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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7.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사도2,14ㄱ.36-41 1베드2,20ㄴ-25 요한10,1-10



“누가 어진 참 목자牧者입니까?”



마침 착한목자주일을 맞이하여, 20년전 이맘때즘 한창 풋열심일 때 써놓은 ‘옹달샘’이란 시를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누가 뭐래도/하늘이 무너져도/나/불암산의 옹달샘으로/머물으리라

 확장도/개발도/홍보도/그 무슨 인위의 장식도/없이

 자연 그대로의/옹달샘으로/나/머물으리라

 임 안에/숨어사는/옹달샘으로/나/머물으리라

 목마른 이들에게/샘솟는/물이 되리라.-1997.4.3


어쩌면 시의 예언처럼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오늘 부활 제4주일은 생명주일이자 성소주일입니다. 모두가 하느님께 불림받은 성소자들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사제, 수도자, 선교사 성소의 증진을 위해 기도하는 주일입니다. 또 흔히 오늘은 예로부터 착한목자 주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을 면담하다 보면 참 어려운 처지의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착한목자의 출현이 참으로 절실한 시절입니다. 목자없어 혼란중에 방황하는 형제들이 곳곳에 너무 많습니다.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의 현실이 참 엄중합니다. 정말 착하고 유능한, 국민들을 잘 돌보고 섬기는 어진목자같은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모 대선후보는 ‘선거는 간절함의 싸움’이라 했는데, 목자들의 우선적 자질 역시 형제들에 대한 간절한 사랑일 것입니다.


‘착한목자’로서는 웬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착하면서도 유능한, 인자하면서도 슬기로운 ‘어진목자’라는 우리말이 적절하다 생각됩니다. 하여 오늘 강론제목은 ‘누가 어진 참 목자입니까?’로 정했습니다. 


“누가 어진 참 목자입니까?”

사실 사제, 신부라는 호칭보다는 목자라는 호칭이 훨씬 정겹게 느껴집니다. 하느님이, 예수님의 어진목자이십니다. 이런 하느님을 그대로 닮은 예수님이야말로 우리의 영원한 참 목자이십니다. 


이런 어진 참 목자 예수님을 닮기위해 평생토록 항구히, 충실히 노력하는 자가 어진 참 목자입니다. 어진목자의 영성은 사제뿐 아니라, 부모를 포함하여 모든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누가 예수님을 닮은 어진 참 목자이겠습니까?


첫째, 하느님을 온마음으로 사랑하는 목자입니다.

하느님이야 말로 어진 참 목자의 모델입니다. 방금부른 화답송 후렴에 이은 시편 23장은 언제 불러도 한없는 위로와 평화를 줍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파아란 풀밭에 이몸 뉘어주시고

 고이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주시니/내 영혼 싱싱하게 생기돋아라.

 주께서 당신 이름 위하여/곧은 살 지름길로 날 인도하셨어라.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해도/당신함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나이다.-


방금부른 화답송 시편 23장 1-4절까지 내용입니다. 이런 주님을 닮은 이가 진정 어진 참 목자입니다. 어떻게 이런 주님을 닮을 수 있겠습니까? 주님을 온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할 때 기도입니다. 기도는 사랑입니다. 항구히 하느님을 사랑하여 기도할 때 주님을 닮아 어진목자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끊임없이 회개하는 목자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베드로와 열한사도의 오순절 설교를 들은 이들은 마음이 찔려서 이구동성으로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묻습니다. 참으로 간절하고 절실한 물음입니다. “회개하십시오.” 사도들의 답은 이 하나였습니다.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와야 용서도 받고 성령도 선물로 받습니다. 끊임없는 기도에 이어, 끊임없는 회개가 하느님을 닮은 어진 참 목자로 만들어 줍니다. 누구도 여기서 제외될 자 없습니다. 끊임없이 회개와 더불어 마음의 순수와 열정이요, 온유와 겸손, 평화와 기쁨의 하느님 선물입니다. 


셋째, 형제들을 아는 목자입니다.

“나는 착한목자이니,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잘 아는도다. 알렐루야”

오늘 아침성무일도 즈가리야의 노래 후렴이었습니다. 사랑할 때 압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알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만큼 알고 아는만큼 보입니다. 어진 참 목자 주님은 누구보다 당신 양들인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를 아시고, 우리 역시 주님을 사랑할수록 어진목자 주님을 알게 되어 그 일치의 연대감 역시 날로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어진 참 목자 주님을 닮고 싶습니까? 사랑하십시오. 어진 참 목자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양들인 형제자매들을 깨끗한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해야 주님을, 형제들을 알 수 있고, 하여 어진 참 목자가 되어 살 수 있습니다.


넷째, 형제들을 섬기는 목자입니다.

군림하고 다스리는 일방적 목자가 아니라 주님처럼 양들을 섬기는, 양들의 모범이 되어 앞장서 가는 자가 어진목자입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섬기러 오신 어진 참 목자 예수님이십니다.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렇게 양들을 모두 밖으로 이끌어 낸 다음, 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기 때문이다.’(요한10.3ㄴ-4). 


온 정성을 다해 양들을 섬기는, 솔선수범하는 목자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바로 어진 참 목자 주님의 모습이자 그를 닮은 우리 어진 참 목자들의 충실하고 겸손한 모습입니다.


다섯째, 고난을 잘, 끝까지 견뎌내는 목자입니다.

어진목자 그리스도처럼 고난을 잘 견뎌내는 이가 어진 참 목자입니다. 베드로가 고백하는 어진목자 그리스도 예수님의 모습이 참 감동적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고난을 겪으시면서,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라고 우리에게 본보기를 남겨 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모욕을 당하시면서도 모욕으로 갚지 않으시고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위협하시지 않으시고, 의롭게 하시는 분께 당신 자신을 맡기셨습니다.’(1베드2,21ㄴ-23).


‘그분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나무에 달리시어, 죄에서 죽은 우리가 의로움을 위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상처로 우리의 병이 다 나았습니다. 우리가 전에는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었지만, 이제는 우리 영혼의 목자이시며 보호자이신 그분께 돌아왔습니다.’(1베드2,24-25).


참 아름답고 고마우신 우리의 어진 참 목자 그리스도이십니다. 이런 어진 참 목자 그리스도를 닮아 끝까지 고난을 잘 견뎌내는 이들이 어진 참 목자들입니다.


여섯째, 양들의 문이 된 목자입니다.

답답한 벽이 아니라 활짝 열린 문같은 어진 참 목자 예수님이십니다. 주님을 닮아갈 때 벽같은 우리 마음은 활짝 열린 문으로 변합니다. 평화의 문, 기쁨의 문, 희망의 문, 사랑의 문등 끝이없습니다. 어진 목자 예수님의 선언입니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10,9-10).


참목자 예수님은 벽이 없는 온통 문인 분이십니다. 모두에게 활짝 열린 문이십니다. 도둑같은 거짓 목자가 아니라, 생명의 문, 구원의 문이신 어진목자 예수님이십니다. 오늘은 생명주일입니다. 바로 구원의 문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얻는 풍성한 생명임을 깨닫습니다. 참목자 예수님을 닮아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생명의 문, 구원의 문이 된 자가 진정 어진 참 목자들입니다. 예전에 써놓은 '정자같은 사람'이란 시가 생긱이 납니다.


-사방四方 하늘로 /이웃으로/활짝 열려있는

언제나/누구든 /쉬어 갈 수 있는

주님의 집/무아無我의 집/정자亭子같은 사람

넉넉하고 /편안한

넓은 내적공간의/향기로운 사람-


이런 정자 같은 온통 문인 사람이 어진 참 목자 예수님 같은 분입니다. 참으로 닮고 싶은 참목자, 어진목자 예수님이십니다.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 닮아야 할 어진 참 목자 예수님이십니다. 그렇다면 ‘누가 어진 참 목자입니까?’


1.하느님을 온마음으로 사랑하는 목자입니다.

2.끊임없이 회개하는 목자입니다.

3.형제들을 잘 아는 목자입니다.

4.형제들을 잘 섬기는 목자입니다.

5.고난을 잘 잘 견뎌내는 목자입니다.

6.모두에게 활짝 열린 문같은 목자입니다.


그대로 어진 참목자 예수님을 닮은 모습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런 어진 참 목자 예수님을 닮게 하십니다.


“착한목자이신 하느님, 성자의 고귀한 피로 구원하신 양 떼를 인자로이 돌보시고, 하늘의 영원한 풀밭으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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