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의 참 행복한 삶 -사랑의 비움과 나눔-2017.8.10. 목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258)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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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10. 목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258) 축일

2코린9,6-10 요한12,24-26



파스카의 참 행복한 삶

-사랑의 비움과 나눔-



문제는 내 안에 있고 답은 주님 안에 있습니다. 끊임없이 죽고 부활하는 파스카의 삶을 통해 주님과의 일치가 깊어갈 때 참 기쁨, 참 평화, 참 자유의 참 행복한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과 독서가 참 행복의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의 상황이 엄중합니다. 요한복음 12장의 구성을 보면 ‘예수님께 향유를 부은 마리아’, ‘라자로를 죽이려는 음모’, ‘예루살렘 입성’에 이어 바로 오늘 복음은 당신을 찾아온 이방인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죽음을 예고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뒤를 잇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예견한 상황에서 우리 모두의 경각심을 일깨우십니다. 당신을 믿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길을 보여 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바로 이런 예수님의 삶을 고스란히 사셨던 성인이 오늘 순교 축일을 지내는 성 라우렌시오입니다. 예수님의 평생 삶이 땅에 떨어져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삶이셨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의 삶은 더욱 그러합니다. 


세세대대 영원히 계속되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풍요로운 은총의 열매들이 아닙니까? 오늘도 주님은 우리 모두 세상 땅에 떨어져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의 삶을 살라고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밀알의 성체로 오십니다.


바오로의 말씀대로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신 주님이 사시는 것입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중심의 삶’을 사는 이요,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궁극의 사랑을 주님께 두는 ‘주님 중심의 삶’을 사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자 우리 삶의 의미입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모두이자 존재이유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주님을 섬기는 일이 바로 우리가 진정 할 일입니다. 하여 분도수도공동체뿐 아니라 믿는 이들의 공동체 역시 주님을 섬기는 학원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섬기는 이들은 주님을 따릅니다. 주님을 섬겨 따르는 이들은 늘 주님과 함께 있습니다. 주님은 바로 여기 섬김의 삶을 사는 이들과 영원히 함께 하십니다. 


주님을 섬기며 따르는 이들은 끊임없이 죽어 사는 파스카의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버리고 비움으로 충만한 생명을 사는 이들입니다. 예수님은 부요하셨지만 우리를 부요케 하시고자 당신을 비워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예수님의 가난은 우리의 부요함이 되었습니다. 이런 부요함에 머물러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우리를 나눠 비우는 파스카의 삶을 통해 깊어지는 주님과 일치의 충만한 삶입니다.


바로 바오로 사도가 파스카의 삶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교회 신도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삶을 촉구합니다. 옛 초등학교 교사시절 제자들에게 무수히 선물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감동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파스카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책입니다. 가난한 예루살렘교회를 위한 모금활동을 펼치며 코린토교회에서 하신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자발적 사랑의 나눔 활동 또한 주님을 섬기는 일입니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 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저마다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가진 것이 없어 나눌 수 없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나름대로 하느님의 무한한 선물을 지닌 우리들입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어 사랑의 눈만 열리면 나눌 것은 끝이 없습니다. 다정한 말, 따뜻한 미소와 표정, 사랑어린 눈길, 손길 등 끝이 없습니다. 결국 나를 통해 주님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크고 중요한 나눔은 ‘존재의 나눔’입니다. 


이런 진정성 가득한 나눔이 그대로 자기를 비워 부요케 하는 파스카의 삶, 영원한 삶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9장 마지막 구절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새삼 우리는 내 것이 아니라 주님 선물을 나누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다 하느님께 받은 사랑의 선물인데 내 것이 어디 있나요. 


하느님은 기쁘게 나누는 이를,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나눔의 기쁨을 능가할 수 있는 기쁨은 없습니다. 버리고 비움의 구체적 실현은 사랑의 나눔을 통해 이루어 집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나눔의 기쁨으로 충만한 파스카의 행복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잘되리라, 후하게 꾸어 주고, 자기 일을 바르게 처리하는 이! 그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으리니, 영원히 의인으로 기억되리라.”(시편112,5-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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