이런 주님 사랑에 따른 슬픔은 역설적으로 살아갈 힘이 됩니다. 사실 주님을 사랑하여 따르다가 생긴 아픔이요 병이요 죽음이라면 그 자체가 은총입니다. 하여 주님은 시몬 베드로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해 묻습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오늘 복음을 대할 때면 늘 택하는 강론 제목입니다. 우리의 모두가 담긴 질문이요 이보다 중요한 질문도 없습니다. 주님 사랑은 우리 ‘삶의 의미’이자 ‘삶의 원동력’입니다. 평생 화두로 삼아 자문하면서 내 주님 사랑을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하여 분도 성인도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성규4,21) 강조하십니다. 


사랑은 감상感傷이나 명사名詞가 아니라 삶이자 동사動詞입니다. 세 번씩이나 베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주님의 세 번 당부가 대동소이합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베드로뿐 아니라 우리 역시 주님의 양들인 형제들을 돌보고 배려하는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랑은 감상이나 낭만이 아니라 항구한 의지적 실천의 순교적 사랑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할 것인지 암시하신 후 지체없이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라.”


부활한 예수님은 이제 베드로에게 당신을 추종할 것을 명령하십니다. 주님을 추종함으로 입증되는 사랑입니다. 새삼 주님은 우리의 운명이자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이 추종은 예수님의 운명에까지 동참하는 죽음의 추종입니다. 나름대로 주님을 위한 순교적 사랑의 삶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얼마전 써놓은 고백같은 글도 생각납니다.


-추호의/후회도/아쉬움도 없다

아무도/부러워하지도 탓하지도 않는다

감사한다/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한다

다시 살아도/이렇게 살 수뿐이 없을 것이다.-


베드로는 목자로서 양들을 위해 ‘착한 목자’처럼 목숨까지 희생하지만 그것은 양들을 위한 죽음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주님께 순종하는 봉사로서의 죽음입니다. 양들을 돌보는 사랑과 주님을 따르는 사랑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 추종의 항구하고 충실한 사랑은 주님의 양들인 형제들을 돌보는 사랑으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이 베드로라면 오늘 사도행전 독서의 주인공은 바오로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양대 기둥인 두 사도입니다. 복음처럼 오늘 독서의 분위기에서도 이미 바오로의 죽음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루가복음의 주님 말씀대로 전개되는 바오로의 운명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루카21,12).


그대로 바오로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지금은 예루살렘에서 후에는 로마의 황제 앞에서 시련을 겪게 될 바오로입니다. 베드로와 똑같이 항구히 충실히 주님을 사랑하며 따르다 순교한 바오로의 삶 역시 우리를 분발케 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항구하고 충실히 당신을 사랑하고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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