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수행자-빛 속에 머무르는 삶-2016.12.29. 목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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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9. 목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1요한2,3-11 루카2,22-35



사랑의 수행자

-빛 속에 머무르는 삶-



어른이 되기 참 어려운 시대입니다. 노인은 많아도 어른은 드물다는 말도 이미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는 말입니다. 하여 요즘은 ‘노인’보다는 ‘어르신’이란 표현을 선호합니다. ‘노인’이 나이에 치중한 언어 표현이라면, '어르신'은 살아온 연륜을 중시한 표현입니다. 


고령화 시대입니다. 앞으로 인구 역시 노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인구분포는 피라미드의 삼각형 형태에서 항아리형으로 그리고 50년 후에는 역삼각형 형태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 10명 중 4명꼴로 많아진다 합니다. 좌우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대한민국입니다.


노인들이 분발할 시대에 돌입했음을 뜻합니다. ‘영원한 현역’으로 살면서 젊은이들이 웅지雄志를 펼칠 수 있도록 지혜롭고 자비로운 넉넉한 배경의 산山같은 어른들로 늙어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불가의 절에서 중요한 두 자산이 노승老僧이요 노목老木이라 합니다. 잘 늙은 노승은 노목과 함께 보이지 않는 가르침이 되고 절의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여 제가 절은 물론 어디를 찾든 둘러 보는 것이 잘 늙은 노목이요 노인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인 시메온이 참 아름다운 노인의 전형입니다. 시메온을 묵상하던중 저절로 떠오른 기도같은 시입니다.


-주님

 당신의 넉넉하고 따뜻한 

 품이

 배경背景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이

 그런 마음을 주셨습니다.

 주님

 도와 주십시오-


공동체의 넉넉하고 따뜻한 품이자 배경같이 느껴지는 시메온 노인입니다. 시메온에 대한 다음 묘사를 통해 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의 위로 받을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로 계신’ 참 아름답고 거룩한 어른 시메온의 모습입니다. 마침내 고대하던 탄생하신 구원자 아기 예수님을 안고 드리는 아름다운 찬미는 시메온의 전삶을 요약합니다. 우리 교회가 끝기도때마다 하루를 마감하며 바치는 그 유명한 시메온의 노래입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찬미의 수행자, 시메온은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 구원자 예수님을 팔에 안고 감격에 벅차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한평생 의롭고 독실하게 살았던 시메온에게 주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입니다. 그렇다면 시메온처럼 의롭고 독실하게 살 수 있는 구체적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제1독서에서 요한 사도가 답을 줍니다. 바로 사랑의 계명 준수입니다.


“‘나는 그분을 안다.’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분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구구절절 공감이 갑니다. 추상적 진리가 아니라 ‘사랑의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비상한 계명이 아니라 평범한 형제 사랑의 계명입니다. 사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어둠 속에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탐욕과 질투만이 아니라 미움도 우리를 눈멀게 하여 어둠 속에 머물게 합니다. 참으로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평범한 형제 사랑이 어둠에서 벗어나 빛 속에서 살게 하며 걸림돌도 저절로 사라집니다. 하여 우리 인생은 졸업이 없는, 죽어야 졸업인 ‘사랑의 학교’라 명명할 수 있습니다. 배우고 배워도 영원한 초보자 사랑을 깨닫기에 겸손한 학인學人인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비상한 사랑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 공감의 사랑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우리의 모든 수행도 사랑으로 수렴됩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사랑의 수행자로 살아갈 때 시메온 같은 아름답고 거룩한 노후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형제 사랑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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