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두려움을 쫓아내는 사랑-2019.1.9. 주님 공현 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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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9. 주님 공현 후 수요일                                                                              1요한4,11-18 마르6,45-52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두려움을 쫓아내는 사랑-

 

 

 

지난 밤, 어느 자매님으로부터 재미있는 사진을 받았습니다. 프랑스에서 10여년 동안 음악을 공부하고 귀국해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다 식당일에 종사하다가 직접 자그마한 식당을 혼자 4개월째 운영하는 자매님입니다. 맏딸로서 장남의 역할을 하는 참 책임감이 강하고 사랑이 깊은 분입니다. 

 

하루 음식점을 찾는 분은 하루 15명쯤 되는 데, 식당에 들어오면 식당 메뉴판 벽을 그윽한 눈길로 한참 바라본다는 것이었습니다. 호기심에 메뉴판 벽을 찍어 보내달라 했고 그 사진을 보내준 것입니다. 

 

정말 가난하고 소박하나 사랑이 넘치는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자매님 역시 후하게 음식을 차려낸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큰 욕심없이 말없이 묵묵히 “서로 사랑하라”는 오늘 말씀을 실천하는 너그럽고 인정 많은 자매님입니다. 이렇게 팔아야 고작 하루 15만원 정도라니 참 가난한 식당입니다. 

 

살아있는 성녀처럼 생각되는 참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을 실천하는 자매님입니다. 메뉴판 벽 사진을 받아보니 정말 풍부했고 책장에는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 제 책도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즉시 답장했고 또 답을 받았습니다.

 

-“정말 자꾸 눈길이 가요!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아요! 자매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겼어요! 참 좋은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입니다! 음식도 맛있을 것 같아요! 언제 가서 먹고 싶어요! 어떤 손님이 많이 오나요?”

 

“청년층이요! 주로 혼자사는 사람들요. 오늘은 수험생들이 왔구요. 노동하는 아저씨 한분이 감을 한봉지 사다주셨어요.---오늘은 이만 일찍 들어가려구요. 새벽미사가 아니면 성당에 갈 틈이 안나서 일찍 자려구요. 신부님도 좋은 꿈, 명랑한 꿈 꾸세요!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가까이 계셔서 참 감사해요!”-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 큰 욕심 없이 묵묵히 온몸과 온맘으로 소박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정직한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거룩한 지요! 저에게 이 또한 살아있는 사랑공부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예수님 물위를 걸으시다”이고 제1독서 요한1서의 주제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그대로 입증하는 제자들을 향해 “물위를 걸으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사실 예수님의 전 삶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의 화신처럼 느껴지는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도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입증하는 삶일 것입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요한1서의 중심 말마디는 “사랑”으로 무려 12회 나옵니다. 마치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요한1서 서두 말씀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듯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

 

사랑의 의무입니다. 하느님께서 이렇듯 우리를 서로 사랑하셨으니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사랑할 때 하느님은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 이런 사랑을 보고 배워 실천하라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아드님을 구원자로 보내셨습니다.

 

하여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을 알게 되었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대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서, 형제들을 통해서 이런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는 우리들입니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사랑공부, 하느님 공부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이렇게 사랑이 우리 안에서 완성되어갈 때 우리는 이 세상에서 그분처럼 살 수 있고 심판 날에도 확신을 지니게 됩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 두려워하는 이는 아직 자기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거친 풍랑의 호수 위 배안에 있는 제자들의 대조적인 모습에서 잘 드러납니다. 제자들을 태운 배는 바로 거친 세상 풍파 속을 항해하는 개인이나 가정공동체 또는 교회공동체를 상징합니다.

 

기도는 사랑입니다. 기도하시려 산에 올라가신 예수님은 사랑의 눈이 활짝 열려 제자들의 위기상황을 알아채시고 즉시 개입하십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신 예수님은 물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오시자 제자들은 유령인줄로 착각하여 비명을 질렀고 즉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오늘 복음의 핵심말씀입니다. “나다I AM” 바로 하느님 이름입니다. 사랑의 하느님이신 예수님 말씀입니다. 두려움을 쫓아내는 사랑입니다. 사랑이신 주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바람은 멎었고 주변도 제자들도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사랑이신 주님을 내 삶의 중심에, 우리 공동체의 중심에 모실 때 두려움은 사라지고 비로소 안정과 평화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과 달리 제자들은 주님 사랑을 잊었기에 너무 두렵고 놀라 넋을 잃었습니다. 이들은 빵의 기적을, 주님 사랑의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이 완고해졌던 것입니다. 제자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하느님 베풀어 주신 그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을 잊고 지내기에 두려움 속에 살아갑니다. 

 

답은 사랑뿐입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습니다. 두려움을 쫓아내는 유일한 처방은 사랑뿐입니다. 사랑의 빛 앞에 자취없이 사라지는 두려움의 어둠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사랑의 빛으로 우리 안팎의 두려움의 어둠을 말끔히 쫓아내 주시고 안정과 평화를 선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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