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31.목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1815-1888) 기념일 

히브10,19-25 마르4,21-25

 

 

 

사랑의 수행자

-사랑밖엔 길이 없다-

 

 

 

사랑의 빛입니다. 사랑의 등불입니다. 세상 어둠을 밝히는 사랑의 빛, 사랑의 등불입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사랑이 먼저입니다. 사랑은 성덕의 잣대, 판단의 잣대입니다. 사랑의 삶을 살아서 비로소 사람입니다. 사람-삶-사람이 연결되는 느낌의 우리 말이 고맙습니다. 몇가지 사랑의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며칠전 조계사에서 있었던 세미나에 앞서 시각장애인 불자와 식사할 때 옆자리에 앉아 묵묵히 반찬을 일일이 숟가락에 담아주던 참 배려심 많던 착한 자매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숨겨진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이웃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각장애인입니다. 혼자서는 못삽니다. 참으로 이웃 사랑이 뭔지 실감했습니다. 시간 지날수록 생생히 기억될 것입니다. 

 

2.어제는 수도형제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다.”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병원에 함께 동행하여 불편함을 다 해소해줬기 때문입니다. 무려 2시간을 함께 해줬습니다. 수도형제의 숨겨진 사랑이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나이에 따른 굼뜬 언행으로 ‘아, 이제 나도 도움을 받을 나이가 되었나?’하며 겸손히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3.어제 갑작스럽게 상담차 찾았던 70대 후반의 형제분과의 만남도 잊지 못합니다. 집안에서의 냉대와 소외감에 말할 곳도 없어 지인의 소개로 수도원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최대한 공감하며 많이 듣고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임을 상기시킨 후 이름을 물었습니다.

 

“천등 베드로입니다.”, 부끄러운 이름이라하며 명함을 내보였습니다. 즉각적으로 제 나름대로 해석하며 격려했습니다. “천등天燈! 하늘의 등, 태양이 아닙니까? 하늘의 태양처럼 사십시오. 너무 좋은 이름입니다.” 강복과 더불어 기도문과 ‘말씀 처방전’을 받고 떠날 때는 “기분 엄청나게 좋다!” 말했습니다. 저녁식사후 세기시 수도형제는 “천등千等보다는 일등一等이 좋지 않느냐?”는 대답에 ‘아, 한자 풀이로 하면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새삼스런 깨달음이었습니다. 모두 사랑이 답임을 입증하는 예화들입니다. 

 

5.오늘은 성요한 보스코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만 73세 비교적 장수를 누린 성인입니다. 성인에 관한 여러 사실을 소개합니다.

 

-성인은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깊은 신앙과 근면한 노동정신 그리고 순종의 덕을 배웠다.---성인은 엄격한 규율이나 훈련을 피하고 사랑으로 대하였으며, 각자의 개성과 신앙을 격려하여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로 길러냈다.---임종시 자신을 지켜보는 회원들에게 한 유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고 아무에게도 악을 행하지 마십시오! 나의 아이들에게 천국에서 기다리겠다고 전해 주시오.”-

 

역시 사랑의 성인 요한 보스코입니다. 어렸을 때 보고 배우는 데 어머니의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깨닫습니다. 

 

6.얼마전 왜관 수도원 저녁기도에 참석했던 유명부부의 일화도 생각납니다. 남편 동년배의 70대 후반 수도자들이 행렬의 맨앞에 서서 성전에 들어오는 모습이 슬펐다는 남편의 말을 문간 수사에게 전했더니, “아, 천국에 갈 날이 가까웠으니 기뻐해야죠!” 덕담에 유명인사의 부부는 큰 감명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평범한 사랑의 말이 새삼스런 깨우침이 됩니다.

 

오늘 복음의 등불의 비유가 참 심오합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비밀은 없습니다. 결국은 사랑과 진실은 빛과 같아서 투명하게 다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야 합니다. 누구도 등불을 켜서 그것을 덮어두지 않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사랑은 세상의 빛과 같아서 숨겨두어선 안되고 드러내야 합니다. 우리 사랑의 마음은 숨겨둘 것이 아니라 알려야 하고 나눠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에 관한 복음이나 우리의 믿음이나 지식은 우리 자신만이 간직해야 할 사적인 어떤 것이 아닙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는 모든 계명을 지키고 자주 미사에 가며 은총 상태에 머물러 있는 자가 아니라, 믿음의 빛을 발산하는 자이며 그가 지닌 하느님 사랑의 체험을 많은 이들과 관대하게 나누는 자입니다. 우리의 내적 삶이 아무리 좋다해도 신자임이 보이도록 드러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쨌든 실패한 것입니다. 

 

신자가 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도가, 복음 선포자가, 즉 말과 행동으로 믿음과 사랑을 나누는 자가 됨을 의미합니다. 삶자체가 살아있는, 걸어다니는 복음서, 주님 사랑의 빛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것을 받게 될 것입니다. 가진 자는 더 많이 받게 되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 조차 잃게 됩니다. 주인에게 받아놨던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땅속에 묻어놨던 소심한 종의 비유가 입증하는 진리입니다. 투자하는 자는 더 많이 되돌려 받게 됩니다. 결국은 사랑의 투자입니다.

 

진인사대천명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묵묵히 믿음의 씨를, 희망의 씨를, 사랑의 씨를, 복음 말씀의 씨를 뿌리는 삶에 항구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을 것이며 하느님은 아실 것입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행복한 부자입니다.

 

믿은 이들의 삶은 줌으로써 얻습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줄 때입니다. ‘누구든지 줄 때 얻습니다(When everyone gives, everyone gets)’. 너무나 평범 자명한 사랑의 진리입니다. 역시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입니다. 사랑할 줄 몰라 행복을 곁에 놔두고 불행한 삶입니다. 사랑 공부엔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히브리서 저자가 고맙게도 우리 모두 충실한 신앙생활을 하도록 격려합니다.

 

“그러니 진실한 마음과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께 나아갑시다.---우리가 고백하는 희망을 굳게 간직합시다. 약속해 주신 분은 성실하십니다. 서로 자극을 주어 사랑과 선행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입시다. 우리의 모임을 소홀히 하지 말고, 서로 격려합시다.”

 

이런 믿음, 희망, 사랑의 신망애의 공동체 모임에 뿌리를 두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할 때 샘솟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런 공동체야 말로 마르지 않는 ‘신망애信望愛의 샘’, ‘하느님의 샘’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언제나 사랑의 수행자로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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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1.31 10:03
    오늘 하루는 "하느님 사랑합니다"를 수시로 기억하고 묵상하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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