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4. 부활 제7주간 화요일                                                                           사도20,17-27 요한17,1-11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자나깨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지난 새벽 우간다에 순례중인 아프리카 선교 수녀님으로부터 순교자들 축일 미사 사진을 보내 주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영광이 우리 삶의 모두임을 깨닫게 합니다.

 

참으로 중심 잡기 힘든 세상입니다. 참으로 삶의 중심이 절실한 시대요 기도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삶의 중심인 하느님을 잊어, 잃어 갈수록 불안하고 두렵고 혼란한 시대입니다. 인터넷이나 신문상 뉴스도 온통 부정적 뉴스들이고 도대체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1992년 1월 15일, 왜관 수도원에서 종신서원식 때 한 제 강론 제목이 2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저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나이들어 살아갈수록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제 좌우명 자작 기도시를 많이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자작시 각연의 후렴,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자나께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것입니다.

 

시종일관, 시종여일, 한결같이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답입니다. 수도원을 찾는 분들이 항상 수도자들로부터 위로와 평화, 힘을 얻는 것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기도하고 일하며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항구함과 인내의 정주 서원이 참 귀하고 고맙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어떻게 죽어야 하나?‘ ’어떻게 떠나야 하나?‘ 하는 물음과 직결됩니다. 삶과 죽음은, 삶과 떠남은 하나입니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죽음이요 떠남이지만 결국은 평상시 삶의 결과와 요약이, 표현이 마지막 죽음이요 떠남입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언젠가 갑자기 감동적인, 아름다운 죽음은, 떠남은 결코 없습니다. 하루하루의 모습이 바로 미래의 모습입니다. 과거 아무리 잘 살았다 해도 지금 못 살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안타까워 할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전열을 가다듬고 초발심의 자세로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뿐입니다.

 

하여 제가 자주 강론에 인용하는 말마디가 ‘여정’입니다. 삶은 하느님께 가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믿음의 여정, 사랑의 여정, 회개의 여정, 자유의 여정, 예닮의 여정, 순례의 여정 등---끝이 없습니다. 과연 내 삶의 여정을 하루로 압축할 때,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어느 지점에 와 있겠는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이런 예를 들면 공감하며 웃지만 분위기는 숙연해 지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는 참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떠남의 모습을 봅니다. 바로 예수님의 고별 기도와 예닮의 전형적 인물인 바오로 사도의 고별사를 통해서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울 때 감동을 줍니다. 예수님과 바오로의 삶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하루하루 아름답고 감동적이었기에 고별사도 이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어제 오늘 말씀과 관련된 영어 주석을 읽다가 바오로의 삶을 표현한 아름다운 영어 말마디를 잊지 못합니다.

 

-“His life has been an open book for all to read. He has nothing to hide(그의 삶은 모두가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열려진 책이었다. 그는 숨겨둔 그 무엇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바오로뿐 아니라 예수님의 삶 역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투명한 삶이 었습니다. 순수와 열정의 사랑으로 가득한 공적 삶이었습니다.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루하루 100% 최선을 다한 삶이었습니다. 과연 하루하루 얼마나 최선을 다하며 사는지요?

 

예수님의 고별사는 시종일관 감동적입니다. 오늘 고별기도는 예수님 자신과 제자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헤아려 봤더니 아버지란 말마디가 무려 25회, 영광이란 말마디가 6회 나옵니다. 아버지의 영광이 예수님의 모두였음을 봅니다. 아버지와 얼마나 친밀한 일치의 관계였는지 깨닫게 됩니다. 바로 우리 전 삶의 목표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온통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사셨고 제자들 역시 아버지의 영광으로 초점을 모읍니다. 

 

아버지를 닮아 당신은 물론 제자들도 모두 아버지의 영광에 참여하여 영광스럽게 해달라는 고별기도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이란 이레네오 성인의 말도 생각납니다. “모든 일에 하느님께 영광” 분도회의 모토이자 여기 요셉 수도원 정문 돌판에 새겨진 성구입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말마디가 영원한 생명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살 때 빛나는 아버지의 영광입니다. 하여 우리의 평생공부가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이고 바로 이게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는 삶이겠습니다.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평생공부가 하느님을 알아 가고 예수님을 알아 가고 더불어 나를 알아 감으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공부입니다. 

 

바로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요 믿는 모든 이들에게 의무로 주어진 평생공부입니다. 그러니 매일 영원한 생명을 모시는 미사전례 은총은 우리의 평생공부에 얼마나 절대적인지요! 바오로의 삶 역시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열려 있는 책으로 숨겨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구구절절 감동이요 진정성이 넘칩니다. 참 아름답고 거룩한 떠남의 고별사입니다.

 

“나는 유다들인의 음모로 여러 시련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아주 겸손히 주님을 섬겼습니다.---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주님을 섬기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시종일관 매진邁進한 바오로 사도의 순교적 삶입니다. 하루를 평생처럼, 평생을 하루처럼  100% 삶을 산 바오로 사도입니다. 고별사를 통해 그의 아름답고 거룩하고 감동적이 삶이 투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잘 살아야 잘 떠날 수 있습니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요 영광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며 깨어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 살 힘을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06.04 13:10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요 영광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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