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과제 -둥근 사랑, 둥근 마음, 둥근 삶-2019.6.18.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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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18.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2코린8,1-9 마태5,43-48

 

 

 

평생과제

-둥근 사랑, 둥근 마음, 둥근 삶-

 

 

 

오늘은 마태복음 여섯 대당 명제중 마지막 ‘원수를 사랑하여라’입니다. 마지막 명제중 마지막 다음 말씀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평생과제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외없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믿고 사랑하는 모든 믿는 이들에게 주어진 평생과제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믿는 이들에 대한 이상과 기대는 이처럼 높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닮아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유일한 목적입니다.

 

문득 하늘병원이 생각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병원’, 참 좋은 이름입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병원이니 찾아 오는 환자들을 아버지의 자녀들로서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치료해 준다면 서로가 알게 모르게 하늘에 계신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아가게 될 것이며 하늘병원의 존재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참 중요한 것이 우선적으로 영혼을 돌보는 것입니다. 영혼을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바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이 영혼 보살핌에는 최고의 처방입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느님 찬미, 찬양, 찬송입니다. 사랑 실천과 더불어 함께 가는 하느님 찬양이 하느님을 닮게 합니다. 하여 우리 수도자들이 밤낮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입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내 한평생, 주님을 찬양하리라. 사는 동안, 나의 하느님 찬송하리라.”

 

오늘 화답송 후렴과 화답송 첫절이 좋아 인용합니다. 아침 성무일도시 이사야서 찬미가중 다음 한 절도 마음이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내 영혼은 밤에도 당신을 사모하오며, 아침에도 내 마음 당신을 그리나이다.”(이사26,9ㄱ).

 

진정 하느님을 일편단심 사모하고 그리워하는 영혼이 참으로 건강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전방위적으로 하느님을 닮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부단히 넓혀 하느님의 넓디 넓은 사랑, 깊디 깊은 사랑을 닮게 하는 하느님 찬양입니다. 영성체송 시편도 은혜롭습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것이라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하느님 닮기를 삶의 목표로 하는 이들은 이미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주님의 집에서 사는 이들입니다. 위 시편을 다음처럼 바꿔 읽고 싶습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을 닮아 주님과 하나되는 것이라네.”

 

우리 믿는 이들의 유일한 소원으로 삼아도 참 좋을 것입니다. 죽음은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이고 우리 믿는 이들은 예외없이 귀가 여정중의 삶입니다. 그러니 아버지의 자녀답게 기쁘게, 감사하며, 아름답게 살다가 귀가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 구체적 처방을 알려 드립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 찬양의 은총이 하느님을 닮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 줍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나에게 원수지 하느님께는 당신의 자녀입니다. 원수라해도 거기에는 우리가 모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를 박해하는 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모를 이유가 있을 것이며 나름대로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 마음의 병자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무지가 원인일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이에 대한 유일한 처방이 하늘에 계신 대자대비하신, 공평무사하신 아버지를 닮는 사랑뿐입니다. 인간적 감정에 기반한 그런 사랑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방적, 무조건적, 차별없는 아가페 사랑입니다. 참으로 인간적으로는 싫어도 하느님 마음으로는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불쌍히 여기는, 측은히 여기는, 가엾이 여기는 아가페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이 원수 사랑 까지도 가능하게 합니다.

 

온 누리에 차별없이 모든 것들에게 쏟아지는 밝고 따뜻한 생명의 햇빛이요, 메마른 대지를 차별없이 모든 것들을 촉촉이 적시는 단비입니다. 그러니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닮아 모두에게 차별없이 햇빛같은 사랑을, 단비같은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우리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우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믿지 않는 남들도 다 이렇게 합니다. 그러니 답은 이 하나뿐입니다. 하늘의 우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우리도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거룩하신 것처럼, 자비하신 것처럼 그렇게 살라는 평생과제입니다. 완전함은 ‘온전함(wholeness)’ 또는 ‘후하고 관대한, 한없이 너그러움(generosity)’을 뜻합니다. 어찌 보면 제 졸저의 제목처럼 원같은 사랑의 ‘둥근 마음, 둥근 삶’을 뜻합니다. 

 

사랑으로 둥글게 익어갈 때 원숙圓熟한 마음, 원만圓滿한 마음입니다. 마침내 불가의 용어로 원융무애(圓融無礙;원융하여 일체의 거리낌이 없는 상태)의 경지까지 도달할 것입니다. 불가의 고승 성철 스님은 서른 여섯 제자들 중 서른 세명에게 ‘둥글 원圓’자가 들어 있는 법명을 지어 주며 말했다 합니다. “나는 성격이 모나지만 너희들만은 둥글게 살아라.”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는 이런 하늘 아버지의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을 지닌 마케드니아 교회 신도들을 칭찬합니다.

 

“환난의 큰 시련속에서도 그들은 기쁨이 충만하여, 극심한 가난을 겪으면서도 아주 후한 인심을 베풀었습니다.”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대자대비하신 하늘 아버지를 그대로 닮은 분입니다.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분의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부유해진 우리도 예수님처럼 끝임없는 자기비움의 사랑의 실천으로 텅 빈 충만의 사랑을, 행복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날로 너그럽고 자비하신 주님을 닮아 둥근 사랑, 둥근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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