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17.화요일 성녀 힐데가르트 동정(1098-1179) 기념일
1티모3,1-13 루카7,11-17
참 기쁜 소식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인 우리를 찾아 오셨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 앞서 ‘사람을 찾는 하느님’이십니다. 끊임없이 사람을, 당신 백성을 찾아 오시는 하느님입니다. 언젠가 읽은 동방 영성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평생 하느님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죽음에 임박해 포기하려던 순간 뒤에서 마냥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니 쫓아오는 하느님이었다는 일화입니다.
업은 아기 3년동안 찾는다는 말도 있듯이 독일의 중세 신비가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외출한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나인데 하느님은 집에 있는데 밖에서 하느님을 찾는다 했습니다. 언젠가 돋보기를 쓰고 한참동안 돋보기를 찾은 적이 있는데 이 또한 흡사합니다.
하여 저는 어디나 하느님이 계신 성지인데 궂이 하느님을 찾아 비싼 돈 들여 성지순례할 필요가 있는가 회의할 때도 많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기도하며 수도원 배밭을 걸을 때도 주님과 함께 성지순례하는 마음으로 걷습니다. 하여 아주 예전에 써놨지만 자주 애송하는 짧은 자작시가 있습니다.
-“나무에게/하늘은/가도가도/멀기만하다
아예/고요한 호수가 되어/하늘을 담자”-
이제 그만 밖에서 하느님을 찾지 말고, 이미 오늘 지금 여기 와 계신 주님을 만나 모시고 살라는 가르침을 주는 시입니다. 엊저녁의 기분 좋았던 행복한 체험도 생생합니다. 얼마전 피정왔던 5남매 자녀를 둔 40대 중반의 가장이 보내준 가족 사진을 보는 순간, 강론의 실마리가 잡히면서 저절로 오늘 복음 말씀중 다음 말마디를 강론 제목으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 오셨다.”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가족 사진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 주신 것처럼 ‘사랑의 빛’ 가득한 분위기였고 요즘 전개되는 암울한 현실에 어둡고 무거웠던 마음이 환해지는 듯했습니다. 하여 즉시 감사와 격려의 답신을 보냈습니다.
-“너무 아름답고 평화롭습니다! 성가정만 이뤄도 무조건 구원이요 성인입니다! 주님 친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기회되면 자랑스런, 기쁜 마음으로 강론때 사진 나누겠습니다. 아! 정말 하느님 축복의 선물입니다! 저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신부님,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을 찾기전에 당신 백성인 우리를 찾아오셨고, 찾아오시고 있으며, 앞으로도 찾아오실 것입니다. 성서는 거의 대부분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 오신 기록들입니다. 하느님은 구약의 성인성녀들은 물론이고 교회의 모든 성인성녀들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결정적으로 우리를 찾아 오신 사건이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은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찾아 오시니 바로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의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시는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찬양하며,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났다.” 또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 오셨다.”하고 고백합니다. 저는 후자의 고백에 더 공감합니다.
오늘 복음 장면은 그대로 두 행렬의 조우입니다. 하느님의 방문을 상징하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행렬이 생명과 희망과 빛을 상징한다면 과부의 죽은 외아들과 함께 하는 이들의 행렬은 죽음과 절망과 어둠을 상징합니다. 흡사 동터오는 태양빛에 사라지는 밤의 어둠같습니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죽은 젊은이는 일어나 말을 하기 시작했고 예수님께서는 그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십니다. 마치 이 거룩한 미사중 생명과 희망의 빛으로 당신 백성인 우리를 찾아오신 하느님이신 파스카의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의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죄입니다. 하느님앞에 우리 모두는 젊은이들입니다. 좌절하거나 절망할 때, “젊은이야, 일어나라!”는 주님의 말씀을 상기하고 즉시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오늘 분도회는 각별한 마음으로 중세 독일의 위대한 수녀원장이자 여성 신비가이자 교회학자로 명성을 떨쳤던 성녀 힐데가르트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81세로 선종하기 까지 다방면에 연구를 통한 그의 저서는 단테나 윌리엄 블레크에 견줄만하다 합니다. 하느님은 역시 성녀를 통해 당신 백성을 찾아 오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교회내 감독자의 자격과 봉사자의 자격에 다루고 있습니다. 길다 싶지만 너무 닮고 싶은 참 좋은 자질들이라 그대로 일부 인용합니다. 하느님은 바로 이런 참 좋은 자질들을 갖춘 ‘교회의 사람들’을 통해 당신 백성을 찾아오십니다.
-“감독은 나무랄 데가 없어야 하고 한 아내의 충실한 남편이어야 하며, 절제할 줄 알고 신중하고 단정하며 손님을 잘 접대하고 또 가르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술꾼이나 난폭한 사람이 아니라, 관대하고 온순하고 돈 욕심이 없으며, 자기 집안을 잘 이끌고 아주 품위있게 자녀들을 순종시키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봉사자들도 품위가 있어야 하고,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으며, 술에 빠져서도 안되고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깨끗한 양심으로 믿음의 신비를 간직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비단 주교나 사제들뿐 아니라 교회내의 믿는 이들 모두가 본 받아야 할 참으로 바람직한 자질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찾아 오시어 풍성한 은총을 주시고 하느님의 자녀로, 빛의 자녀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하느님은 우리 하나하나를 통해 당신 백성을 찾아 가십니다. 그러니 오늘도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자녀답게, 빛의 자녀답게 사시기 바랍니다.
“주님, 저는 온전한 마음으로 걸으오리다. 불의한 일을 제 눈앞에 두지 않으오리다.”(시편101,2ㄷㄹ-3ㄱㄴ).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