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어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2018.10.24.연중 제29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24,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8.10.24.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에페3,2-12 루카12,39-48

 

 

깨어 있어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

 

 

깨어 있어라, 어제에 계속 이어지는 강론 주제입니다. 모든 제자에게 내리는 권고에서 오늘 복음은 관리자로서 책임진 이들에게 내리는 권고입니다. 깨어 직분에 충실한 종과 그렇지 못한 불충실한 종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만악의 뿌리가 깨어 있지 못함에 있습니다. 그대로 무지의 어둠을 뜻합니다. 깨어 있음은 빛입니다. 깨어 있음의 빛 앞에 사라지는 무지의 어둠입니다. 깨어 있을 때 맑고 향기로운 삶입니다. 깨어 있을 때 지혜롭고 겸손한 삶입니다. 깨어 있을 때 존엄한 품위의 삶입니다. 

 

깨어 있음은 고요입니다. 깨어 있음은 머뭄입니다. 깨어 있음은 평화입니다. 깨어 있음은 집중입니다. 깨어 있음은 치유입니다. 깨어 있음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깨어 있을 때 텅빈 충만에서 샘솟는 기쁨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음은 노력이자 동시에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끊임없는 기도가 목표하는 바도 깨어 있는 삶입니다. 깨어 있음이 답입니다. 결국은 깨어 있음 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분도 성인의 말씀도 결국은 오늘 지금 여기서 환히 깨어 살라는 말씀입니다. 과연 하루중, 전 일생중 깨어 있는 삶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 얼마 안 될 것입니다. 깨어 있지 못할 때 자기를 잊고 갖가지 유혹에 빠지게 되어 죄를 짓게 되고 사고도 발생합니다. 기도중 틀리는 일도 대부분 깨어 있지 못할 때 생깁니다.

 

깨어 있을 때 깨끗한 마음의 순수요, 이어지는 깨달음입니다. 깨어 있음-깨끗한 마음-깨달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깨어 있음, 깨끗한 마음, 깨달음 이 모두가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우선 공동체의 지도자인 관리자에게 해당되는 말씀이지만 널리 보면 믿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됩니다. 참행복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주어진 직무에 충실한 종들이 참으로 슬기롭고 행복한 종들이라는 것입니다. 

 

지도자인 관리자 역시 주님의 종입니다. 그의 지위는 특권이 아니라 하나의 시험이자 신뢰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바를 얼마나 잘 했느냐의 ‘시험test’이요, 그에게 요구되는 바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느냐의 ‘신뢰trust’입니다. 새삼 우리의 모든 직무는 주님의 종servant으로서 섬김service의 직무 하나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충실한 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불충실한 종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그 종이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게 오는 구나.’하고 생각하며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을 것이다.”

 

그대로 복음을 듣는 이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말씀입니다. 비단 관리자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말씀입니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주어진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깨어 충실히 주어진 책임의 소임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잘 들여다 보면 주님의 심판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자초한 심판임을 깨닫습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비교의 대상은 남이 아닌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우리에 대한 평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 평가입니다. 남과 비교할 것 없이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각자 주어진 책임에 충실하면 누구나 행복한 삶의 구원입니다. 

 

제가 피정중 자주 하는 말도 생각납니다. ‘하느님은 등수를, 기록을 보지 않는다. 하느님 구원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깨달아 시작하면 언제든 늦지 않다. 매일 새롭게 시작하면 된다. 우보천리, 각자 제 페이스대로 하느님께 도달하면 모두가 금메달이요 1등이다. 이처럼 하느님의 평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 평가다.’

 

언젠가 우리는 하느님 앞에 우리 인생을 셈바쳐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아니 매일 미사시간이 하루하루 살았던 일을 주님 앞에 셈바치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에 충실하면 미래의 심판의 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참으로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의 모범인 바오로 사도의 삶을 보여 줍니다. 은총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한 복음의 일꾼 바오로의 고백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에 따라, 나는 복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모든 성도들 가운데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나에게 그런 은총을 주시어,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풍요를 다른 민족들에게 전하고, 과거의 모든 시대에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안에 감춰어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밝혀 주게 하셨습니다.”

 

‘은총의 직무’, ‘은총의 선물’, ‘복음의 일꾼’이란 말마디에서 바오로의 겸손의 비밀이 잘 드러납니다. 모두가 은총이기에 감사와 겸손의 응답입니다. 이런 은총의 선물에 대한 자각이 더욱 감사와 겸손한 마음으로 깨어 충실한 삶을 살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참으로 깨어 주어진 책임에 충실할 때 바오로 말씀대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께 대한 믿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담대히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으로 살게 하십니다. 화답송 후렴 말씀처럼, 우리 모두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생명의 물을 긷는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아멘.

 


Articles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