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10.토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258) 축일

2코린9,6ㄴ-10 요한12,24-26

 

 

 

열매 풍성한 삶

-부단한 나눔과 비움의 사랑-

 

 

 

오늘은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입니다. 성인은 에스파냐의 우에스카 출신으로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대략 258년경 순교했습니다. 성인은 교황 성 식스투스 2세를 돕는 로마의 일곱 부제중 수석으로 주된 임무는 교회 재산 관리와 빈민 구호 및 일반적인 교회 관리였습니다. 참으로 충실한 ‘교회의 사람’이었습니다. 

 

순교를 예견한 성인은 교회의 재물을 모두 바치라는 황제의 엄명을 거슬러 재산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재산을 요구하는 황제의 집정관에게 성인은 병자와 과부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모두 데리고 나타나 “이 사람들이 교회의 재산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성인은 온갖 고문후 석쇠 위에 눕히고는 구워죽였다 합니다. 석쇠위에서 살이 익어가자 성인은 “이쪽은 다 익었으니 뒤집어라.”여유있게 말했다 하며 그의 몸에서는 향기가 났다 합니다. 전설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성인의 올곧은 신앙을 상징하는 예화입니다. 바로 이에 근거한 오늘 성무일도서 찬미가 한 연입니다.

 

“혹심한 불의고문 받았었건만/견고한 마음이사 변함이 없어

튀기는 불꽃속에 협박견디며/넘치는 사랑으로 이겨냈도다.”

 

성인의 축일은 4세기 초부터 교회 전례에 도입되었고, 그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당은 순례자들이 주로 찾는 로마의 일곱 성당 중 하나가 됩니다. 그에 대한 공경은 빠르게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갔고, 시인 프루렌티우스는 그의 죽음과 표양이 로마의 회개를 가져왔고, 로마에서 이교의 종말을 고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언급합니다. 교회 미술에서 성인을 상징하는 문장은 석쇠입니다.

 

교회의 살아 있는 보물들이 성인들이며 성인들 역시 참 다양합니다. 성인들을 기억할 때 마다 지금도 꼭 살아 계시다는 느낌을 갖게 되며, 또 끊임없이 열매를 맺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런 성인들과의 내적 연대감으로 우리의 신앙도 더욱 굳세어 지고 풍요로워집니다. 

 

좌우간 예수님처럼 영원한 현재진행형으로 끊임없이 열매를 맺고 있는 성인들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 그대로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한 풍성한 열매에 대한 예고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 앞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예고요 곧장 이어지는 순교와 부활, 그리고 풍성한 열매들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영원한 현재진행형입니다. 매일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언젠가의 선종의 죽음이 아니라 오늘 지금 잘 살며 잘 죽는 과정이 있어 언젠가 그날 선종의 죽음입니다. 땅에 떨어져 죽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고립단절의 이기적 삶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랑으로 비우고 나누는 삶일 때 비로소 죽어 열매를 맺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밀알 하나가 상징하는 바 우리 각자입니다.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밀알 하나의 삶입니까, 혹은 끊임없는 사랑의 개방과 나눔과 비움의 죽음을 통한 열매 풍성한 밀알 하나의 삶입니까? 바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생각나는 정하권 몬시뇰의 수도원 연중 피정 중 한 대목 말씀입니다.

 

“수도원에 죽으러 온 사람들이 살려고 하니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부단히 죽어 예수님을 닮아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수도생활인데, 버리고 들어 온 옛 이기적 나를 살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이 바로 이와 맥을 같이 합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기적이고 폐쇠적 ‘밀알 하나’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들을 뜻한다면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이타적 개방적인 사랑의 사람들로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바로 예수님을 비롯한 무수한 성인들과 순교자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우리는 가정이든 교회든 수도원이든 이미 사랑으로 죽어서 무수한 열매를 내는 ‘살아 있는 성인들’을 곳곳에서 목격합니다. 어제 끝기도후 숙소에 가다가 수도원 트럭에 가득 실린 복숭아 상자들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바로 한 수도형제가 복숭아 과수원 형제가 약간 상한 복숭아들을 갖다 수도형제들과 먹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작업하여 가져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 또한 사랑의 열매 풍성한 삶의 빛나는 상징입니다. 이처럼 참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임을 깨닫습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섬기려면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이 계신 곳에 예수님을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습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섬기면 아버지께서도 이들을 존중하십니다. 예수님과 공동운명체인 우리들입니다. 부단한 섬김과 따름의 여정을 통해 예수님과 깊어지는 일치입니다. 부단히 사랑의 비움과 나눔의 죽음을 통해 예수님을 섬기고 따르는 삶일 때 열매 풍성한 구원의 삶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참 기쁨은 밀알 하나가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는 삶에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하여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화답송 시편이 이런 이들에 대한 축복을 선언합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잘되리라, 후하게 꾸어 주고, 자기 일을 바르게 처리하는 이! 그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으리니, 영원히 의인으로 기억되리라.”

 

참으로 사랑으로 나누고 비울수록 하느님 친히 채워 주시기에 부요한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부익부 빈익빈, 영적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힘, 우리의 기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온갖 좋은 것을 선물하시어 참으로 영적 부요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밀알 하나의 주님의 성체가 우리와 하나되어 우리 모두 풍성한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08.10 08:01
    저희가 제가 가진것을 비우고 비울수록 오히려 든든해지는 주님의 섬리를 깨달아 주님사랑을 실천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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