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정화 -우리 삶의 중심인 성전-2018.11.9. 금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Nov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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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9. 금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에제47,1-2.8-9.12 요한2,13-22

 

 

성전 정화

-우리 삶의 중심인 성전-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대성전은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으로 불리면서 현재의 베드로 대성전이 세워지기 전까지 거의 천년동안 역대 교황이 거주하던 교회의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하여 오늘 봉헌 축일을 지냄으로 각 지역 교회는 로마의 모교회와 일치되어 있음을 드러냅니다.

 

하느님이 삶의 중심임을 가시적으로 웅변하는 것이 바로 이 거룩한 미사가 거행되는 이 성전입니다. 매일 하느님의 성전인 이곳에서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나는 우리 수도자의 하루 삶입니다. 

 

우리의 평생 정주생활도 이 성전에서 거행되는 매일의 공동전례가 우리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 주기에 가능함을 깨닫습니다. 공동체 일치의 가시적 중심이 이 거룩한 성전입니다. 살아갈수록 ‘갈 곳’은 주님의 집인 '성전'뿐이요, ‘찾아갈 분’은 성전에 계신 '주님'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예전 수도형제들과의 에버랜도 소풍 때의 기억도 선명합니다. 에버랜드, 말그대로 영원한 땅, 하느님의 나라를 상징하지만, 진짜 에버랜드는 성전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수도원임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하여 끊임없이 많은 이들이 순례자처럼 고향집을 찾듯이, 영혼의 쉼터 진짜 에버랜드 수도원의 성전을 찾습니다.

 

우스개 소리같지만 노년의 믿는 분들에게는 가까이에 세 장소를 갖춰야 한다고 합니다. 성당과 병원과 음식점입니다. 무엇보다 우선적인 것이 성당일 것입니다. 하여 많은 분들이 수도원이나 성당 근처로 거처를 정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성전 정화입니다. 예수님의 하느님 사랑은 그대로 오늘 복음에서 성전 정화로 표출됩니다.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세상을 성화聖化시켜야 할 성전이 세상에 속화俗化되어 타락 변질된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전을 정화하실 때 예수님의 열화熱火와 같은 분노도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이 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는 저절로 성전을 사랑합니다. 아침 성무일도시 시편도 생각납니다.

 

"만군의 주님이여,

 계시는 곳, 그 얼마나 사랑하오신고.

 그 안이 그리워,

 내 영혼 애태우다 지치나이다.

 이 마음 이 살이 생명이신 하느님 앞에 뛰노나이다."(시편84,2-3).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거룩한 성전입니다. 제자들은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삼킬 것입니다.”라는 성경말씀을 기억하며 예수님의 하느님 사랑을 절절히 체험합니다. 이어지는 화두같은 말씀이 성전의 심오한 비밀을 보여줍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사흘 안에 다시 세우리라.”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이 바로 참 성전임을 알려줍니다. 이 보이는 가시적 건물로서의 성전이 성전일 수 있는 것은 매일 성체성사가 거행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가 산티야고 순례때의 체험이기도 합니다. 

 

하루의 순례가 끝나 알베르게 숙소에 도착하면 우선 물색한 것이 다음날 새벽 미사드릴 장소였습니다. 식당, 안내실, 휴게실, 숙소 밖 식탁 등 그 어디나 매일 미사가 봉헌되는 그 자리가 거룩한 성지요 성전임을 깨달았습니다. 가톨릭 교리서도 이를 분명히 아름답게 설명합니다.

 

-“영과 진리 안에서”(요한4,24) 드리는 신약의 예배는 어느 한 특정 장소에만 매이지 않는다. 온 땅은 거룩하며, 사람의 자녀들에게 맡겨졌다. 신자들이 한 장소에 모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영적 집”으로 세워지도록 모인 “살아 있는 돌”(1베드2,5)이 되는 것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은 생수가 솟아나오는 영적인 성전이다. 성령으로 그리스도와 한몸이 된 우리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전”(2코린6,16)이다.-교리서1179항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과 더불어 가시적 건물로서의 성전도 그에 걸맞아야 함을 교리서는 언급합니다.

 

-“기도의 집은 성찬례가 거행되고, 성체가 보존되어 있으며, 신자들이 모이고, 우리를 위하여 희생의 제단에서 봉헌되신 우리 구세주이신 하느님 아들의 현존을 공경하며 도움과 위로를 받는 곳이므로, 아름다워야 하고 기도와 장엄한 성사에 알맞아야 한다.”-교리서1181항.

 

이와 관련된 오늘 감사송중 아름다운 대목을 인용합니다.

 

-“아버지께서는 기도하는 집에 자비로이 머무르시며, 끊임없이 은총을 내려 주시어, 저희가 성령의 성전이 되고, 거룩한 생활로 주님 영광을 드러내게 하시나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에 이어 우리 각자가 성전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보이는 성전 정화가 상징하는 바 끊임없이 정화되어야 할 각자의 성전입니다. 다음 성경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것을 모릅니까?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3,16-17).

 

그러니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성전이기에 각자 자중자애自重自愛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는 성전을 통한 하느님의 은총이 얼마나 세상 곳곳에 스며들어 세상을 살리는지 보여줍니다. 그대로 미사은총이요 세상에 ‘살아 있는 성전’으로 파견되는 우리를 통한 은총을 상징합니다. 실감나는 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그대로 이 거룩한 성전에서의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미사를 통한 은총의 강물이 세상 곳곳에 스며들어 죽어가는 세상을 살립니다. 사실 이 미사 한 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소원이 담겨있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양식이 되고 약이 되어 우리를 치유하고 살리는 주님의 말씀과 성체입니다. 

 

새삼 하느님께서 세상에 주신 참 좋은 최고의 선물이 이 거룩한 미사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의 거룩한 성전인 우리를 부단히 정화하시고 성화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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