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공동 순례 여정 -버림, 떠남, 따름-2017.11.30. 목요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Nov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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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0. 목요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로마10,9-18 마태4,18-22



내적 공동 순례 여정

-버림, 떠남, 따름-



흡사 우리 수도공동체 형제들의 모습이 오늘 예수님의 부르심에 따라 나선 제자들 공동체 모습같습니다. 한 사람만 부른 것이 아닙니다.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시다가 어부 베드로와 동시에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부르셨고, 이어 어부 형제인 야고보와 요한을 부르셨습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갈릴래아 호수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셨고 또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부르십니다. 평생 계속되는 부르심과 응답의 여정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 묵상중 떠오른 아주 짧막한 ‘산과 강’이란 제 자작 애송시를 나눕니다.


“밖으로는 산/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천년만년 임따라 흐르는 강”


혼자가 아닌 더불어의 삶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의 속담도 생각납니다. 밖으로는 산같은 정주의 삶을, 안으로는 임따라 흐르는 강같은 삶을 살아가는 수도공동체 형제들입니다. 그대로 우리의 하느님 찾는 내적여정을 상징합니다. 하여 강론 제목도 ‘내적 공동 순례 여정’이라 칭합니다.


밖으로는 주님 안에 산같은 정주의 삶이지만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주님을 따라나서는 역동적 강같은 삶입니다. 말그대로 주님을 향한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이자 탈출의 여정이요, 떠남의 여정이자 따름의 여정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겐 늘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따라 나선 제자들의 장면이 참 인상적입니다. 참 운명적인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주님은 이들을 보셨을 때 즉시 부르셨고 어부들은 지체없이 모두를 버리고 주님을 따라 나섭니다. 이들의 내적갈망을 한 눈에 알아 채신 주님이시오, 한 눈에 반해 주님을 따라 나선 어부들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들 어부들은 평생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만 잡다가 인생을 마쳤을 것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이 어부들에겐 ‘구원의 출구’였음이 분명합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무의미한 반복의 일상에서 해방되어 주님을 따라 끊임없는 내적여정의 삶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우도 흡사합니다. 주님을 만났기에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는 내적순례여정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질없는 질문이지만 우리가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새삼 주님의 부르심의 은총에 감격하게 됩니다.


주님은 ‘구원의 출구’,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출구가 없다', 얼마나 암담하겠는지요? 구원의 출구, 희망의 출구입니다. 이 거룩한 성전이 상징하는 바 구원의 출구 주님이십니다. 눈만 열리면 어디나 주님이 계신 구원의 출구인데, 이 구원의 출구인 주님을 만나지 못해 평생 삶의 주변만 맴돌며 헤매다가 인생 마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평생 계속되는 구원의 출구, 주님을 따르는 내적여정의 삶입니다.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떠나 주님을 따르는, 버림-떠남-따름이 연속되는 내적여정의 삶입니다. 말그대로 구원의 여정, 파스카의 삶입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복음선포의 사명입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란  말씀대로 주님을 갈망하는 이들을 구원의 출구이신 주님께 안내해야 하는 우리의 복음 선포 사명입니다. 이런 주님을 따르는 내적여정의 공동체 삶 자체가 복음선포의 아름다운 삶입니다.


바오로의 말씀대로 같은 주님께서 모든 사람의 주님으로서, 당신을 받들어 부르며 따르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십니다. 과연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전례를 통해 체험하는 구원의 진리입니다. 다음 말씀은 사도들은 물론 주님을 따라 내적순례여정중인 우리를 향한 말씀같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잠시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 안드레아 사도에 대해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위경 ‘사도 안드레아의 행전’에 의하면 사도는 X자 형태의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하셨다 합니다. 안드레아 사도는 자신이 매달릴 십자가로 X자형 십자가를 선택한 이유는 그리스어로 X는 그리스도라는 단어의 첫글자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형장에 끌려갔을 당시 안드레아는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높이 쳐들면서 “오, 영광의 십자가여! 너를 통하여 우리를 구속하신 주님께서는 지금 나를 부르시는가! 속히 나를 이 세상에서 끌어올려 주님의 곁으로 가게 해 다오” 하며 기쁨에 넘치는 기도를 바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를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상에는 십자가를 든 모습이 많습니다. 성 안드레아 사도는 어부와 생선장수, 그리고 스콧틀랜드와 러시아의 수호성인입니다. 스콧틀랜드의 국기인 푸른 바탕에 x형의 흰색 십자가는 바로 성 안드레아 사도의 십자가를 상징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기쁜 소식을 전하는 아름다운 파스카의 삶에 항구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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