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선택하라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2019.3.7.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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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7.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신명30,15-20 루카9,22-25

 

 

 

생명을 선택하라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오늘에서야 어제가 경칩驚蟄임을 알았습니다. 잠자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사순시기 첫 날, 재의 수요일에도 잘 어울립니다. 7일 연속 계속되는 초미세먼지 재난이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를 질식시킬 기세이지만 삶을 바로 잡으라는, 영혼이 잠에서 깨어나라는 표징으로 알아 듣고 싶습니다. 영적 미세먼지를 청정淸淨하게 해야 할 은총의 사순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모 주간지의 표제와 내용도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배달공화국”주제하의 일부 내용을 인용합니다.

 

“진화하는 배달은 누군가로부터 삶의 질을 빼앗고, 전통시장의 기능을 위축시킨다.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과 함께 보행자가 다니는 인도마저 앗아간다.- --배달에 따른 일회용품의 증가도 환경오염의 부작용을 부른다. 배달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일회용품만 하루 2000만개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오로지 편의만을 추구하는 ‘배달의 시대’, 과연 누구를 위한 배달인가.”

 

하루 버려지는 일회용품만 2000만개라니 이또한 참 심각한 현상입니다. 편의만을 추구하는 시대, 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바꿀수 있다면 사순시기 바꿔야 할 삶의 관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또한 선택의 결행입니다.

 

어제 건강 검진 센터 게시판에 붙어 있던 평범한 글귀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와 닿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치유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라는 글귀입니다. “구원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로 바꿔도 그대로 통합니다. 생명의 하느님, 구원의 하느님, 최고의 명의이신 하느님이십니다. 

 

며칠전 면담고백성사를 받던 60대 초반의 밝고 평화로운 형제의 얼굴도 잊지 못합니다. 제 매일 강론을 읽고 여러 지인들과 나누며 제 행복기도문을 너무 좋아하여 쿼팅하여 늘 안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는 다는 것이었고, 많은 분들과 나눴다는 것입니다. 이 형제의 한마디에 저는 큰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매일 강론을 읽으며 신부님은 ‘늘 하느님과 함께 계시는 분’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늘 하느님과 함께 계시는 분’, 얼마나 은혜로운 말마디인지 꼭 그대로 믿고 살아야 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습니다. 삶은, 행복은 선택이자 은총입니다. 생명을, 생명의 하느님을 선택할 때 행복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버리면 버렸지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습니다. 어제 면담성사시 굳어있던 수녀님이 목이 메어 잠시 멈췄던 행복기도문입니다.

 

“주님/눈이 열리니/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천국이옵니다.

 

 곳곳에서/발견하는/기쁨/평화/감사/행복이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살 줄 알면 행복임을 깨닫나이다.”

 

오늘 제1독서 신명기의 모세를 통한 주님의 말씀은 시공을 초월하여 그대로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생명을, 행복을 선택하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은 오늘 사순시기를 맞는 우리 모두에게 거푸 두 번씩이나 간곡히 당부하십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신명30,15-16ㄱ).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께 매달려야 한다. 주님은 너희의 생명이시다.”(신명30,10-20ㄱㄴ).

 

얼마나 은혜로운 당부 말씀인지요. 하느님은 우리의 생명이요 행복이십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그분의 말씀을, 계명을 지킬 때 비로소 행복한 삶입니다. 이 거룩한 사순시기, 영적미세먼지를 말끔히 정화하여 청정한 영혼으로 살게 하는 생명의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아주 분명히 생명의 길을 제시하십니다. 예외 없이 살고자 하는 사람이 선택해야 할 생명의 길, 구원의 길, 행복의 길은 이길 하나뿐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강조되는 “날마다”입니다. 참으로 따를 생명의 주님이 있는 우리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광야인생, 따를 생명의 주님이 없다면 그 인생 얼마나 암담하고 삭막하겠는지요. 날마다 죽는 그날까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생명의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내 고유의 운명의, 책임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기쁘게 찬미노래 부르며 사랑하는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니 십자가의 짐을 덜어 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질 수 있는 믿음의 힘, 희망의 힘, 사랑의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제 자작 좌우명 기도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을 나눕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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