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14.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루카19,28-40 

이사50,4-7 필리2,6-11 루카22,14-23,56

 

 

 

참 행복한 예닮 삶의 여정

-신뢰, 기도, 비움-

 

 

 

어제 암투병중인 믿음 깊은 형제와 그 부인을 만났습니다. 목과 머리 뒷부분의 암으로 인해 30회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수도원의 저를 방문하자 부부가 큰 절을 했고 저도 함께 절로 응답했습니다. 목주변은 방사선 치료로 온통 화상을 입은 듯 했습니다.

 

“사순절 동안 내내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참 힘들었습니다. 주님과 함께 사순절 동안 수난을 겪는 마음이었습니다. 아내가 시종일관 늘 함께 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아, 부부가 한 몸의 일치가 되는 것도 평생 여정이네요. 결혼했다 하여 부부가 아니라 온갖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고통등 산전수전,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통해 부부 일치도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 이미 믿음의 투병 자체로 연옥 고통을 겪으셨고 보속도 했습니다. 성주간 잘 지내시고 쾌유되어 주님과 함께 부활 축제를 지내시기 바랍니다.”

 

믿음 깊은 부부와 주고 받은 덕담과 더불어 보속의 말씀 처방전으로 이사야서 말씀을 써드렸습니다. 바로 제 여섯째 숙부가 암투병중 선종전 한주간 꼭 지니고 사셨던 생명의 말씀입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말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 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41,10).

 

저절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과정입니다. 각자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평생 성장, 성숙되어갈 때 비로소 하느님의 사람이 됩니다. 예수님을 닮아 참 사람이 되어가는 여정으로 불림 받은 우리들입니다. 이 또한 평생여정, 평생과정입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예수님을 닮은 참 행복한 삶에 대한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첫째, 신뢰입니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이 주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입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에서 착안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입니다. 무신불립입니다. 신뢰가 없으면 서지 못합니다. 신뢰보다 큰 자산이 없습니다. 신뢰로 하느님 중심에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면 불안과 두려움에 끝없는 표류요 방황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신뢰해야 합니다. 사랑의 신뢰입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 자주 들으셨을 것입니다. 시편의 다음 말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신뢰의 고백입니다.

 

“하느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나의 주님, 당신만이 나의 행복이십니다.”

 

오늘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의 고백이 그대로 신뢰의 사람,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의 고백처럼 들립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 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온통 주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 신뢰의 고백입니다. 탓할 것은 주 하느님이 아니라 주 하느님께 대한 나의 신뢰 부족입니다. 주님께 대한 신뢰 역시 평생 여정입니다. 날로 주님과 신뢰의 관계 깊어가는 여정일 때 비로소 주님을 닮아가며 행복한 삶입니다. 

 

둘째, 기도입니다.

신뢰에 이어 기도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신뢰하기에 저절로 기도입니다. 오늘 수난복음에서 착안했습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기도입니다. 하느님과 생명의 소통이, 사랑의 대화가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하지 않고, 하느님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는 이들이 참 불가사의입니다. 얼마나 위태하고 허무한 삶인지요! 

 

그러니 헛된 것들의 유혹에 빠지고 무지의 어두움 중에 방황입니다. 하여 무지로 인해 죄도 많고 병도 많습니다. 무지의 병의 치유에 기도보다 더 좋은 처방약은 없습니다.

 

보십시오. 원래 루가복음 사가가 강조하는 예수님의 기도였지만, 오늘 주님 수난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감동적인 기도가 심금을 울립니다. 늘 읽어도 새로운 감동으로 와닿는 예수님의 기도에 관한 내용을 직접 모두 인용합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지게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고뇌에 싸여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집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바로 무지의 죄, 무지의 병, 무지의 병임을 깨닫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이처럼 무지의 죄의 어둠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참으로 기도할 때 비로소 용서도 가능합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숨을 거두십니다.-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나는 예수님 삶의 여정입니다. 사랑의 신뢰이듯 사랑의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인내, 겸손, 온유, 신뢰, 지혜 모두 기도의 샘에서 나왔음을 봅니다. 모두가 기도의 열매, 은총의 열매들입니다.

 

기도의 여정입니다. 기도도 배워야 합니다. 예수님을 닮아갈수록 기도 또한 깊어질 것이요 기도가 깊어지면서 예수님과 일치의 관계도 날로 깊어질 것입니다. 사랑에 초보자인 우리들이듯 기도에도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들이요 평생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기도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비움입니다.

기도에 이어 비움입니다. 기도와 비움은 함께 갑니다. 오늘 제2독서 필리비서의 비움찬가에서 착안했습니다. 삶은 비움의 여정입니다. 순종과 섬김, 겸손을 통한 비움입니다. 끊임없이 비워가는 삶의 여정중에 주님과의 일치도 깊어집니다. 그러니 삶에서 오는 온갖 어려움들 비움의 계기로 삼으십시오. 사랑의 비움입니다. 사랑으로 부단히 나를 비워갈 때 예수님을 닮고 서로간의 평화로운 공존입니다. 섬김을 통한 자기 비움입니다. 마치 다음 말씀이 예수님의 유언처럼 들립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

 

겸손의 사랑은 섬김을 통한 자기 비움으로 드러납니다. 섬김의 배움터에서 섬김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예수님의 비움은 필립비서에서 절정을 보여줍니다. 참 아름다운 비움의 사람,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비움의 여정은 순종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사랑의 비움, 사랑의 섬김, 사랑의 겸손으로 요약되는 예수님의 감동적인 평생여정을 보여 줍니다. 참 아름다운 분,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참 좋은 선물, 참 사람의 영원한 모델, 우리 삶의 영원한 좌표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이런 예수님이 우리 삶의 여정 중심에 자리 잡고 계시기에 비로소 살 맛을, 살 희망을 갖게 된 우리들입니다.

 

예수님을 닮아 참 행복한 성인의 삶은 부단한 신뢰와 기도와 비움의 여정에 항구할 때 비로소 이루어짐을 깨닫습니다. 신뢰의 여정, 기도의 여정, 비움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예수님께 대한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바로 우리의 영원한 희망이신 예수님의 고양된 영광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참 아름답고 사랑스런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이런 당신과의 일치를 날로 깊게 해주시니 저절로 흘러나오는 고백의 기도입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생명, 저의 사랑,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선물의 하루이옵니다.

 

이제 당신을 닮아

온유와 겸손, 인내의 사람이 되는 것이

제 소망이오니 간절히 청하는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당신께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04.14 21:31
    주님께 대한 굳은 신뢰를 통해 오늘 하루도 기쁘게 마감을 주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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