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생 -서로 사랑하여라-2018.5.14.월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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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14.월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사도1,15-17.20-26 요한15,9-17



평생학생

-서로 사랑하여라-



새벽 언뜻 인터넷에서 본 뉴스 제목이 생각납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적폐, 부패 척결 갈 길 멀어---신발끈 조인다.’ 라는 언급입니다. 말마디를 사랑으로 바꿔 ‘사랑 갈 길 멀어---신발끈 조인다.’로 해도 그대로 통합니다.


늘 신발끈을 조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사랑의 여정입니다.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평생 사랑을 배우라 있는 ‘사랑의 학교’가 바로 우리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평생 졸업이 없는, 사랑의 학교에 속한 평생학생인 우리들입니다. 


이런 사랑의 학교인 공동체를 떠나선 새랑을 배울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랑을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공동체에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사랑에는 졸업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랑도 보고 배웁니다. 예수님 역시 아버지로부터 평생 사랑을 보고 배운 평생학생이었음을 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새삼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의 동사임을 깨닫습니다. 막연히 주님 사랑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계명을 지킬 때 비로소 주님 사랑 안에 머물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명을 지켜 주님 사랑 안에 머물 때 충만한 기쁨의 선물입니다. 그렇다면 계명은 무엇입니까?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무 단순자명한 계명입니다. 고백성사 보속 처방전으로 많이 써드리는 구절 중 하나입니다. 계명은 단 하나 ‘서로 사랑하여라’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나를, 아버지를 사랑하라 하지 않고 형제들을 사랑하라 하십니다. 사랑의 기준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입니다. 바로 무조건적 아가페 사랑입니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 집착이 없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위로와 치유의 사랑, 경청하는 사랑, 섬기는 사랑이 바로 보고 배워 실천해야할 주님의 아가페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업그레이드된 주님의 사랑으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말마디에서 생각난 영어 구절을 나눕니다. 평생을 사이좋은 도반으로 지낸 세명의 은수자들의 고백입니다.


“우리는 서로 받쳐주고 섬겼다(we supported and served each other).”


영어 두 단어, ‘supported' 와 'served’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서로 받쳐 보완해 주고 섬기는 사랑이 참 이웃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의 학교인 공동체도 서로 받쳐주고 섬길 때 서로간의 일치도 견고해질 것입니다. 놀랍고 반가운 것은 우리가 형제애를 실천할 때 주님은 우리를 친구라고 부르겠다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우리는 주님의 종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주님의 명령인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명령이라는 말마디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이 주님과의 우정인데 이 우정은 형제애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형제애와 주님과 우정의 사랑은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봅니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형제애를 통해 예수님과 우정의 사랑이 깊어질 때 더불어 아버지와의 일치도 깊어짐을 봅니다. 우리를 당신의 제자이자 친구로 뽑은 주님이십니다. 바로 풍성한 사랑의 열매를 위해서입니다. 형제애를 통한 주님과 우정이 깊어질 때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다 주실 것입니다. 정말 친구인 예수님의 뜻에 따라 필요한 것을 청하기 때문입니다. 복음 말미에서 주님은 다시 형제애를 명령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역시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오늘은 성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마티아가 사도로 선발되는 과정을 통해 그 기준은 주님과 우정의 사랑에 있었음을 봅니다. 평생 주님의 제자로서 주님과 동고동락하며 주님의 사랑을 보고 배워 형제애를 충실히 실천한, 또 예수님 부활의 증인인 마티아가 뽑혀 사도가 됐으니 사필귀정 그대로 하느님의 뜻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여라.’는 당신의 계명을 잘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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