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건강 검진의 날 -재의 수요일-2019.3.6.재의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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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6.재의 수요일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영적 건강 검진의 날

-재의 수요일-

 

 

 

오늘은 재의 수요일, 오늘 3월 6일 부터 시작된 은혜로운 사순시기는 다음 달 4월 18일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 계속됩니다. 가톨릭 교회의 전례력이 내심 고맙습니다. 평소 소홀히 했던 수행생활을 새로이 하여 영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특별 영적 훈련 기간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마침 오늘은 홀수해에 태어난 만40세 이상의 우리 수도형제들 6명이 건강 검진을 받는 날입니다. 사순시기 재의 수요일과 겹치니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 강론 제목을 “영적 건강 검진의 날-재의 수요일-”로 정했습니다. 육신의 건강 점검과 대책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영적 건강 점검과 그 대책입니다. 

 

새벽 인터넷 뉴스가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미세 먼지 지옥, 이게 사람 살 수 있는 나라냐?”, “한국 초미세먼지 OECD 2위. 100대 최악도시중 한국 44개. 에어비주얼 ‘5일 서울은 세계최악 3위’” 참으로 우려할 만한 사태입니다. 미세 먼지의 원인인 화석연료(석유, 석탄) 사용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믿는 이들 모두가 소비의 절제로 검약儉約한 삶에 힘써야 할 사순시기입니다. 

 

분도성인도 수도승들에게 사순시기 각별히 수행생활에 힘써야 할 것을 권합니다. 길다 싶지만 영적 건강에 참고가 되겠기에 ‘제49장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 내용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악습들을 멀리하고, 눈물과 함께 바치는 기도와, 독서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통회와 절제에 힘쓸 때, 합당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소의 섬김의 분량에 어떤 것을 이 시기에 더 늘일 것이니, 곧 특별한 기도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절제이다.

 

그리하여 성령의 즐거움을 가지고 자기에게 정해진 분량 이상의 어떤 것을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바칠 것이다. 즉 자기 육체에 음식과 음료와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의 즐거움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릴 것이다.”

 

사순시기 재의 수요일, 영적 건강 검진의 날에 참 적절한 권고 말씀입니다. 이를 근거로 우리 수도자들은 사순시기 지킬 수행 항목을 적어 원장에게 제출합니다. 주목할 사실은 규칙서에서 ‘즐거움gaudio’란 말마디가 유일하게 여기서 2회 나온다는 것입니다. 

 

우울하고 어둡게 지내는 고행의 사순시기가 아니라 성령의 즐거움, 영적 갈망의 즐거움을 지니고 부활 축일을 기다리는 사순시기라는 것입니다. 어제 마침 몇분 형제자매가 고백성사를 보러 왔기에, 2019.3.6.-4.21 부활 축일 까지 실천하라 써준 보속의 ‘말씀 처방전’도 생각납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형제(자매)님에게 보여 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거룩하고 은혜로운 영적훈련의 사순시기입니다. 육신건강 이상으로 중요한 영적건강입니다. 어떻게 영적 건강의 삶을 살 수 있겠는지요. 오늘 말씀을 바탕으로 그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첫째, 회개하십시오.

오늘 제1독서 요엘 예언서는 온통 회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본연의 하느님 안 제자리로 돌아와 깨어 ‘참 나’의 진짜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너그럽고 자비로운 하느님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회개입니다. 한 번 만의 회개가 아니라 끊임없는 회개로 참 나의 자리로 돌아와 주님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삶입니다. 회개의 수행이 영적 건강에 우선적 요소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화해하십시오.

회개와 더불어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은 물론 나와, 또 이웃과 화해할 때 마음의 평화와 기쁨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하느님과 화해하여 오늘 여기서 지금 여기서 은혜 충만한 사순시기를 살 것을 권고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요, 구원의 날입니다.”

 

비단 사순시기뿐 아니라 날마다 여기 오늘 지금이 은혜로운 때요 구원의 날입니다.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 나와 이웃과 화해할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 생명과 빛, 안정과 질서, 평화와 기쁨입니다.

 

셋째, 수행에 충실하십시오.

회개와 화해에 이어 수행생활의 충실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 수행이요 수행을 통한 마음의 순수와 자유입니다. 사랑의 수행이 없이는, 자기훈련이 없이는 마음의 순수도 자유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권하는 대표적 수행은 자선과 기도, 단식입니다. 모두가 철저히 하느님 아버지 중심의 수행입니다.

 

“너희는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바로 이런 아버지 중심의 겸손한 사랑의 수행 자세가 관상 수행 생활의 대원칙입니다. 참으로 내적으로 하느님 중심에 깊이 뿌리 내린 겸손한 수행입니다. 이래야 세상 유혹에 빠지지 않고 내적 기쁨과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결코 닫힌 이기적 수행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려 있는 자발적 사랑의 수행입니다. 성령의 즐거움으로, 영적 갈망의 즐거움으로 행하는 수행입니다.

 

참으로 영혼을 단련시킬, 영적건강을 새롭게 회복할 절호의 기회가 오늘부터 시작되는 사순시기입니다. 은총의 사순시기, 영적건강의 회복을 위해 무리하지 마시고 구체적 수행 계획을 세워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영혼이 건강해야 육신의 건강도 뒤따릅니다. 영혼이 하느님 중심에 확고히 뿌리 내릴 때 내적균형과 질서의 삶이요 육신도 영혼에 순종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머리에 재를 얹어 주실 때 사제의 다음 말씀도 마음 깊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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