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화요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873-1897) 기념일

연합회 은인들을 위한 전체 기도의 날

즈카8,20-23 루카9,51-56

 

 

 

성인聖人의 소명召命

-사랑은 성덕의 잣대-

 

 

 

가톨릭 교회의 자랑은 참 많습니다. 자랑할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이 성인들입니다. 마치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처럼 교회 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같은 성인들입니다. 삶의 좌표로 삼아 보고 배울 성인들입니다.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아, 이렇게 살아야 겠다’, 부단한 자극이 되고 분발케 하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성인들입니다. 성인들의 삶이야 말로 일종의 살아있는 성경책과도 같습니다. 하여 우리에게 성인들은 살아있는 희망의 표징, 구원의 표징,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죽어서 성인이 아니라 살아서부터 성인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성인 축일이 목표하는 바도 단지 기념하라, 기억하라 있는 것이 아니라 믿는 이들 우리 하나하나 각자 고유의 성인이 되라고 있는 것입니다. 성인은 관상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야 할 대상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성인이 되라 불림 받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사람입니다. 또 주님은 “하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성인이 되라 창조된, 성인의 소명을 지닌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성인이 되는 것은 우리의 유일한 소명이자 평생과제임을 깨닫습니다. 인생 무지와 허무에 대한 유일한 답도 성인이 되는 것뿐입니다.

 

누구도 아닌 참 내가 되는 것이 성인입니다. 누구와 비교할 것도 부러워할 것도 없습니다. 열렬한 사랑은 성덕의 잣대입니다. 미지근한 사랑, 미지근한 믿음은 우리 삶을 무덤과 같은 삶으로 만든다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말했습니다. 하느님을, 교회를, 그리스도 예수님을 열렬히 항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할 때 알고 닮아갑니다. 하느님을, 예수님을 사랑하여 알고 닮아갈수록 무지로부터 해방되어 온유하고 겸손하며, 지혜롭고 자비로운 고유의 참 내가 되어갑니다. 참 역설적 신비입니다. 주님을 닮아갈수록 참 내가 된다니 말입니다.

 

나이와 상관없는 성인입니다. 저는 성인들 축일 때 마다 꼭 생몰生沒연대를 확인합니다. 저보다 많이 살았나 적게 살았나, 다 다릅니다. ‘삶의 양’이 아닌 ‘삶의 질’인 사랑으로 평가되는 성인들입니다. 인명은 재천입니다. 수명은 하느님께 달린 것, 산 햇수와 관계 없는 성인들입니다. 

 

공통점은 죽는 그날까지 치열한 사랑의 영적전투의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미지근한 성인을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얼마를 살았던 치열히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100% 연소하며 살았다는 것입니다. 또 고립된 성인도 하나 못보았습니다. 하느님과 더불어 이웃도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모닥불의 이치가 또 생각납니다. 장작도 혼자타면 얼마 못가 꺼집니다. 마른 장작은 물론 심지어 물에 젖은 장작도 함께 모닥불 속에선 완전 연소하듯 사람도 똑같습니다. 공동체에 몸담아야 100%완전 연소의 삶입니다. 공동기도를 통해서도 확인하는 진리입니다. 휴가나 출장으로 혼자 기도할 때 제대로 하는 경우 거의 없듯이 함께 할 때 끝까지 할 수 있는 이치가 바로 모닥불의 이치입니다. 

 

하여 개인기도와 더불어 함께의 공동전례기도는 영적주식이자 필수입니다. 성인이 따로 없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여 열렬히 끊임없이 함께든 혼자든 기도해야 성인입니다. 죽어서 성인들이 아니라 이미 살아서부터 성인들로 사신 성인들입니다. 

 

저는 주변에서 무수한 성인들을 봅니다. 가정공동생활이든 수도공동생활이든 끝까지 사랑으로 견뎌내는 이들은 성인입니다. 우리 수도공동체의 주방장 스테파노 수사님도 성인입니다. 어제는 우리 수도원에서는 ‘주방에서 맨먼저 성인이 나오겠다!’ 덕담하며 웃었습니다. 나이 73세 남자가 주방장을 하는 수도원이, 가정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볼 때에 묵묵히 20년 이상 공동체에 몸담고 묵묵히 소임에 충실한 수도형제들은 무조건 성인입니다.

 

어제 거의 20년이상 매해 제축일 때면 꽃과 축하금을 갖고 방문하는 자매가 다녀갈 때 “꽃을 가져오지 못해 미안하다” 하길래, “자매님이 꽃보다 더 예쁘다” 덕담을 드렸습니다. 꽃에 비교할 수 없는 정말 성녀같은 아름다운 ‘사랑의 꽃’같은 영혼이기에 저절로 나온 덕담입니다. 

 

엊그제의 자동차 축성도 잊지 못합니다. 주차장에 연락받고 나갔더니 안면있는 부부였습니다. 자녀가 넷이고 큰 딸은 25세라 했을 때 즉시 나온 답변입니다. “아, 결혼 25주년이 됬네요. 25년전 결혼 신혼여행으로 수도원에 오셨고 제가 고백성사드리지 않았습니까? 25년동안 네 자녀를 키웠고 가정을 잘 지켰으니 부부는 모두 성인들입니다!” 격려하며 격찬했습니다. 20대 중반의 청년시절이 이젠 머리칼 희끗희끗한 50대로 접어든 모습이었습니다.

 

이렇듯 눈만 열리면 주변에서 무수히 발견되는 살아있는 성인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제가 보기엔 살아있는 성인입니다. 그 고령의 연세에 매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얼마나 많은 강론에 말씀을 주시는 지, 또 얼굴은 언제나 한결같이 미소띤 모습이니 참 불가사의의 신비의 살아 있는 성인 교황이십니다. 하느님 사랑의 은총이 아니곤 설명이 불가합니다.

 

우리의 평생숙제가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꽃마다 색깔, 크기, 모습, 향기가 다 다르듯 성인도 그러합니다. 어제 예로니모 성인이 사막의 선인장처럼 거칠고 까칠한 성인이라면 만24세 짧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오늘 축일을 지내는 소화데레사는 사랑의 백합꽃 같이 작고 고운 성인입니다. 며칠 후 축일을 지낼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을의 코스모스같이 가난하고 겸손하면서도 가을 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자유로운 성인입니다. 

 

그러나 명심할 바 성인들중 약한 성인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영혼이 강인한 성인들입니다. 바로 열렬한 사랑이 강한 영혼으로 만듭니다. 팬티끈이 영혼이라면 팬티천은 육신입니다. 팬티끈이 튼튼하면 끝까지 팬티를 입을 수 있듯이, 영혼이 튼튼하면 육신은 끝까지 영혼에 순명합니다.

 

소화데레사 역시 참으로 장한 성녀였습니다. 결코 자신의 병과 고통을 하소연하며 운적이 없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겸손과 복음적 가난과 단순성,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심으로 한결같이 사셨던 성녀였습니다. 어제 성인들의 삶을 묵상하며 쓴 글도 생각납니다.

 

-“낮아질수록/높아지는 겸손으로

영적고공비행靈的高空飛行의 자유로운 삶이다. 

채우고 채워도/여전히 비워져/텅 빈 충만의/겸허謙虛한 사랑의 삶이다”

 

소화데레사의 다음 말씀도 감동입니다. 

“나는 모든 황홀한 환시보다는 숨은 희생의 단조로움을 선택합니다. 사랑을 위해 핀 한 개를 줍는 것이 한 영혼을 회개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임종어 역시 심금을 울립니다. 

“오, 저의 하느님,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저의 소명, 마침내 그것을 찾았습니다. 제 소명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회의 품 안에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저의 어머니이신 교회의 심장 안에서 저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완벽한 성인은 없습니다. 성격이, 마음이 좋아서 성인이 아니라 사랑이 많아 성인입니다. 여전히 부족한 성인입니다. 성인 옆에서 순교자 난다는 우스개 말도 있듯이 멀리서 보기는 좋아도 가까이 살기는 힘든 성인들도 많습니다. 성인들도 평생 배워야 함을 봅니다. 오늘 복음의 야고보와 요한 성인 제자는 냉대하는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처사는 얼마나 성급하고 다혈질적이며 무자비한지요! 우리의 반면교사 역할을 하는 두 성인 제자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꾸짖고 다른 마을로 향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향하십니다. 예루살렘이 상징하는 바, 죽음과 부활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우리 또한 예루살렘 목적지를 향해 인생 광야 순례 여정 중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십자가의 길 도상에 있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목표할 분은, 따라야 할 분은, 보고 배워야 할 분은 앞장서 가시는 파스카의 예수님뿐입니다. 예수님이 교과서라면 성인들은 참고서입니다. 

 

이미 인생광야순례여정의 최종 목적지 예루살렘을 앞당겨 사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거룩한 미사가 거행되는 곳이 새 예루살렘입니다. 즈카르여 예언서에 나오는 사람들의 외침은 바로 우리의 외침이 됩니다.

 

“자, 가서 주님께 은총을 간청하고 만군의 주님을 찾자. 나도 가겠다.” 

하여 주님께 은총을 간청하고 주님을 찾아 만나기 위해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성덕의 삶을 추구하며 예루살렘을 향한 십자가의 길에 항구하던 우리를 알게 모르게 주시하던 사람들도 언젠가는 말할 것입니다. 

 

“우리도 여러분과 함께 가게 해 주십시오. 우리는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덕의 길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10.01 08:47
    사랑하는 주님, 매일 주시는 말씀의 양식으로 주님을 닮아 저희가 참 성인이 되게
    하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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