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여정, 떠남의 기쁨 -늘 말씀과 함께-2019.10.3.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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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느헤8,1-4ㄱ.5-6.7ㄴ-12 루카10,1-12

 

 

 

떠남의 여정, 떠남의 기쁨

-늘 말씀과 함께-

 

 

 

요즘 ‘여정’시리즈 강론이 된 것 같습니다. 한 때는 ‘---답이다’ 강론 시리즈가 한창일 때도 있었지만 참 많이 사용하는 주제가 된 ‘여정’입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떠남의 여정, 떠남의 기쁨–늘 말씀과 함께-’입니다. 떠남의 여정, 탈출의 여정을 대변하는 제 좋아하는 시구를 다시 나눕니다.

 

-“밖으로는 산/천년만년/임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천년만년/임향해/흐르는 강”-

 

그대로 정주서원을 살아가는 분도수도자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산과 강’의 영성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진정 정주서원의 삶이라면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같은 안주의 삶이 아니라 내적으로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맑게 흐르는 ‘사랑의 강’으로 살아야 합니다. 끊임없는 떠남의 여정, 탈출의 여정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래야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4년전 산티아고 순례 다녀온 후 어느 날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새벽 잠자리에서 깨어난 직후, ‘아, 산티아고 순례는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중이구나!’하는 깨달음입니다. 새벽 순례길을 떠날 때 이마에 헤드 랜턴을 하고 밤길을 걸었듯이 지금은 강론쓴후 새벽 수도원길을 걸을 때 휴대폰 후랫쉬를 들고 걷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중 가장 기뻤던 때는 새벽 새길을 떠날 때 였습니다. 참 신기한 것이 아무리 좋아 보이는 곳도 하루만 지나면 지루해지고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짐을 차려 배낭을 메고 설레는 마음, 홀가분한 차림으로 떠날 때의 기쁨은 참 컸습니다. 말그대로 떠남의 기쁨, 탈출의 기쁨이었습니다.

 

얼마전 수녀원 피정지도 때도 새롭게 체험한 진리입니다. 수녀원 피정 지도차 수도원을 떠날 때도, 수녀원 피정 후 수도원을 향해 떠날 때도 떠남의 기쁨, 탈출의 기쁨을 온몸 가득 체험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살다가 떠날 때의 죽음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녀원 피정후 종합 소감도 잊지 못합니다.

 

‘아, 평상시 내 삶이 피정준비였구나, 하루하루의 삶이 받쳐주지 않으면 매일 미사봉헌하기 힘들 듯, 평상시 내 삶이 받쳐주지 않으면 수녀님들 피정지도 참 힘들겠다!’

 

홀가분하게 피정을 끝내고 말끔히 정리한 후 시간에 맞게 도착해 준 차량봉사한 수도형제가 흡사 주님이 보낸 천사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아마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삶을 살았을 때 떠남의 죽음도 역시 수호천사의 안내로 천국행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평상시 하루하루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마지막 죽음의 떠남도 이처럼 홀가분하지 않을 까, 떠남의 기쁨중에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도 떠남의 여정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주님은 친히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시고 제자들은 훌훌 나르듯 가볍게 떠납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 주머니도 여행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강물흐르듯 소유에 사람에 집착하지 말고 무소유의 영성으로, 온전히 하느님께 신뢰와 희망을 두고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존재로 살라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하느님 나라 복음 선포와 치유를 이웃에게 선물하면서 말입니다. 바로 알렐루야 화답송이 그 사명을 잘 요약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말 보다도 우리 친히 ‘회개의 표징’, ‘살아있는 복음서’가 되어 떠남의 여정에 오르는 것입니다. 이런 삶자체가 살아있는 복음선포가 될 것입니다. 하여 떠남 전에 함께의 공동전례가 필수입니다. 마치 하루가 아침미사후 파견으로 시작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새벽 인터넷 머릿기사 제목이 신선했습니다.

 

-文대통령 "지도에 없는 새로운 길, 국민 여러분도 동행해 주시길"; [한반도 평화를 향한 동행] 文대통령, 프레시안 창간 18주년, 평화네트워크 창립 20주년 심포지엄 축전-

 

우리 역시 오늘 하루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지도에 없는 새로운 길’의 여정입니다. 그러니 함께하는 전례가, 할 수 있다면 미사공동전례가 참 좋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중에도 하루 여정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도 우선 찾아 두는 것이 내일 새벽 떠나기전 미사드릴 제단의 자리였고 새벽 순례길을 떠날 때도 떠나기에 앞서 꼭 새벽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하루 미사은총이 그날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전례와 삶은 함께 갑니다. 전례는 삶의 여정에 보이는 중심입니다. 아마 주님도 일흔 두 제자들의 파견에 앞서 공동체 일치의 친교를 위해 공동전례 비슷한 모임을 가졌을 것입니다. 후에 복음서를 보면 일흔 두 제자가 주님께 돌아와 기쁘게 활동상황을 보고합니다. 주님으로부터 시작하여 주님께 돌아가는 삶의 여정임을 보여줍니다. 언제 어디서나 주님은 ‘삶의 중심’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공동전례 집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에즈라가 위대하신 주 하느님을 찬양하자, 온 백성은 손을 쳐들고 “아멘, 아멘!”하고 응답한후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는 모습은 얼마나 경건하고 아름다운지요.

 

아마 공동전례 집회후에는 각자 떠남의 여정에 오를 것입니다. 특기할 사항은 율법의 말씀을 들으면서 온 백성이 울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말씀에 배고프고 목말랐던 백성들이었는지요. 우리 역시 하느님 말씀에 배곺아, 목말라 이 거룩한 미사전례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말씀의 맛으로, 말씀의 기쁨으로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고 깨달을 수 있는 것도 바로 말씀을 통해서입니다. 산티아고 순례 여정중, '주님의 집에 가자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 끊임없는 기도로 시편 말씀을 되뇌일 때 얼마나 힘이 되던지요! 화답송 시편 19장의 말씀 예찬이 참 아름답습니다.

 

-“주님의 법은 완전하여 생기를 돋우고, 주님의 가르침은 참되어 어리석음을 깨우치네. 주님의 규정 올바르니 마음을 기쁘게 하고, 주님의 계명은 밝으니 눈을 맑게 하네. 금보다 순금보다 더욱 값지며, 꿀보다 참꿀보다 더욱 달도다.”-

 

영원한 맛은 하느님 맛, 말씀 맛뿐입니다.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생명이요 빛이요 영입니다. 하느님 나라 복음 선포도 바로 이런 살아 있는 말씀 선포입니다. 참으로 무지의 악과 병에 대한 유일한 처방도 말씀의 약뿐임을 깨닫습니다. 참 사람이 되는 길도 이런 말씀과 영혼의 일치뿐임을 깨닫습니다. 무지의 어둠을 몰아내는 말씀의 빛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물 문’앞 광장집회에 참석한 종교지도자들인 느헤미야와 에즈라, 레위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회중의 백성들을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그대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오늘은 주 여러분의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시오,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단 술을 마시십시오.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여러분의 힘이니, 서러워들 하지 마십시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하루하루가 좋은 날, 거룩한 날입니다. 바로 오늘 이 거룩한 미사 잔치시간 우리는 맛있는 음식 주님의 성체와 더불어 단 술같은 주님의 성혈을 모심으로 영육이 치유되는 복된 시간입니다. 또 주님은 거룩한 미사중 우리의 슬픔을 몰아내시고 당신의 기쁨을 가득 선사하십니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은 우리의 힘입니다. 바로 이 기쁨의 힘으로 떠남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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