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샘, 생명의 강 -신자들의 삶-2019.4.2.사순 제4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02,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9.4.2.사순 제4주간 화요일                                                                                    에제47,1-9.12 요한5,1-16

 

 

 

생명의 샘, 생명의 강

-신자들의 삶-

 

 

 

얼마전 월간지 가톨릭 다이제스트 4월호에서 의미깊은 기사를 읽었습니다. 김원 건축가의 인터뷰 기사 중 한 대목이었습니다. 퇴계 선생의 안동 도산서원의 샘에 대한 설명입니다.

 

-도산서원 입구에 샘이 하나 있는데 ‘열정’이라고 해요. 원래부터 거기 있던 샘이에요. 그리고 그 위로 쭉 올라가보면 서원 맨 뒤쪽에 ‘몽천蒙泉’이라는 옹달샘이 있어요. ‘정’은 두레박으로 퍼올려야 올라오는 깊은 물을 의미하는데 ‘천泉’은 솔솔솔 솟아오르는 샘물이니까 흘러서 퍼져나가지요. 

퇴계가 무릎을 치면서 “이게 바로 학문이다!” 학문도 그렇게 퍼올려야 깊어지는 것이고, 퍼올려도 혼자 취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저 꼭대기에서 물이 솟아 흘러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듯이 학문도 그렇게 퍼뜨려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성균관이든 향교든 서원이든 유교 계통의 모든 교육기관 앞에는 강학講學공간이 있고, 뒤에는 기도祈禱하는 공간이 있어요. 공부만 하면 안되고 공부한 다음에는 기도하면서 반추反芻하는 거예요-

 

그대로 관상을 상징하는 ‘열정’의 깊은 샘이요, 활동을 상징하는 ‘몽천’의 옹달샘입니다. 관상의 생명의 샘에서 세상에 흘러가는 생명의 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에제키엘서에서 주님의 성전은 ‘열정’이자 동시에 ‘몽천’임을 깨닫습니다. 성전의 생명의 깊은 샘에서 흘러나온 생명의 강물은 세상 사방으로 퍼저나가 모두를 살립니다. 흡사 인터넷에 올린 생명의 강론이 온 세상신자들에게 흘러가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관상의 열매는 독점하지 않고 두루 나눠야 함을 배웁니다. 에제키엘서의 천사의 설명입니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그 바닷물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생명의 강은 그대로 성전에서의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성전의 생명의 샘에서 세상으로 흘러가는 은총의 강물, 생명의 강물이 세상을 살린다는 것입니다. 바로 수도원은, 성당은 은총의 ‘열정’인 샘이자 ‘몽천’의 강이요, 수도원에서, 성당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이 거룩한 성체성사 미사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 또한 열정의 깊은 생명의 샘이자 몽천의 생명의 강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벳자타 못가의 눈먼이, 다리저는 이,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 이 같은 병자들을 찾습니다. 서른여덟 해나 앓는 사람이 누워있는 것을 보신 예수님은 그에게 묻습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

 

마치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물음같습니다. 그 병자의 대답입니다.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

 

아직 그 병자는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모릅니다. 진정 살리고 치유하는 예수님이 진짜 벳자타 못임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우리는 영육의 병을 치유받고자 진짜 베자탓 못가 주님의 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즉각적 개입입니다.

 

“일어나 네 들 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그 병자는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 것을 들고 걸어 나갑니다. 진짜 벳자타 못인, 생명의 샘이자 생명의 강이신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치유받은 병자입니다. 그대로 에제키엘 예언서에 나오는 생명의 샘이자 생명의 강이 상징하는 바 병자를 치유한 예수님입니다. 주님은 복음의 병자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깊이 들여다 보면 알게 모르게 죄에서 기인하는 병임을 깨닫습니다. 우리 역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진짜 생명의 샘, 벳자타 못이자 생명의 강이신 주님을 만남으로 죄를 용서받고 병도 치유받습니다. 옛 사막교부들은 하느님이 계신 곳을 찾지 말고 하느님을 찾으라 했습니다. 그러니 벳자타 못을 찾아 밖으로 나갈 것은 없습니다. 바로 믿음의 눈만 열리면 오늘 지금 여기서 만나는 생명의 벳자타 못 파스카의 에수님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시간, 벳자타 못인 당신의 은총으로 치유받는 우리를 당신 생명의 샘이자 생명의 강으로 파견하십니다. 다음 에제키엘서의 대목은 미사은총과 더불어 예수님과 하나된 우리와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한 풍성한 축복을 상징합니다.

 

“이 생명의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하여 모시는 말씀과 성체가 우리 영혼의 양식이자 약임을 깨닫습니다. 아멘.

 

 


Articles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