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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2.연중 제7주간 토요일                                                                          집회17,1-15 마르10,13-16

 

 

 

평생과제

-참 사람이 되는 일-

 

 

 

식사할 때 수녀원이나 수도원 식탁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합니다. 자연스럽게 비숫한 나이대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청년기, 중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나뉘어진 모습이 흡사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을 상징하는 듯 보입니다. 이삼십년전 고왔던 모습들이 노년의 겨울모습으로 변한 것을 보면 언뜻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끼기도 합니다.

 

더불어 사람의 내적성장과 성숙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외적으로는 노쇠해가더라도 내적으로는 계속 성장과 성숙의 여정중에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요즘 자주 드리는 덕담도 있습니다. 장년이나 노년에 접어든 신심깊은 분들을 대할 때 하는 말마디입니다.

 

“형제님은 4/5정도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남은 1/5만 최선을 다해 사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런 덕담을 드리면 모두가 좋아합니다. 사람마음 깊이에는 참 사람의 성인이 되고 싶은 갈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신문에서 ‘이주의 문장’란에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라. 세상의 많은 것들이 ‘늙어 갈수록’ 더 훌륭해지지 않는가. 와인과 치즈가 그렇고, 장작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친구나 사람의 영혼도 시간이 갈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얼마전 읽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중 4번째 법칙, “당신을 현재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는 주제하의 여러 잠언도 나누고 싶습니다.

 

“원망과 오만, 기만은 악마의 삼형제다. 이 악마의 삼형제보다 인생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작은 목표를 세워라.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가장 높은 목표를 세워라. 그리고 오늘에 집중하라.”

 

모든 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권하는 바 오늘 여기 지금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제 자작 좌우명시도 이와 맥을 같이 합니다. “수도자는 누구인가?”, “날마다 수도자는 누구인가?” 묻는 자가 수도자라 합니다. 수도자는 무엇을 ‘하기 위해(to do)’서가 아니라 사람이 ‘되기 위해(to be)’ 수도원에 왔다고 합니다. 

 

바로 평생공부가, 죽어야 끝나는 평생공부가 참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공부입니다. 사실 사람이 되는 평생공부보다 중요하고 힘든 공부도 없습니다. 토마스 머튼에 대해 자주 인용되는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그는 가톨릭 이전에 그리스도교인이었고, 그리스도교 이전에 종교인이었고, 종교인 이전에 사람이었다.”

 

최고의 성숙한 경지를 일컬어 ‘사람이었다’라 정의 합니다. ‘사제이기 이전에 사람이 되라’, ‘수도자이기 이전에 사람이 되라’는 말마디도 연상됩니다. 바로 오늘 독서와 복음은 참 사람의 소재에 대해 밝혀 줍니다. 오늘 제1독서 집회서는 ‘인간의 위치’에 대해 즉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혀 줍니다. 

 

한마디로 하느님 없는 인간은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오늘날의 혼돈과 혼란은 하느님을 잃어 길을 잃음으로 자초한 화임이 드러납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하느님 없는 인간 중심의 삶에서 자초한 무지의 눈먼 삶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를 때 무지의 병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아갈수록 무지에서 벗어나 겸손과 지혜의 사람이 됩니다. 하느님 없이는 애당초 회개와 겸손도 없으니 사람이 되는 길도 없습니다. 집회서의 몇 대목을 인용합니다.

 

“주님께서 사람을 흙에서 창조하시고 그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게 하셨다.”

흙humus에 어원을 둔 사람human이요 겸손humilitas입니다.

“그분께서는 분별력과 혀와 눈을 주시고 귀와 마음을 주시어 깨닫게 하셨다.”

“그분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당신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 주시어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보게 하시고, 그들이 당신의 일들을 영원히 찬양하게 하셨다.”

 

온통 문장의 주어는 ‘그분께서는’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인간에게 ‘하셨다’, ‘주셨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주어가 빠진 현대인 삶의 문장입니다. 주어가 없는 삶의 문장같은 현대인들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삶의 문장의 주어가 하느님이심을 아는 것이 바로 하느님 중심의 삶이요 이에 따른 은총의 선물이 겸손이요 지혜입니다.

 

내 삶의 성경책의 문장의 주어가 하느님이심을 깨달아 알 때 저절로 하느님 찬양과 감사입니다. 신구약 성경책만 렉시오 디비나 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성경책’을 렉시오 디비나 할 때 비로소 렉시오 디비나의 완성입니다. 바로 이런 이들이, 내 삶의 문장의 주어가 하느님이심을 참으로 깨달아 아는 이들이 오늘 복음의 어린이가 상징하는 바의 사람들입니다. 이런 어린이가 상징하는 바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인 아나뵘입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참으로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신뢰심과 경외심이 가득한 이들이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나이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이들의 삶자체가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저절로 어린이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수련을 통해서입니다.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주님을 닮아 온유하고 겸손하며, 자비롭고 지혜로우며, 단순하고 진실해질 때 어린이같은 참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수행의 궁극 목표이자 평생과제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날로 당신을 닮아 점차 참 사람의 내가 되게 하십니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에서 영원까지, 그분을 경외하는 이에게 머무르리라.”(시편103,17ㄱ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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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3.02 12:13
    주님 주신 매일 말씀으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평생 수련을 통해 주님을 닮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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