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29. 화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예레1,17-19 마르6,17-29



항구한 믿음의 여정

-정주定住의 영성-



오래 살고 짧게 살고와는 무관하게 세례자 요한처럼 믿음의 여정에 항구한 삶이 감동을 줍니다. 억울한 순교의 죽음같지만 영원한 삶을 사시는 성인으로 여전히 오늘도 불의한 세상을 심판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을 보십시오. 완전히 악의 어둠 가득한 장면 한가운데 빛같은 세례자 요한의 존재자체가 모두를  심판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만일 세례자 요한이 없었다면 선과 악을, 진리와 거짓을 분별할 수 없는 온통 어둠 가득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정의와 진리에 따라 용기있게 여러 차례 직언할 수 있었던 것도 항구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헤로데는 이런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여 보호해 주었고 그의 조언도 기꺼이 듣곤 합니다. 그러나 경박하고 우유부단한 헤로데였기에 헤로디아의 유혹에 빠져 마침내 세례자 요한을 죽게 만듭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은 없습니다. 인간적 시야로 보면 악의 승리같지만 하느님의 시야로 보면 궁극의 승리는 하느님께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이 아니라 항구한 믿음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두려움 자체가 적입니다. 두려움의 어둠을 몰아내는 믿음의 빛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악의 한복판같은 세상에서도 진리와 정의의 삶에 항구할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 중심의 믿음에 항구했기 때문임을 봅니다.


저는 이를 일컬어 정주의 믿음, 정주의 힘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분도회의 첫째 서원 ‘정주’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영원한 정주처이십니다. 정주는 시류에 휘말리지 않고 언제나 하느님 주신 제자리에서 항구하고 한결같은 믿음의 자세를 뜻합니다. 하느님 깊이를 향한 부단한 내적여정의 삶이 정주의 삶입니다. 제가 여기서 30년동안 제자리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도 정주의 믿음 덕분입니다. 오늘 여기서 ‘영원한 현재’이신 하느님과 함께 살게 하는 정주의 영성입니다.


하느님 중심 안에 정주의 뿌리가 깊어질수록 안정과 평화이지만 정주의 뿌리가 약하면 불안과 두려움으로 방황彷徨하고 표류漂流하는 삶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순교에 이르기까지 악의 세력에 위축됨이 없이 직언하며 항구한 믿음의 자세를 견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정주의 믿음의 뿌리가 깊었기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제1독서에서 당신 안에서 정주의 삶에 항구한 예레미야에게 도움을 약속하십니다.


“오늘 내가 너를 요새 성읍으로, 쇠기둥과 청동 벽으로 만들어 온 땅에 맞서게 하고, 유다의 임금들과 대신들과 사제들과 나라 백성에게 맞서게 하겠다.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오늘’ 세상 한복판에서 영적전투를 수행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제자리의 정주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주님의 도움입니다. 하느님이 함께 해주시기에 천하무적天下無敵의 정주의 삶입니다. 일당백一當百의 위력이 바로 정주의 힘, 정주의 믿음입니다. 


정주의 힘은 바로 믿음의 힘, 하느님의 힘을 상징합니다. 바로 이런 믿음으로 순교함으로 하느님의 영원한 승리에 참여한 세례자 요한은 물론 모든 순교성인들입니다. 바로 이런 순교적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오늘 복음 환호송입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저에게 항구한 정주의 표지는 요셉수도원 배경의 언제나 그 자리의 불암산과 언제나 하늘 향한 푸르른 나무들입니다. 초창기 풋열심 한창일 때 제 삶의 위기를 겪을 때 마다 되뇌이며 전의戰意를 새롭게 한 ‘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난 안 떠난다.’ 말마디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분도 규칙 머리말 마지막 장엄한 구절이 정주 영성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주의 가르침에서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교훈을 항구히 지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 끼어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되도록 하자.”(성규, 머리50).


자발적 기쁨의 '살아있는 순교의 삶'이 정주의 삶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제자리의 영적전투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끝으로 수도원 설립 25주년 기념감사제때 낭송했던 제 좌우명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첫째 연을 나눔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定住)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1년생 작은 나무가 

이제는 25년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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