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28.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코헬1,2-11 루카9,18-22

 

 

허무에 대한 답은 파스카의 주님뿐이시다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 코헬렛 말씀이 구구절절 공감이 갑니다. 아무도 이 때에서, 시간에서, 세월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때는 하느님 손 안에 있고 모든 때가 하느님의 때이기도 합니다. 결코 우연은 없고,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섭리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모든 때에 순종하는 것이 분도수도자의 첫째 정주서원입니다.

 

그러니 지난 때들은 하느님 자비의 손에 내맡기고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만약했더라면---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도 부질없는 일입니다. 하느님은 믿는 이들을 당신 만이 아시는 최상, 최선의 길로 오늘 지금 여기까지 인도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제 삶의 역사도 뒤돌아 보면 다시 산대로 이렇게 뿐이 못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런 깨달음에서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입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습니다. 울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습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습니다.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습니다.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습니다.

 

구구절절 계속되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코헬렛입니다. 이런 때의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요셉수도원 만31년의 역사만 봐도 선명히 구분되는 때입니다. 하느님께서 공동체를 설립한 태동기의 때, 숱한 시행착오의 초창기의 때, 서서히 뿌리 내리기 시작한 정착기의 때, 발전기의 때, 도약기의 때, 안정기의 때가 흡사 한 산맥의 여섯 능선처럼 선명합니다. 

 

모든 때의 절묘하기가 ‘신의 한 수’와 같습니다. 특히 요즘 한반도의 흐름을 보면 바야흐로 하느님의 결정적 평화의 때가 도래하지 않았나 하는 예감도 듭니다.

 

삶의 리듬이자 삶의 변화입니다. 끊임없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것이 아니라 넓고 깊은 시야로 바라보면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 ‘삶의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또 이런 때를 알아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이자 겸손이고, 이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인내의 믿음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때에 대한 감각에 극히 민감한 분들이 땅에서 농사짓는 농부들일 것입니다.

 

오늘 코헬렛은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예들을 나열한후 하느님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허무는 물론 모든 때에 답은 하느님이심을 밝히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 또한 그들 마음속에 시간의식도 심어 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시작에서 종말까지 하시는 일을 인간은 깨닫지 못한다.”

 

이런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겸손이요 기도입니다. 제때에 맞게 아름답도록 살기 위해, 하느님의 뜻을 잘 깨달아 살기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봄철 나이 때에는 봄철답게, 여름철 나이 때에는 여름철답게, 가을철 나이 때에는 가을철답게, 겨울철 나이 때에는 겨울철답게 사는 것이 진짜 내공이고 아름다움이요, 하여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가 필수입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기도의 계절입니다. 가을이 되면서 서서히 가을병처럼 오는 인생허무감입니다. 하여 교회의 전례력이 고맙습니다. 허무에 휘둘리는 마음을 하느님쪽으로 방향잡아주는 9월 순교자성월, 10월 묵주기도 성월, 11월 위령성월 그대로 가을은 기도의 계절이 되고 이어 주님 탄생을 기다리는 대망의 대림시기입니다.

 

무엇보다 가을철은 기도의 때입니다. 일년 인생농사의 좋은 결실을 위한 마무리 기도의 때입니다. 때중의 때가 기도의 때입니다. 기도의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바로 기도의 모범, 기도의 달인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의 깊은 친교요,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고 자신의 신원을,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합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분께서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셨다.’ 예수님은 바로 기도를 통해 파스카의 주님으로서 자신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하셨고 이를 제자들에게 알려주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베드로의 고백을 인정하시며, 당신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대한 첫 번째 예고를 통해 이들의 메시아관을 분명히 바로 잡아 주십니다. 바로 당신은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즉 파스카의 주님이심을 밝히십니다. 새삼 허무에 대한 답은 하느님이자 파스카의 주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파스카의 신비, 파스카의 기쁨, 파스카의 삶이 우리를 늘 새롭게 시작하게 함으로 인생 허무가 아닌 늘 새 하늘과 새 땅의 인생 충만을 살게 합니다. 한마디로 ‘허무’에 대한 답은 ‘미사’뿐이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허무한 인생이 아닌 충만한 인생을, 고해인생이 아닌 축제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사람이 무엇입니까? 당신께서 이토록 알아주시다니! 인간이 무엇입니까? 당신께서 이토록 헤아려 주시다니! 사람이란 하나의 숨결과도 같은 것, 그의 날들은 지나가는 그림자와 같습니다.”(시편144,3-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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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9.28 09:16
    세상속 현실을 극복하고
    이겨낼수 있는 힘을
    매일주시는 말씀에서
    충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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