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8.9.24.월요일 한가위                                                         요엘2,22-24.26ㄱㄴㄷ 묵시14,13-16 루카12,15-21

 

 

지혜롭고 아름다운 삶

-찬양, 죽음, 탐욕-

 

 

때를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바로 지혜요 겸손입니다. 그 유명한 코엘렛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코헬3,1-8)는 구절들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고 슬퍼할 때가 있으면 기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어찌 이뿐입니까? 예를 들면 끝이 없습니다. 봄의 꽃필 때가 있으면 가을의 열매의 때가 있습니다. 봄의 꽃향기도 좋지만 가을의 열매 향기는 더욱 깊고 푸근하고 따뜻하고 넉넉합니다. 가을 노년인생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계절에 맞는 아름다움과 향기로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 바로 이것이 지혜로운 삶입니다.

 

기도의 계절이자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맞이하는 추석 한가위, 민족의 대명절입니다. ‘추석만 같아라.’ 누구나의 바램일 것입니다. 추석 전후로 들어오는 선물이 꽤 있습니다. 통탄스러운 것은 포장입니다. 과일, 양말, 빵, 과자, 술, 옷 등 모두 포장으로 인한 낭비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 또한 허영, 허례, 허식입니다. 화려한 포장을 보다 내용을 보면 실망할 때가 참 많습니다. 결코 이런 인생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포장은 화려한 데 내용은 보잘 것 없이 작고 초라한 인생말입니다.

 

가을이 되면 필히 따르는 열매입니다. 과연 내 인생 열매는, 특히 믿는 이들의 경우, 믿음의 열매, 희망의 열매, 사랑의 열매 즉 신망애의 열매는 잘 익어가고 있는 지 살펴 보게 합니다. 또 참된 열매, 착함의 열매, 아름다움의 열매, 즉 진선미의 열매 역시 잘 익어가고 있는 지 살펴보게 됩니다.

 

열매 실자가 들어가는 낱말들이 떠오릅니다. 성실誠實, 충실忠實, 진실眞實, 신실信實, 실력實力 등 끝이 없이 이어집니다. 열매 실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꽃은 화려하고 잎들은 무성했는데 인생 가을 노년에 접어들어도 열매들 빈약한 인생이라면 얼마나 공허하고 허무하겠는지요.

 

하여 제가 피정자들에게 참 자주 예로 드는 예화가 있습니다. “강물같이,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는 세월이다. 우리는 모두 인생광야순례여정중에 있다. 우리 인생을 일년사계로 압축해 본다면 과연 어느 계절에 와 있겠는가? 아버지 집으로의 귀가시간은, 죽음은 얼마나 남았겠는가? 과연 내 인생 열매들은 잘 익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입니다.

 

하여 저는 죽음준비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준비라 부르곤 합니다. 이런 자각의 깨달음이 선물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하루하루 알뜰히 실속있게 살게 합니다. 과연 어떻게 하며 선물인생을 지혜롭게 살 수 있을까요? 그 방법을 오늘 말씀을 바탕으로 하여 나눕니다.

 

첫째, 찬양의 삶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양의 삶이 아름답고 지혜롭습니다. 찬미의 종교, 찬양의 종교인 우리 그리스도교에 찬미의 사람, 찬양의 사람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세상에 찬양의 기쁨, 찬양의 행복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찬미의 맛, 찬양의 맛으로 살아가는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평생 매일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시편공동성무일도를 바치는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찬미의 맛이 바로 하느님 맛입니다. 세상 맛으로부터 초연하게 하여 참으로 지혜로운 삶을 살게 하는 하느님 찬양의 맛입니다. 우리 모두 찬양으로 초대하는 요엘 예언자입니다.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 흐르리라. 너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아무리 해도 부족한 것이 하느님 찬양입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양이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만듭니다. 인생허무에 대한 유일한 처방도 하느님 찬양뿐입니다. 하여 이렇게 하느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리기 위해 추석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둘째, 늘 죽음을 기억하는 삶입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삶이 진짜 지혜로운 삶의 첩경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 앞에 환히 두고 살라.” 분도 성인은 물론 사막교부들이 이구동성으로 권한 말입니다. 

 

삶이 있으면 죽음도 있습니다. 죽음 앞에 사라지는 헛된 환상들이요 삶의 본질만 남습니다. 하여 오늘 지금 여기서 거품이 없는 투명한 본질적 삶을 살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지혜롭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문득 생각나는 라틴어 잠언 둘입니다.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입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입니다. 카르페 디엠, ‘지금 여기 현실에 충실하라’는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요한 묵시록을 읽으면 그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그렇다, 그들은 고생 끝에 이제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인생입니다. ‘뿌릴 씨를 들고 울며 가던 사람들 곡식 단 안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고생 끝에 안식입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양 기도가, 또 한결같은 주님 믿음이 이런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합니다. 언젠가 갑자기 행복한 죽음의 우연이나 요행은 없습니다. 

 

이렇게 하느님 찬양으로, 하느님 믿음으로 사는 이들에게 죽음의 날은 심판의 날이 아니라 구원의 날이 될 것입니다. 오매불망 기다려온 주님 집으로의 귀가 날이자 참 안식을 누리는 날이 될 것입니다. 

 

셋째, 모든 탐욕을 경계하는 삶입니다.

탐욕이 아닌 무욕의 삶이 지혜롭고 아름답습니다. 무욕의 지혜입니다. 모든 불행의 원인이 탐욕의 집착에 있습니다. 무지에서 기인하는 탐욕이 우리를 눈멀어 어리석게 합니다. 똑똑한 바보가 되게 합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탐진치, 탐욕, 성냄, 어리석음 모두가 무지의 자식들입니다. 교만 역시 무지의 자식들입니다. 끝없는 인간의 탐욕입니다. 주님은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의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요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이어지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입니다. 이런 부자들 오늘 날도 많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탐욕에 눈멀면 누구나 어리석은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부자를 보십시오. 시야가 완전 차단된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탐욕이 눈머니 완전 불통의 사람이, 고립단절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과의 불통, 이웃과의 불통, 자연과의 불통, 나와의 불통입니다. 이 불통의 주범이 바로 탐욕의 어리석음입니다. 부자의 독백과 하느님의 말씀이 실감있게 전달됩니다.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이런 어리석은 부자의 착각을 일깨우는 죽비같은 하늘의 소리, 회개의 촉구같은 말씀이 들려옵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합니다. 누가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입니까? 자신을 위해 땅에 보물을 쌓는 탐욕의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는 선행과 자선, 정의와 공정의 실천으로 하늘에 보물을 쌓는 무욕의 사람, 소통의 사람이 실로 하느님 앞에 부요한 사람입니다. 

 

오늘 추석미사 강론을 통해 주님은 지혜롭고 아름다운 삶의 비결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셨습니다.

 

1.찬양의 삶입니다.

2.죽음을 기억하는 삶입니다.

3.탐욕을 경계하는 삶입니다.

 

셋은 분리된 것 같으나 내적으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양이 깨어 죽음을 기억하며 환상 없는 영원한 오늘을 살게 합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양이 탐욕의 병을 치유하여 무욕의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과 이웃 사랑에 매진하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지혜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82 천사적 삶 -찬미讚美와 선행善行의 삶-2016.9.29. 목요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프란치스코 2016.09.29 101096
3381 사랑의 공동체-사랑밖엔 길이 없었네-2015.1.8. 주님 공현 후 목요일(뉴튼수도원 59일째) 프란치스코 2015.01.08 2958
3380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 -섬김의 왕, 진리의 왕, 평화의 왕-2015.11.22. 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주간) 프란치스코 2015.11.22 2633
3379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라, 찬미하라, 기뻐하라-2016.4.10.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6.04.10 2495
3378 주님과 일치의 여정중인 우리들 -그리스도 중심의 삶- 2022.9.5.연중 제23주간 월요일 ​​​​​​​ 프란치스코 2022.09.05 2110
3377 천상의 것을 추구하십시오.-부활의 기쁨-2016.3.27. 예수 부활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3.27 2008
3376 참 행복한 삶 -기다리라, 기뻐하라, 사랑하라-2019.12.15.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장미주일) 1 프란치스코 2019.12.15 1393
3375 하늘 나라의 삶 -사랑의 관상, 사랑의 활동-2023.7.31.월요일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1491-1566)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31 1235
3374 환대(歡待)의 성모 마리아-환대 예찬-2015.2.7. 토요일(성모영보수녀원 피정 3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2.07 885
3373 새 예루살렘 -늘 깨어 기도하여라-2020.11.28.연중 제3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0.11.28 864
3372 천국에서 천국으로 -한결같은 삶-2015.2.6. 금요일(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원 피정 2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2.06 864
3371 내 삶의 여정旅程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2016.1.3. 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1.03 844
3370 보물찾기 인생 여정 -참보물이자 참지혜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2023.7.30.연중 제17주일 프란치스코 2023.07.30 792
3369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 -환대와 섬김의 사랑-2023.7.29.토요일 주님의 손님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29 782
3368 연민과 겸손 -참여형과 은둔형-2015.1.15. 연중 제1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66일째) 히브3,7-14 마르1,40-45 1 프란치스코 2015.01.15 763
3367 아나빔(anawim)의 영성-성서의 가난한 사람들-2015.12.15. 대림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5 748
3366 떠남의 여정- 2015.2.5. 목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3 프란치스코 2015.02.04 748
3365 어린이처럼-2015.10.1. 목요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873-1897) 축일 프란치스코 2015.10.01 738
3364 예수님의 공동체-오래된 미래-2015.1.22.연중 제2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73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2 705
3363 착한 목자 -예수닮기, 예수살기-2015.4.26.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이민의 날) -인보성체수도회 피정지도 6일째)- 프란치스코 2015.04.26 67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