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 -오늘,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2019.11.20.연중 제33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Nov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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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연중 제33주간 수요일                                                  2마카7,1.20-31 루카19,11-28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

-오늘,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가장 귀한 보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오늘입니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참 좋은 선물이 오늘입니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입니다. 하늘 나라의 행복을 살아야 할 날은,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나야 할 날도 오늘입니다.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삶을 살아야 할 날도 오늘입니다.

 

어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오늘이요, 오늘이 있어 내일도 있습니다. 과거 아무리 잘 살았어도 오늘 못살면 소용이 없습니다. 살아 온 날들 보다 오늘 하루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제를 후회할 것이 아니라 심기일전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늘 오늘의 시작이 있을 뿐입니다.

 

루가복음사가가 강조하는 날도 오늘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이 자캐오에게 한 두 말마디도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그러니 오늘 하루의 선물에 감사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일어나 새롭게 오늘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죄입니다. 구상 시인의 오늘이란 널리 회자되고 있는 시를 나눕니다. 읽을 때 마다 새롭습니다.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더불어 생각나는 자주 인용하여 나눴던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제 좌우명시 마지막 연도 생각납니다. 역시 하루하루 ‘오늘’ 하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참으로 오늘 만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도 이웃에 줄 수 있는 참 좋은 선물입니다. 어제 예수성심자매회 오전 강의시 열심히 참여하던 80대 전후 의 두 자매님의 행복해 하던 모습에 저도 행복했고, 오랜만에 만난 어느 자매님께 드린 덕담에 행복해 하던 자매님 모습에 저도 행복했습니다. 빈손 방문을 몹시 미안해 하던 자매였습니다.

 

“자매님 자체가 참 좋은 선물입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참 좋은 사람은 빈손으로와도 참 반갑고 기쁜 선물이 됩니다. 하느님 앞 최후심판정에 섰을 때도 똑같을 것입니다. 언젠가의 그날의 심판날이 아니라 오늘 하루 미사를 최후심판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미나의 비유’도 독서 ‘한 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순교’도 오늘에 비추어 보는 것입니다.

 

이 거륵한 미사시간, 주님 앞에서 과연 어제 하루는 내 능력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하나의 미나로 열 미나를, 혹은 다섯 미나를 남겼는지, 또는 한 미나 그대로의 불충한 삶은 아니었는지 깊이 성찰하며 오늘 하루 새롭게 살 각오를 하는 시간입니다. “이 악한 종아!”가 아닌 “잘하였다, 착한종아!”주님의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하겠습니다.

 

제1독서 마카베오 하권의 한 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순교 장면이 참 감동적입니다. 오늘 하루에 모두 일어난 일입니다. 마지막 오늘 하루에 한 가족의 전 생애가 담겨 있습니다. 평생 삶의 반영이자 요약같은 마지막 오늘 하루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제가 아닌 오늘입니다. 일곱 아들이 단 하루 오늘에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낸 그 어머니와 일곱 순교 아들들입니다. 

 

어머니는 조상들의 언어로 아들 하나하나를 고결한 정신으로 격려했고 마지막 막내 아들은 물론 어머니도 온갖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숭고한 순교의 죽음을 맞이하니 평생 영적전쟁에 최종 승리를 뜻합니다. 결코 우연한 영적 승리가 아닌 하루하루 ‘오늘’에 충실한 결과임을 봅니다. 

 

믿는 이들의 삶에 우연이나 요행, 비약이나 도약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시종여일始終如一, 경천애인敬天愛人, 신망애信望愛의 자세로 깨어,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묵묵히, 충실히, 항구히 ‘오늘’을 살아갈 때 함께 하는 하느님 도움의 은총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 기도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 주소서. 저는 의로움으로 당신 얼굴을 뵈옵고, 깨어날 때 당신 모습에 흡족하오리다.”(시편17,8.1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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