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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7.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1코린7,25-31 루카6,20-26


                                                                                 종말론적 삶의 축복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하루하루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깨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사는 것이 바로 종말론적 역동적 삶입니다.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말씀도 바로 환상없이 지금 여기서 깨어 종말론적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종말론적 삶의 축복-처음이자 마지막처럼-’으로 정했습니다. 하루하루의 미사가 바로 종말론적 삶의 좋은 표징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하루하루의 미사에 온 정성을 다할 때 그대로 기쁨과 희망 넘치는 종말론적 삶의 실현입니다. 종말론적 기쁨, 종말론적 희망, 종말론적 자유이니 참 기쁨과 희망, 자유도 하느님 주신 종말론적 삶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물론 바오로나 초대교회 신자들은 세상이 얼마 안 남았다는 구체적 종말의 분위기에서 사셨습니다. 종말이 지체되면서 주님 재림의 그 날과 그 시간은 모르니 깨어 있어라는 말씀이 나온 것입니다. 주님 재림의 그날은 오늘 날 역시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여전히 종말론적 깨어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이나 독서의 이해도 이런 종말론적 관점에서 보면 확연해 집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 너희는 배부르게 될 것이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면, 그리고 사람의 아들 때문에 너희를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며, 너희는 행복하다.”


바로 오늘 지금 고난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선언하는 주님이십니다. 물론 행복의 원천은 하느님이십니다. 종말 축복을 앞당겨 살기 때문에 이런 고통 중에도 하느님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이며 기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아라. 보라, 너희가 받을 상이 크다”


종말론적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 기뻐하고 뛰놀아야 합니다. 이런 이들이 정말 살 줄 아는 이들입니다. 바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희망이, 기쁨이 현재의 종말론적 삶에서 오는 고통을 참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반면 불행선언은 우리 모두의 회개를, 가난하고 굶주리고 우는 이들과의 연대를 촉구합니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너희는 이미 위로를 받았다.”

“불행하여라, 너희 지금 배부른 사람들! 너희는 굶주리게 될 것이다.”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 너희는 슬퍼하며 울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사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그대로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행복선언과 밀접한 짝을 이루는 불행선언은 저주도, 형벌의 선고도 아니라, 탄식이며 경고입니다. 회개悔改하라는 엄중한 부르심입니다. 과연 행복선언과 불행선언중 우리는 어디에 해당되는 지요. 바오로 사도가 종말론적 삶의 방법을 밝히 보여 줍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카이로스’의 때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질적으로 특별히 규정된 시간, 주님 재림까지의 시간을 뜻합니다. 목적지에 다 다다랐음을 뜻하는 매우 생생한 표상입니다. 


‘-없는 사람처럼’, ‘-않는 사람처럼’ 살아가라는 말씀은 무관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으라는 말씀이요, 부수적인 것들로 인해 본질적인 것을 잃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감정의 동요를 억제하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바오로는 오히려 기뻐하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울라고 적극적으로 가르칩니다. 바로 종말 완성에 대한 희망이 우리에게 현실의 고난을 견디어낼 힘을 줄뿐만 아니라 현재 누리는 즐거움에 도취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바로 위의 말씀은 하느님의 다스림이 궁극적으로 실현되는 종말로부터 거꾸로 조명하며 현재를 살아가라는 권면勸勉입니다. 괴로운 현실에 눈감고 환상적인 미래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하느님의 위대한 권능이 결정적으로 드러날 미래의 종말에 대한 희망을 지니고, 현실을 직시하며 굳세게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현재의 온갖 근심걱정에 파묻혀 자포자기하거나 일시적 기쁨에 취하여 그것이 전부인양 살아가지 말라는 경계의 말씀입니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깨어 맑고 밝게, 기쁘게 온갖 환상과 집착에서 벗어나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 바로 종말 축복의 자유요 행복이요 기쁨이요 희망입니다. 


바로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매일 봉헌하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런 종말론적 축복의 삶을 살게 합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보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루카6,2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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