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공부 -서로 사랑하시오-2019.5.19. 부활 제5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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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19. 부활 제5주일                                                      사도14,21ㄴ-27 묵시21,1-5ㄴ 요한13,31-33ㄱ.34-35

 

 

 

평생 공부

-서로 사랑하시오-

 

 

 

새벽부터 하늘 아버지로부터 내린 은총의 단비가 가뭄에 목타던 어머니 대지를, 초목을 촉촉이 적셨습니다. 향긋한 흙내음, 풀내음, 꽃내음이 그대로 성모님의 향기, 파스카 주님의 향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보다 대자대비하신, 공평무사하신 하느님 사랑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습니다. 저절로 생각나는 ‘봄비’라는 자작시입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하늘 은총

 내 딸아이 하나 있다면/이름은/무조건 봄비나 단비로 하겠다.”-

 

어제는 좀 분주하고 힘든 하루였지만 참 화창한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신록과 꽃과 열매의 계절인 5월 성모성월, 저절로 ‘성모성월이요 제일 좋은 시절---’ 성가도 흘러 나왔습니다. 온통 하느님의 사랑은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하느님 사랑을 찾아, 하느님 평화를 찾아 수도원에 머물렀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이자 동시에 ‘자연의 자녀들’인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행복한 얼굴 표정들이었습니다. 흰꽃들 가득했던 때가 얼마 전 같았는데 벌써 물앵두는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물앵두 열매를 보며 써놓은 글도 생각납니다. 열매들은 모두 하느님 사랑의 열매를 상징합니다.

 

-“사랑합니다”/마침내/빨간 열매로 사랑을 고백하는/앵두나무

초록빛 나뭇잎들/믿음 사이로/수줍게 살며시/얼굴 내밀고

사랑을/고백하는/빨간 앵두 열매들/부끄러워/빨갛게 물들었네-1996.5.

 

얼마전 단체피정을 다녀갔던 연로한 분들중, 낯모르는 고령의 87세 요셉 형제가 또 저를 찾았고 전통공예 부채를 선물했습니다. 한눈에 펼쳐진 한문으로 씌어진 1테살5,16-18절, “늘 기뻐하라. 늘 기도하라. 늘 감사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고백성사 보속으로 가장 많이 써드리는 처방전 말씀의 명약名藥입니다. 사랑의 열매이듯 사랑의 선물입니다. 저에겐 이 또한 하느님 사랑의 선물입니다.

 

또 하나는 만남의 선물입니다. 며칠 전 스승의 날을 기억한 41년전 초등학교 4학년 11세 때 제자들 5명이 52세 장년이 되어 스승인 저를 찾았던 것입니다. 잠시 외식후 집무실에서 대화도 나눴고 수도원 경내를 거닐며 사진도 찍었습니다. 저에겐 이 또한 하느님 사랑의 선물, 만남의 선물입니다. 떠난후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입니다.

 

-“선생님 시간을 많이 뺏은 것 같아 죄송했습니다만 저희는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인자하신 선생님 만나 뵈어 넘 행복합니다. 우리 생각만하고 사진만 찍어서 힘드셨을텐데 죄송해요. 시집 읽으며 선생님 생각할게요. 감사합니다.”-

에 이은 저의 답신 메시지입니다.

 

“아, 사진들 모두가 아름답다. 나도 행복했다. 41년전 신우초등학교 시절 너희들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니! 그때는 너희들이 내 사랑 전부였고, 지금은 하느님이 내 사랑 전부란다! 그때는 선생님으로 행복했고 지금은 수사님으로 행복하다!”

 

결국은 자랑이 되고 말았는데, 하느님 사랑의 자랑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 특기가 하느님 자랑입니다. 이 강론도 결국은 좋으신 하느님 사랑의 자랑입니다. 아주 예전 초등학교 동창이 저를 찾았고 한시간 이상 자랑을 풀어 놓고 갔습니다. 

 

저는 할말이 없어 시종일관 듣기만 했습니다. 결국은 자식자랑, 돈자랑으로 요약되었고 저는 정말 자랑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순간 떠오른 것이 하느님 자랑이었고 하느님 사랑의 자랑은 제 주특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유언이자 우리 모두에 대해 주님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유일한 말씀입니다. 존칭으로 바꿔 인용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말로 하셨다면 분명 반말이 아닌 존칭으로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새 계명을 줍니다. 서로 사랑하시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시오. 여러분이 서로 사랑을 나누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여러분이 내 제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 언디서나 현재성을 띱니다. 바로 오늘 이 거룩한 미사중 우리에게 주님 친히 하시는 사랑의 명령입니다. 신구약 성서를 요약한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유일한 단 하나의 소원이 예수님을 통해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여기서 우선 주목할 말마디가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것처럼”입니다. 분명한 사랑의 잣대가, 기준이 제시된 것입니다. 제 좋을 대로의 사랑이 아니라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 사랑으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집착없는 초연한 사랑, 생명을 주고 자유롭게 하는 주님의 아가페 사랑입니다.

 

신구약성서가 바로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방식에 대한 사랑의 교과서입니다. 바로 이 사랑을 배워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평생학인이 되어 평생 하느님 사랑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들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사랑의 학교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는 것입니다. 참으로 갚을 길 없는 무한한 하느님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런 사랑을 배워 실천하는 것입니다. 

 

무지에 눈이 가려져 몰라서 그렇지 눈만 열리면,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하느님 사랑에 눈이 열려가는 ‘개안의 여정’, 하느님 사랑을 깨달아 가는 ‘깨달음의 여정’이라 인생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무지의 병에 대한 유일한 평생 치유제도 이런 사랑뿐입니다. 하느님 사랑을 깨달아 알아 실천해가면서 무지의 치유로 저절로 영육의 건강도 회복됩니다. 날로 하느님을 닮아 지혜롭고 자비로운 사람,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됩니다.

 

평생공부가 하느님 사랑의 공부입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우리는 영원히 사랑공부에 초보자일 뿐입니다. 이런 깨달음이 진정한 겸손입니다.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너그럽고 자비하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넘치시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때가 될 때까지 끝없이 기다리시는 주님의 인내의 사랑입니다. 우리의 목자이시고 의사이시고 인도자이시고 중재자이시고 상담자이신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그대로 예수님을 통해 표현됩니다. 끊임없이 섬기시고, 돌보시고, 떠받쳐 주시고, 나눠주시고, 주시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끊임없이 믿음, 희망, 사랑을, 기쁨, 평화를 선물하시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 사랑에 감격할 때 저절로 흘러 나오는 오늘 화답송 후렴 하느님 찬미입니다.

 

-“내 하느님 임금님 기리오리다. 영원토록 당신 이름 기리오리다.”-

 

그러니 바로 이런 하느님 사랑을 배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정말 평생 공부가 이런 사랑 공부입니다. 아무리 세상 공부 많이했어도 하느님 사랑 공부 못하면 헛공부이고 무지의 어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런 하느님 사랑 공부를 위해 끊임없는 기도와 말씀 수행을 권하는 것입니다. 기도하고 말씀을 공부하고 실천해야 주님의 사랑을 깨달아 알아 실천할 수 있고 주님과의 우정도 날로 깊어져 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 사랑을 깨달아 알 때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입니다. 하여 우리가 하느님 사랑에 감사, 감동, 감격하여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미사전례와 시편전례기도입니다.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가 우리 사랑의 눈을 활짝 열어줘 세상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선물로 가득 찬 세상임을 깨닫게 합니다. 다음 행복기도문 그대로입니다.

 

-“주님/눈이 열리니/온통 당신 사랑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사랑의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이런 하느님 사랑에 항구할 때 주어질 때 황홀한 비전과 꿈이 바로 사랑의 사도 요한이 보여주는 묵시록의 천상적 삶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미리 맛보는 천상의 행복입니다. 이런 천상교회에 대한 꿈과 비전이, 희망이  샘솟는 사랑의 원천이 됩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사랑 실천을 통해 앞당겨 실현되는 새 하늘과 새 땅의 천상 낙원입니다. 

 

묵시록의 주님 말씀은 바로 이 거룩한 천상 미사전례 사랑의 축제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합니다. 언젠가 그날의 하늘 나라가 아니라 바로 오늘 여기서부터 실현되어야 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의 하늘 나라입니다. 다음 말씀은 얼마나 고무적이고 위로와 치유가 되며 격려가 되는지요! 우리의 영원한 하늘 나라의 꿈이자 비전이자 희망입니다. 그대로 천상 미사 전례를 통해 미리 맛보는 현실입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 친히 그들의 하느님으로서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바로 이 사랑의 미사은총이 끊임없이 우리를 새롭게 창조하시고 치유와 위로의 구원을 주십니다. 사랑의 관상에서 샘솟는 사랑의 활동입니다. 사랑의 관상은 활력의 샘입니다. 이런 하느님 사랑을 체험해 갈수록 진짜 주님의 전사가, 주님의 형제, 주님의 학생이 됩니다. 

 

바로 그 빛나는 믿음과 사랑과 희망의 모범이, 백절불굴의 주님 전사의, 선교사의 모범이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바르나바입니다. 선교를 마치고 안티오키아 교회에 돌아와 활약상을 보고하는 두 사도입니다. 교회에 철저히 뿌리 내린 사랑의 선교활동임을 깨닫습니다. 

 

다음 대목이 특히 두 사도의 사랑의 역동성을 잘 보여 줍니다. 하느님 사랑에 목숨을 내 놓은 두 사도의 선교여정이 참 감동적입니다. 그대로 주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들은  제자들에 힘을 붇돋아 주고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하면서,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하고 말하였다.-

 

평생공부가, 죽어야 끝나는 평생공부가 사랑 공부입니다. 평생 졸업이 없는 평생 사랑의 학교에 재학중인 죽어야 졸업인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우리에 대한 유일한 소망은 단 하나, 주님의 사랑을 평생 부단히 공부하고 배워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런 사랑 실천의 수행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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