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기서 천국을 삽시다 -광야가 천국이다-2017.12.24. 대림 제4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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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대림 제4주일                                             사무엘하7,1-5.8ㄷ-12.14ㄱ.16 로마16,25-27 루카1,26-38



오늘 여기서 천국을 삽시다

-광야가 천국이다-



끝은 시작입니다. 배밭 전지에 이어 배나무 그루마다 둥그렇게 밑거름을 뿌림으로 배밭농사가 새로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는 바로 광야같은 그 자리가 천국입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은 우리의 기쁨을 고조시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답송 후렴으로 자주 짧은 기도로 바치는 시편구절입니다. 가사도 곡도 은혜롭습니다. 자주 짧은 기도로 바치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사랑’이신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시기, 이제 주님 오실 성탄도 임박했습니다.


얼마전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 모슬포 본당에 대림 특강차 방문했던 2박3일의 은혜로웠던 순례여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제도 강론에 인용하여 나눴지만 절실한 깨달음은 어디나 삶의 본질은 광야라는 것입니다. 외적으로 삭막한 자연환경만 광야가 아니라 도시의 광야라는 말도 있듯이 가까이 함께 살아도 내적으로는 역시 외로운 광야라는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에서 얼마전 나눴던 두 자작시를 다시 나누고 십습니다.


-광야를 사랑하라/광야의 침묵과 고독을 사랑하라

외로워하지 마라/쓸쓸해하지 마라

그 어디나 광야이다/삶의 본질은 광야이다

하느님을 만나야 할/하느님과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야할

하늘 나라 천국天國/바로 그 이름 광야이다.-


‘광야를 사랑하라’는 시입니다. 천국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달으면 바로 광야의 거기 그 자리가 하느님 계신 거룩한 땅 성지이자 하늘나라 천국이라는 것입니다. 광야가 천국이란 역설의 진리를 이미 토마스 머튼도 ‘사막을 사막으로 받아들일 때 사막은 낙원이 된다.’고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이어 생각나는 얼마전 나눴던 ‘문제와 답’이라는 시도 같은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문제도 답도/내안에 있다

싸우지 마라/부질없는 일이다

부단히/자아초월自我超越의 은총으로

주님을 닮아가는 거다

부단히 내적으로/넓어지고/깊어지고/높아지는 거다

주님을 향해 활짝 여는 거다

이것이 답이다/이것이 진정 승리의 길이다/주님의 응답을 받는 길이다-


문제도 답도 내안에 있음을 깨달을 때 바로 거기 그 자리가 하늘나라 천국입니다. 요즘 수도원 게시판에는 성탄을 앞두고 수도공동체가 받은 무수한 성탄 축하 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마침 의정부 교구장님이 보내 주신 진정성 가득 담긴 유일한 친필카드가 좋아 전문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사랑하는 수사님들께 평화! 

성탄축하합니다. 성탄의 기쁨과 은총, 요셉수도원에 가득하기 바랍니다. 요셉수도원의 존재가 우리 의정부교구에 큰 힘과 위안이 됩니다. 오아시스니까요---그리고 쏘시지도 감사합니다. 신부들에게 하나씩 돌아갈 만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아시스’라는 말마디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수도원뿐 아니라 우리 믿는 이들 모두가 사막같은 세상에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로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 바로 광야에서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나자렛 고을의 마리아가 그 모범입니다.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외롭고 쓸쓸한 광야같은 나자렛에서 하늘나라 천국을 살았던 마리아였고 예수님 역시 여기서 태어나셨습니다. 과연 어떻게 광야에서 하늘나라 천국을 살 수 있을 까요? 


바로 오늘 복음의 은혜로운 네 구절이 그 비결을 알려 줍니다. 마리아가 평소 얼마나 주님과 깊은 친교의 삶을 살았는지 단박 깨달을 수 있는 다음 말마디들입니다. 넓이가 아닌 깊이에서 만나는 주님이십니다. 마리아는 바로 믿는 이들의 원형입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내적으로는 마리아입니다.


첫째,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바로 믿는 이들의 신원을 환히 알려줍니다. 주님의 이 말씀을 그대로 믿어 살 때 광야는 천국이 됩니다. 제가 고백성사 보속 처방전 말씀으로 가장 많이 써드리는 말씀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는 그대로 마리아의 이름같습니다. 마리아가 하느님에게서 총애를 입은 그 자체라는 뜻입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아마 마리아에게 이 말씀은 평생 잊지 못할 평생 영적 보약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리아뿐 아니라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가 이런 ‘은총이 가득한 이들’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하느님의 자녀답게 존엄한 품위의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라는 깨달음에서, 또 주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샘솟는 기쁨입니다. 


바로 이런 깨달음이 하느님도 나도 모르는 ‘무지의 병’에는 참 좋은 특효약입니다. 무지란 병의 치유와 더불어 지혜롭고 겸손한 삶입니다. 보십시오. 마리아는 주님 천사의 말에 몹시 놀랐지만 경거망동함이 없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지혜롭고 겸손한 관상가의 진면목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둘째,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마리아 대신 여러분 이름을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두려움보다 큰 영적 장애물은 없습니다. 두려움에 포위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런 우리에게 끊임없이 들려 주시는 주님의 말씀은 ‘두려워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수도원 십자로 중앙의 돌판에 새겨진 주님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 함께 계시기에, 주님의 총애를 받은 우리이기에 ‘두려워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주님 ‘사랑의 빛’에 저절로 사라지는 ‘불안과 두려움의 어둠’입니다. 주님 함께 계시기에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진 광야, 바로 거기가 하늘 나라, 천국입니다. 얼마전 사제서품을 받은 왜관수도원 수도형제의 서품상본 성구도 참 좋았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43,1).


셋째,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바로 이런 믿음이 광야에서 천국을 살게 합니다. 하느님의 전능은 사랑의 전능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믿을 때 좌절하거나 절망함이 없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지 못해 좌절이요 절망입니다. 마리아와 주님 천사와의 대화가 참 은혜롭습니다. 주님 천사는 소상한 설명으로 마리아를 충분히 납득시킨후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로 결론을 맺습니다.


이런 하느님을 믿지 못하기에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에게는 불가능해도 하느님께는 모두가 가능합니다. 우리에게 참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하느님은 모든 불가능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으신 분입니다. 


특히 오늘 제1독서 사무엘 하권의 말씀에서 하느님의 전능함이 잘 드러납니다. 하느님은 나단 천사를 통해 다윗의 무지를 일깨우십니다. 무지에서 기인한 교만과 탐욕입니다. 보십시오. 제1독서 대부분 문장들의 주어 일인칭 ‘나’는 모두 하느님을 가리킵니다. 다윗이 한 일 같지만 온통 하느님께서 다윗을 위해 해주신 일입니다. ‘하느님’이 주어일 때는 겸손과 감사이지만 ‘내’가 주어일 때는 무지와 교만임을 깨닫습니다.


기적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전능하신 사랑의 하느님 덕분입니다. 하느님은 최선, 최상의 당신 방식으로 오늘 여기까지 인도해 주셨습니다.


넷째,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인류역사의 ‘전환점turning point’이 된 마리아의 응답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마리아의 믿음과 사랑이 하나된 전인적 응답입니다. 마침내 하느님의 구원역사가 마리아의 ‘예스yes’ 응답으로 실현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오로 말씀대로 성탄의 신비가 마리아의 믿음의 순종으로 완전히 실현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만날 때 참으로 놀라운 내적 변모입니다. 성서의 사람들은 모두 주님을 만남으로 변모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치유와 위로, 기쁨과 평화를 선물로 받습니다. 온유한 사람, 겸손한 사람, 감사하는 사람으로 변모됩니다. 믿음의 순종이 광야에서 천국을 살게 합니다. 


제1독서의 다윗이 그렇고,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가 그렇고, 오늘 복음의 마리아가 그 대표적입니다. 아니 이런 성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 주님의 은총으로 얼마나 변모되었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끊임없이 주님을 닮은 모습으로 변모되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대림 제4주일 복음의 마리아를 통해 광야에서 천국을 사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1.우리 모두 은총이 가득한 존재임을 깨달아 기쁘게 사는 것입니다.

2.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3.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최선, 최상의 길로 우리를 인도해주셨고, 인도해 주시고,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4.우리는 모두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소원하십시오. 


이렇게 살 때 우리의 광야는 하늘나라 천국으로 변모됩니다.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광야같은 보잘 것 없는 나자렛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광야 세상에서 천국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홀로 지혜로우신 하느님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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