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1. 토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7-397) 축일

이사61,1-3ㄹ 마태25,31-40



최후의 심판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오늘은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축일입니다. 본당에서는 의무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만 우리 분도수도원에서는 축일미사를 봉헌합니다. 서방 수도승 주교로서의 중요한 역할 때문입니다. 하여 독서도 화답송도 복음도 축일 고유의 것입니다. 화답송 후렴을 보는 순간 참 반가웠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시편89,2ㄱ).


사제서품 미사중 화답송 후렴과도 일치합니다. 산책중 가장 많이 끊임없는 기도 노래로 바치는 시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구체적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의 진정성은 이웃 사랑으로 검증됩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 말씀은 예수님의 평생 사명을 요약합니다. 공생애가 시작될 때 예수님 친히 인용하신 출사표出師表와도 같은 말씀(루카4,18-19)입니다. 언제 들어도 가슴 뛰게 하는 이사야서 주님의 말씀을 전부 인용합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주님의 은혜의 해/우리 하느님의 응보의 날을 선포하고

 슬퍼하는 이들을 모두 위로하게 하셨다.

 시온에서 슬퍼하는 이들에게/재 대신 기쁨의 화관을

 슬픔대신 기쁨의 기름을/맥풀린 넋대신 축제의 옷을 주게 하셨다.”(이사61,1-3ㄹ).


우리 주님은 이런 분이십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일입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온통 구체적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표현되는 동사입니다. 이사야서 이 말씀대로 평생 사랑에 투신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똑같은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고 자유롭게 하시어 당신 사랑의 종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평생 이렇게 사셨기에 주님은 이웃 사랑의 구체적 실천을 최후심판의 잣대로 삼습니다. 구원받은 의인들에 대한 선고내용입니다.


“너희는 1)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2)내가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으며, 3)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4)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5)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6)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모두 두 손과 두 발을 사용한 구체적 사랑 실천의 동사입니다. 모두 여섯 개 항목인데 과연 몇이나 해당되겠습니까? 여섯 가지 사랑을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고 지내는 날도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사랑 실천에는 끝이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영원한 사랑의 초보자입니다. “언제 저희가 주님을 그렇게 도와 드렸느냐?”고 묻는 의인들에 대한 주님의 답이 또 충격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놀라운 말씀입니다. 우리 신자들 대부분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그 어느 것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종교적 의무, 기도에 주어진 시간, 미사 참석, 성사거행에 대한 일체의 언급도 없습니다. 십계명에 대한 언급도 일체 없습니다. 곤궁중에 있는 가장 작은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주님이십니다. 


이런 작은 이들이 바로 주님의 살아있는 성체입니다. 인내천, 사람이 바로 하늘입니다. 미사시 귀한 성체를 정성껏 모시듯, 이웃을 정성껏 모셔야 이것이 진짜 성체신심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행한 나쁜 일들 때문만 아니라, 해야 할 좋은 일들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심판 받고 추방됩니다. 수동적으로 나쁜 일들을 하지 않아서 구원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좋은 일들을 해야 구원입니다. 


우리가 구원 받는 것은 우리의 구체적 이웃 사랑의 실천에 의해서입니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수행도 이런 이웃 사랑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무가치합니다. 구체적 이웃 사랑이 빠진 자기도취, 자기착각의 모든 수행은 참으로 공허할 뿐 구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상한 사랑 실천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평범한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가까이서부터 곤궁중에 있는 이들을 돕는 사랑의 수행입니다. 


오늘 성 마르티노의 성소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도 이런 충격적 사랑의 체험입니다. 성인이 군인시절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거지를 보는 순간 자신의 외투를 반쪽을 잘라 거지에게 주었고, 그날 밤 꿈 중에 자기 반쪽 외투를 입은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는 것입니다. 마르티노가 거지에게 했던 것은 그대로 예수님께 했던 것임이 드러난 것입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요,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기도하는 예수님이자 동시에 행동하는 예수님이십니다. 기도와 더불어 필히 사랑의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우리가 곤궁중에 있는 이들에게 행하는 사랑은 그대로 예수님께 행하는 사랑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에게 구체적 이웃 사랑을 실천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어, ‘당신 위로와 치유, 해방과 구원의 일꾼’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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