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닮의 여정 -정화, 비움, 치유-2019.4.24.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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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24.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사도2,36-41 요한20,13-35

 

 

 

예닮의 여정

-정화, 비움, 치유-

 

 

 

어제 미사 후 도반사제와 나눈 덕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미사중 깨달음처럼 떠오른 생각을 꼭 나눠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교 용어지만 저는 내적 순례 여정의 동반자를 일컫는 ‘도반道伴’이란 말마디를 좋아합니다. 

 

“신부님은 3/4은 치유되었습니다. 언젠가 떠날 무렵 나머지 1/4은 다 치유될 것입니다.”

 

말한 후 하나를 덧붙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부님은 3/4은 성인이 되었습니다. 떠날 무렵에는 나머지 4/4 완전 성인이 될 것입니다.’라는 덕담입니다. 이에 깨달음처럼 스친 오늘 강론 주제가 ‘예닮(예수님 닮기)의 여정’입니다. 

 

우리 삶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영원한 도반이신 파스카의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을 찾아가는 내적 여정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날로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영원한 도반, 예수님을 닮아갈 것이니 말그대로 ‘예닮의 여정’입니다. 이어 다음과 같이 깨달음을 정리했습니다.

 

-“삶은/비우고 또 비워

  정화되고 또 정화되어

  예수님을 닮아/참나(眞我)의/성인(聖人)이 되어가는/예닮의 여정

  비움의 여정/정화의 여정/치유의 여정이다.”-

 

또 어제 아침 집무실 입구에서 수도원 경내 주변을 바라보며 쓴 글도 생각납니다. 수도원 경내 나무들의 과감한 전지剪枝 후로는 전망이 탁 트여 정말 좋습니다. 넓고 깊은 수도원 경내의 공간을 통해 하느님의 품을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의 품/을 상징하는

  수도원/의 넓고 깊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을 닮고 싶다.”-

 

상상만해도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결코 무의미하고 허무한 삶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예수님과 함께 예닮의 여정중의 우리들이라는 것입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이런 저런 어려움이나 시련들은 무의미한 것들이 아니라 내적 정화와 비움의 여정에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들을 정화와 비움의 계기로 삼을 때 내적 상처는 점차 치유되고, 하여 예수님을 닮아 참나의 성인이 되어가는 예닮의 여정은 그대로 정화의 여정, 비움의 여정, 치유의 여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우리의 내적 품도 하느님의 품, 예수님의 품을 닮아 수도원 경내의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처럼 날로 넓고 깊고 고요해질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엠마오 도상의 두 제자와 제1독서 사도행전의 베드로와 요한 두 사도가 예닮 여정의 빛나는 모범입니다. 오늘 말씀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보여 줍니다. 우리 역시 예닮의 여정중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복된 미사시간입니다.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 천명하셨습니다. 길이신 ‘예수님을 통해,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진리와 생명의 하느님께 이릅니다. 그러니 길이자 도반이신 파스카의 예수님과 함께 하는 우리의 평생 여정이요, 바로 엠마오 도상의 제자들이 그 좋은 모범입니다.

 

영원한 도반이자 길이신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도 무지에 눈이 가려 예수님을 몰라봤던 두 제자는 후에 예수님의 환대와 더불어 빵을 떼어 주실 때 비로소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 봅니다. 이어 즉시 그들의 여정중에 늘 함께 했던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오늘 엠마오 도상의 복음은 그대로 미사전례를 압축하고 요약합니다. 전반부 말씀전례와 후반부 성찬전례로 구성되어 있는 참 아름다운 엠마오 도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우리 ‘예닮의 여정’에 미사전례가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미사은총은 하루로 확산擴散되고 하루의 삶은 미사로 수렴收斂되면서 ‘미사전례의 생활화’와 더불어 ‘예닮의 여정’도 날로 깊어져 갈 것입니다. 바로 오늘 엠마오 도상의 복음은 미사전례와 삶의 일치를 말해 줍니다. 해마다 똑같은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의 복음과 독서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복음의 엠마오 여정의 내용 못지 않게 사도행전 독서의 내용도 참 아름답습니다. 오늘 ‘아름다운 문’이라 불리는 성전 문 곁에서 자선을 청하는 모태에서부터 불구자였던 걸인은 ‘예닮 영성의 대가’ 베드로와 요한 두 제자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언제 읽어도 신나는 생생한 그림같은 다음 대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그를 유심히 바라보고 나서, “우리를 보시오.”하고 말하였다. 그가 무엇인가를 얻으리라고 기대하며 그들을 쳐다보는데, 베드로가 말하였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베드로는 사랑의 눈맞춤후 그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선물하면서 그의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자 그는 즉시 발과 발목이 튼튼해져 벌떡 일어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베드로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남으로 치유 구원되어 운명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된 불구자입니다. 

 

세상에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예닮의 등정登程’에 오르게 된 치유 구원된 걸인 불구자입니다. 우리 역시 이 거룩한 미사중 부활하신 주님을 만남으로 치유의 구원을 선물로 받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예닮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 주님과 그 권능을 찾아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시편105,3ㄴ-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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