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금요일 죽은 모든 이들 기억하는 위령의 날

지혜4,7-15 로마6,3-9 마태25,1-13

 

 

 

깨어, 오늘 지금 여기서, 성인聖人처럼, 천국天國을 살자!

-참 중요한 죽음의 귀가歸家준비-

 

 

위령성월은 희망성월입니다. 주님은 어제 모든 성인 대축일 위령성월 첫날 희망의 문을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 성인들 되어 살라고 격려하시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 비상한 성인이 아니라 각자 고유의 행복한 성인이 되어 살기를 바라십니다.

 

오늘은 위령성월에 맞이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죽은 모든 이들을 기억하는 위령의 날은 죽은 모든 이, 특히 연옥 영혼들이 하루빨리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비단 연옥 영혼들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죽음도 생각하며 삶을 추스르는 날입니다. 

 

사실 세상에 믿는 이들 중에는 본의 아니게 연옥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연옥의 정화를 앞당겨 사는 이들은 아마 연옥을 거치지 않고 천국으로 직행하지 않겠나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봅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맞이하는 위령성월, 계절의 변화가 전례력에도 잘 들어 맞어 고마움을 느낍니다. 올해 단풍은 유난히 곱고 맑습니다. 인생사계, 과연 여러분은 인생가을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단풍 고운 가을처럼 아름다운 가을 인생인지요? 가을 지나 겨울 인생이 되면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 시간도 가까워집니다.

 

요즘 수확후의 텅 빈 충만의 배밭사이 산책도 기쁨중 하나입니다. 흉작이었다면 텅 빈 허무겠지만 평년작의 수확이기에 텅 빈 충만의 행복입니다. 과연 텅 빈 충만의 행복한 가을 인생인지 살펴 보게 합니다.

 

위령성월은 죽음의 귀가준비에 참 중요한 시기입니다.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이 깊이 마음에 와닿는 시기입니다. “어떻게 죽어야 할까요?”의 물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의 물음으로 직결됩니다. 답은 단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어, 오늘 지금 여기서 성인처럼, 행복하게,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이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준비, 죽음준비입니다. 그대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어제 모든 성인 대축일에 마음에 새겼던 성구들이 마음에 깊은 위로와 치유가 되었습니다. 새삼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성인처럼 행복하게 천국을 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성인이 되는 것은 우리 모두의 필수 의무이기도 합니다.

 

“성인들의 거처는 하늘 나라이며 그들은 영원한 안식을 누리는도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상이 크다.”

“성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기뻐하는 그 나라가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흰옷을 입고 어린 양을 따라가는도다.”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 천국을 앞당겨 살지 못하면 죽어서도 하늘 나라 천국을 살지 못합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늘 나라 천국을 살아가는 것이 지혜입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 함께 살아갈 때 영원한 안식입니다. 화답송 후렴 그대로입니다. 예전 어느 지인의 부탁에 묘비명으로 써줬던 시편 성구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뒷부분을 ‘두려울 것 없어라’, ‘불안할 것 없어라’, 걱정할 것 없어라’, ‘부러울 것 없어라’로 바꿔 노래해도 은혜롭습니다. 주님이 바로 하느님 나라이자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 정주처, 피난처가 됩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 즉 삶의 양이 아닌 삶의 질입니다. 영예로운 나이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지 않습니다. 예지가 곧 백발이고 티없는 삶이 곧 원숙한 노년입니다. 짧은 생애 동안 완성에 다다른 이도 많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슬기로운 처녀들 처럼 깨어 준비하며 사는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영혼의 등잔에 믿음, 희망, 사랑의 기름 가득 채우고 깨어 기다리며 사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 말씀대로 사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삶을, 파스카의 신비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깨어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대할 때 마다 서울 수녀원의 주보성인인 젤투르다가 생각납니다. 바로 성녀의 임종어가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자.” 였기 때문입니다. 오매불망, 일편단심 임 기다리며 그리며 늘 깨어 사셨던 성녀 젤투르다였음이 분명합니다. 오늘 복음의 결론 말씀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날과 그 시간의 죽음입니다. 인생가을이 지나면 곧 인생겨울에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인 죽음입니다. 그러니 깨어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과 함께 주님을 그리며 기다리며 성인처럼 천국을 사는 것입니다.  참 중요한 죽음의 귀가준비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려드린 행복기도문을 자주 바치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감동시키는 기도, 행복한 성인이 되게 하는 은총의 행복기도문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깨어 죽음의 귀가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09 천사적 삶 -찬미讚美와 선행善行의 삶-2016.9.29. 목요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프란치스코 2016.09.29 103583
3408 사랑의 공동체-사랑밖엔 길이 없었네-2015.1.8. 주님 공현 후 목요일(뉴튼수도원 59일째) 프란치스코 2015.01.08 2960
3407 왕중의 왕이신 그리스도 -섬김의 왕, 진리의 왕, 평화의 왕-2015.11.22. 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주간) 프란치스코 2015.11.22 2633
3406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라, 찬미하라, 기뻐하라-2016.4.10.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6.04.10 2495
3405 주님과 일치의 여정중인 우리들 -그리스도 중심의 삶- 2022.9.5.연중 제23주간 월요일 ​​​​​​​ 프란치스코 2022.09.05 2110
3404 천상의 것을 추구하십시오.-부활의 기쁨-2016.3.27. 예수 부활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3.27 2010
3403 참 행복한 삶 -기다리라, 기뻐하라, 사랑하라-2019.12.15.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장미주일) 1 프란치스코 2019.12.15 1393
3402 하늘 나라의 삶 -사랑의 관상, 사랑의 활동-2023.7.31.월요일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1491-1566)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31 1236
3401 환대(歡待)의 성모 마리아-환대 예찬-2015.2.7. 토요일(성모영보수녀원 피정 3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2.07 886
3400 새 예루살렘 -늘 깨어 기도하여라-2020.11.28.연중 제3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0.11.28 864
3399 천국에서 천국으로 -한결같은 삶-2015.2.6. 금요일(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원 피정 2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2.06 864
3398 내 삶의 여정旅程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2016.1.3. 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1.03 844
3397 보물찾기 인생 여정 -참보물이자 참지혜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2023.7.30.연중 제17주일 프란치스코 2023.07.30 792
3396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 -환대와 섬김의 사랑-2023.7.29.토요일 주님의 손님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7.29 783
3395 연민과 겸손 -참여형과 은둔형-2015.1.15. 연중 제1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66일째) 히브3,7-14 마르1,40-45 1 프란치스코 2015.01.15 764
3394 아나빔(anawim)의 영성-성서의 가난한 사람들-2015.12.15. 대림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5 753
3393 떠남의 여정- 2015.2.5. 목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3 프란치스코 2015.02.04 748
3392 어린이처럼-2015.10.1. 목요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873-1897) 축일 프란치스코 2015.10.01 738
3391 예수님의 공동체-오래된 미래-2015.1.22.연중 제2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73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2 705
3390 착한 목자 -예수닮기, 예수살기-2015.4.26.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이민의 날) -인보성체수도회 피정지도 6일째)- 프란치스코 2015.04.26 6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