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광야 여정 -예닮의 삶-2019.4.9. 사순 제5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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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9. 사순 제5주간 화요일                                                                               민수21,4-9 요한8,21-30

 

 

 

인생 광야 여정

-예닮의 삶-

 

 

 

오늘 미사시 본기도 첫부분, “주님, 저희가 한결같이 주님의 뜻을 따르게 하시며---” 중 ‘한결같이’란 말마디가 새롭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50년전 교대시절 절친이 타계하기 전 교장으로 봉직하던 서울교대부속초등학교 정원에 세워진 친구의 묘비명이 ‘한결같이’입니다. 한결같이 성실하게 살았던 친구 교장의 좌우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우리 수도원 예수성심자매회 회장 자매님의 두 남매 손주의 이름도 생각납니다. 누나는 ‘한별’이고 남동생은 ‘한결’이란 참 좋은 이름입니다. 인생광야여정에도, 정주의 삶에도 한결같아야 함을 배웁니다. 

 

어제 어느 자매님에게 드린 충고 내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찾고자 방문한 자매님이었습니다. 교회기관에 평생 일하다가 퇴임한 분으로 신앙생활중 많은 내적 상처를 입은 분입니다. 때로는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답을 드렸습니다.

 

“길은, 답은 멀리 밖에 있지 않습니다. 자매님의 삶의 자리, 바로 거기 길이, 답이 있습니다. 지금 갖가지 생각들은 유혹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대로 주님께 희망과 믿음을 두고 자매님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면 됩니다. 자매님의 삶의 자리에 항구하고 충실하다보면 언젠가 길이 열릴 것이고 어둠도 걷힐 것입니다.”

 

면담성사후 보속으로 드린 말씀 처방전은 “이스라엘아, 이제부터 영원토록 네 희망을 하느님께 두어라.”는 시편 131장 3절 말씀이었습니다. 어제 고백성사차 방문했던 어느 본당사제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부활을 앞둔 사순시기 신자들 가정 방문이 있었습니다. 어느 자매님 집에 갔다가 신부님이 써드린 말씀처방전을 한눈에 띄도록 식탁 유리판 밑에 놓아둔 것을 보고, ‘아, 자매님, 요셉수도원에 다녀 왔군요!’하고 소리쳤습니다.”

 

듣는 순간 참 보람을 느꼈습니다. 삶의 여정중에 하느님 말씀이 ‘삶의 이정표’가 된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는지요. 참 많이 나눴던 산티야고 순례 여정 체험에 바탕둔 인생광야여정의 네요소, ‘1.하느님 목표, 2.삶의 이정표, 3.도반, 4,기도’였습니다. 성공적 광야 여정을 위한 필수적 네 요소입니다. 

 

죽어야 끝나는 삶의 여정입니다. 흔히 저는 이를 일컬어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여정’이라고도 합니다. 하여 피정지도시 자주 순례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할 때 오전 또는 오후 몇시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 또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어느 인생계절에 위치해 있는지 점검토록 합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우리의 광야여정에 좋은 가르침을 줍니다. 광야여정중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을 쏟아붓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대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 것 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앞으로의 하느님 미래를, 희망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과거를 그리며 하느님과 모세를 원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완전히 희망과 비전, 신뢰를 상실한 모습입니다. 하느님은 물론 인도자이자 도반인 모세와의 신뢰상실을 반영합니다. 

 

삶의 궁극의 목표이자 미래인 하느님은 물론 참 좋은 도반인 모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기에 이런 방황이요 불평입니다. 마침내 불뱀에 물려 죽게 된 이들의 간청에 모세는 하느님께 기도했고 바로 여기서 선물처럼 주어진 구리뱀입니다.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그대로 삶의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된 기둥위에 높이 달린 구리뱀입니다. 기둥위에 달린 구리뱀은 그대로 희망의 표징, 회개의 표징, 치유의 표징인 예수님의 십자가를 예표합니다. 예수님의 신원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환히 계시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입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높이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만 말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내가 나임을’이라는 표현입니다. 탈출기의 ‘나는 나다’ 라는 하느님의 이름이 연상되는 표현입니다. 바로 파스카의 예수님은 성부 하느님과 같은 차원의 신적존재임을,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성실하시고 또 믿을 수 있는 분이심을 드러냅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예수님을 통해서 만나는 하느님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인생광야여정중 평생 인도자이자 도반인 예수님과의 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참 좋은 삶의 이정표,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볼 때 마다 상기해야 하는 마태복음 마지막 말씀과 수도원 십자로 부활상 아래 바위판에 새겨진 말씀 둘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14,27).

 

‘나다.’ 바로 하느님과 같은 차원이 신적존재임을 밝히는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파스카의 주님은 우리의 광야 인생 여정중의 영원한 인도자이시며 도반이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와 신뢰의 우정을 날로 깊이해 주시어 우리 모두 당신을 닮아 온유와 겸손, 기쁨과 평화의 예닮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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