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5.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욥38,1.12-21;40,3-5 루카10,13-16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God’s Living Icon

-회개가 답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들입니다. 회개가 답입니다. 오늘 강론 주제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창세기의 말씀이 그 근거입니다. 14년전 로마에서 있었던 베네딕도회 양성장 모임 때 매일 영어미사가 있었고 돌아가며 주례를 했고 저도 10여차례 영어 미사와 강론을 했고, 이때 많은 분들의 호응을 받았던 ‘살아있는 이콘Living Icon’이란 제목의 강론이었습니다. 

 

어제의 체험이 새롭습니다. 어제 미사전 잠시 본기도를 통해 나눴던 살아있는 이콘이었습니다. ‘하느님, 복된 프란치스코를 가난과 겸손의 삶으로 이끄시어,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저희에게 보여주셨으니,---’, 대목에서 순간 ‘아, 성 프란치스코는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이콘이구나!’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뿐 아니라 믿는 우리들 역시 그리스도의 이콘들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반영하는 선명도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믿음, 희망, 사랑의 신망애의 삶일수록, 참되고 좋고 아름다운 진선미의 삶일수록 그리스도의 이콘으로 선명도는 높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성인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참으로 선명도 높은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이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어제 또 하나의 체험이 있습니다. 어느 자매가 제 축일 선물로 손수 만든 성 프란치스코의 이콘을 선물했습니다. 하여 집무실 진열장 가장 위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3년 정도 배워 작년 3월부터 시작하여 어제 마지막 칠이 끝났다는 정성 가득 담긴 이콘이었고 주고 받은 덕담도 생각납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자매님의 영성이 가득 담긴 기도의 결정체인 이콘입니다. 제작 과정 자체가 기도였고 이콘을 보는 자체가 기도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자매님의 얼굴이 더 좋습니다. 자매님의 얼굴이야 말로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콘이 좋다한들 자매님의 얼굴만 하겠습니까?”

 

진담의 덕담에 꽃처럼 활짝 피어난 자매님의 얼굴이 순간 말 그대로 하느님의 아름다운 살아있는 이콘처럼 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들인 형제자매들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얼굴을 봅니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하느님의 이콘인 얼굴관리에 힘쓰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들입니다. 각자 고유의 하느님의 모습을 반영하는 이콘들입니다. 참 신기하고 신비한 것이 다 다른 하느님의 이콘들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얼굴을 반영하는 이콘들이지만 세상에 똑같은 얼굴의 이콘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각자 고유의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으로 살 수 있을까요? 답은 하나 끊임없는 회개뿐입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얼굴을 선명히 반영하는 하느님의 이콘이 될 수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끊임없는 회개로 마음이 날로 겸손해질 때, 마음이 날로 순수해질 때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들이 됩니다. 이런면에서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의 살아있는 이콘의 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로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수님께서 회개하지 않는 고을들을 향해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

 

당신의 사자들이 전하는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든 고을에 대한 예수님의 예언적 탄식입니다. 이는 저주가 아니라 탄식이며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세대에 주는 마지막 회개의 호소입니다. ‘행복하여라’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불행하여라’는 불행선언입니다.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불행하다는 것입니다. 불행역시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자초한 화임을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도 의미심장합니다. 

 

“너희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물리치는 사람이며, 나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보내신 분을 물리치는 사람이다.” 

 

바로 하느님의 이콘들인 형제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자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환대영성의 근거입니다. 회개의 열매가 환대임을 깨닫습니다. 회개로 마음을 활짝 열어 이웃을 환대할 때 우리 모두 하느님의 이콘으로서 선명도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제1독서의 욥이 하느님의 참 좋은 이콘입니다. 마침내, 욥기 38장“주님께서 욥에게 폭풍속에서 말씀하셨다.”로 주님의 말씀이 시작됩니다. 38장에서 시작하여 39장까지 이어지는데, ‘땅의 주재자, 바다의 주재자, 빛과 어둠의 주재자, 기후의 주재자, 하늘의 주재자, 동물 세계의 주재자’로 당신을 계시하십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다 생략되고 바다의 주재자, 빛과 어둠의 주재자로 계시되는 내용만 나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이, 욥을 꾸짖는 하느님의 말씀이 웬지 정답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진노하신 모습이 아니라 조용히 타이르고 가르치는, 욥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가득 담긴 느낌을 주는 말씀들같습니다.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신비에 말문이 막힌 욥의 회개입니다. 

 

무질서와 혼돈, 폭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리와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관통貫通되어 있습니다. 어느 시인은 “세상은 하느님의 장엄함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의 깊은 저변에는 가장 깊은 새로움이 살아있다.”라고 고백합니다. 화답송 139장 시편도 온통 하느님의 신비로운 섭리안에 있는 세상이요 우리에 대한 고백입니다. 욥기 40장 서두에서 하느님의 꾸짖음은 욥의 회개에로 직결됩니다. 

 

-“불평꾼이 전능하신 분과 논쟁하려는가? 하느님을 비난하는 자는 응답하여라.” 주님의 말씀에 대한 욥의 회개의 응답입니다.

 “저는 보잘것없는 몸, 당신께 무어라 대답하겠습니까? 손을 입에 갖다 댈 뿐입니다. 한 번 말씀드렸으니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두 번 말씀드렸으니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겸손으로 직결되는 회개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와 겸손, 환대가 우리를 하느님의 살아있는 아름다운 이콘이 되게 합니다. 우리가 겪는 온갖 시련과 역경을 회개와 겸손, 환대의 계기로 삼아 비움의 여정에 항구할 때 비로소 완성도 높은 하느님의 이콘들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느님께 드릴 선물이 각자 고유의 모습들인 이콘일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살아있는, 아름다운 이콘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주님, 영원의 길로 저를 이끄소서.”(시편139,24ㄴ). 아멘.

 

 

  • ?
    안젤로 2018.10.05 14:25
    끊임없는 회개와 겸손, 환대가 우리를 하느님의 살아있는 아름다운 이콘이 되게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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