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29.토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사도12,1-11 2티모4,6-8.17-18 마태16,13-19

 

 

 

“늘 옛스런, 늘 새로운 파스카의 삶”

-Ever old, ever new-

 

 

 

오늘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어제 예수성심대축일 다음날은 으례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기념일이 뒤를 잇습니다만 6월29일이기에 대신 두 사도의 대축일을 지냅니다. 오늘 입당송이 두 사도의 모습을 잘 요약합니다.

 

“이 사도들은 세상에 사는 동안 자신의 피로 교회를 세웠으며, 주님의 잔을 마시고 하느님의 벗이 되었네.”

 

‘하느님의 벗’이라는 말마디가 참 신선합니다. 참 영예로운 호칭입니다. 으례 성인들을 통칭하여 하느님의 벗이라 부릅니다.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하느님의 벗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양대 기둥인 두 사도의 보완관계가 참 흥미롭습니다. 바로 오늘 미사중 감사송이 두 사도의 보완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베드로는 신앙고백의 모범이 되고, 바오로는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주었으며, 베드로는 이스라엘의 남은 후손들로 첫 교회를 세우고, 바오로는 이민족들의 스승이 되었나이다. 두 사도는 이렇듯 서로 다른 방법으로, 모든 민족들을 그리스도의 한 가족으로 모아,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존경을 받으며, 같은 승리의 월계관으로 결합되었나이다.-

 

참 아름다운 둘이자 하나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교회의 본질은 삼위일체적 친교이고 교회의 사명은 선교와 복음화입니다. 그러나 본질과 사명, 이 둘은 관상과 활동처럼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입니다. 흡사 베드로가 교회의 본질을, 바오로가 교회의 사명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이 두 사도를 보면 성 베네딕도와 성 프란치스코의 두 보완관계도 생각납니다. 마치 성 베드로와 성 베네딕도가 정주의 산같은 모습이라면 성 바오로와 성 프란치스코는 끊임없이 흐르는 강같은 선교사의 모습입니다. 산과 강의 보완관계입니다. 베네딕도의 영성을 요약하여 저는 ‘산과 강의 영성’이라 하여 다음 같은 글도 써봤습니다.

 

-밖으로는 산/안으로는 강/산속의 강

 천년만년/임기다리는 산/천년만년 임향해 흐르는 강-

 

참으로 이상적인 영성적 삶이 밖으로는 산같은 삶, 안으로는 강같은 삶입니다. 밖으로는 늘 거기 그 자리의 산같은 정주의 삶이지만,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강같은 삶입니다. 이래서 정주서원에 이어 ‘수도자다운 생활’의 둘째 서원입니다. 이렇게 산과 강의 보완관계를 이루며 살 때 늘 한결같고 새로울 수 있습니다.

 

어제 영어 주석을 읽다가 오랜만에 다시 반가운 말마디를 발견했습니다.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Ever old, ever new)’, 제가 참 좋아하는 좌우명으로 삼고 싶은 말마디입니다. 에버는 에버랜드를 상상하면 됩니다. 늘 한결같은 영원한 땅, 바로 천국을 상징합니다. 그러니 에버오울드, 에버 니유,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 바로 파스카의 영성이요 늘 새로운 전통을 살아가는 가톨릭 교회의 특징입니다.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 늘 옛스런, 늘 새로운 삶입니다. 늘 옛스런, 늘 새로운 교회요, 말씀이요, 성인들이요 자연입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는 물론 모든 성인들이 오늘날도 그대로 살아있는 분들처럼 생각되는 것도 바로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롭기 때문입니다.

 

흡사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를 종합한 분처럼 생각됩니다. 밖으로는 정주의 산같은 삶, 안으로는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강같은 삶,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 파스카의 삶을 사시는, 사목자, 선교사, 개혁가, 설교자로 그 직분을 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십니다.

 

밖으로는 산처럼, 안으로는 강처럼 살 때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의 삶, 바로 파스카의 삶입니다. 늘 한결같이 새로운 삶입니다. 중요한 것이 안으로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강같은 내적 여정의 삶입니다. 어떻게 이런 내적여정의 삶이 가능하겠습니까? 

 

바로 기도와 고백입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고백이 내적으로 맑게 흐르는 강같은 삶이 되어 살게 합니다. 보십시오. 베드로가 감옥에서 자유롭게 풀릴 수 있었던 것도 교회공동체의 끊임없는 기도였습니다. 바로 다음 말마디가 이를 입증합니다.

 

“그리하여 베드로는 감옥에 갇히고 교회는 그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였다.”

 

끊임없는 기도가 하느님께 닿았고 주님의 천사의 개입으로 자유로워진 베드로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주님을 늘 새롭게 만날 때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늘 옛스런 삶이면서 동시에 늘 새로운 변질되지 않은 한결같은 새로운 삶입니다. 참 매력적인 삶입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더불어 고백도 필수입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의 고백, 사랑의 고백, 희망의 고백입니다. 베드로가 주님의 넘치는 축복을 받을 수 있음도 다음 고백에 기인합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을 제대로 알아 고백할 때 주님의 축복도 받고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주님을 참으로 제대로 고백하는 순간 “너는 베드로이다” 자기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한 시몬 베드로입니다. 끊임없는 고백을 통해 주님을 새롭게 만나고 또 나를 새롭게 만날 때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의 삶입니다. 바오로의 고백도 참 훌륭합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살 때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 늘 옛스런 그러나 늘 새로운 삶이요, 마침내 아름다운 선종의 죽음일 것입니다. 오늘 2독서의 내용도 온통 바오로의 진정성 가득한 고백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가 성인들로부터 배워야 할 기도요 고백입니다. 화답송 시편의 고백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이 넘치고,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

 

그러고 보니 시편 말씀의 고백이야말로 시공을 초월하여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 진리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무엇보다 이천년동안 계속되었고 세상 끝날까지 계속될 미사전례야말로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 아름다운 전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언제나 에버 오울드, 에버 니유,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 영원한 현재의 하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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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6.29 08:20
    주님을 향한 끊임없는 기도와 주님께 대한 믿음의
    고백을 통해 주님은 저희에게 축복을 내리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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