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연인戀人이자 친구親舊인 우리들 -예닮의 여정-2020.1.2.목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29/30-389/90)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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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목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29/30-389/90) 기념일

1요한2,22-28 요한1,19-28

 

 

 

주님의 연인戀人이자 친구親舊인 우리들

-예닮의 여정-

 

 

 

중국의 고대 사상가 묵자의 유명한 말이 생각납니다.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 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는 뜻입니다. 성인들은 물론 모든 이웃들이, 심지어 좋은 책들도 우리를 비추어 보는 참 좋은 거울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소아시아 카파도키아 교부인 성 대 바실리오와 나이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역시 우리를 비추어 볼 수 있는 참 좋은 거울입니다. 무엇보다 두 성인은 절친이었고 참 치열히 살았던 성인들이었습니다. 

 

대 바실리오는 만49세,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는 만 60세 사셨습니다. 특히 대 바실리오는 할머니와 부모, 그리고 위로 누나와 아래로 동생 둘이 모두 성인들이었습니다. 윗 두 성인은 성 아타나시오와 성 요한 크리소스트모와 함께 동방 4대교부에 속합니다. 

 

작년에 타계한 최고의 스승이자 친구라 일컫는 쇠귀(牛耳) 신영복 선생 평전을 참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좋은 책 역시 우리에겐 참 좋은 거울이 됩니다. 선생의 인품에 대한 설명이 아름다워 인용합니다.

 

‘그는 건성으로 사람을 만나는 법이 없었다. 쇠귀가 별세한 이후 그의 제자인 탁현민은 스승을 추도하면서, “나만큼 선생님과 가까운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 돌아가시고 보니 나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쇠귀는 관계를 소중히 생각했고, 그 관계에 최선을 다했다. 상대가 누구든 그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쇠귀는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자신을 낮추며 대하는 사람이었다.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누구를 대하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고, 나이가 한참 차이 나는 동료 교수들이나 직원들에게도 말을 놓는 법이 없었다.’

 

정말 ‘사표師表의 거울’로도 손색이 없는 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비춰볼 거울중의 거울은 우리가 늘 들여다 보는 참 아름다운 분, 예수님이란 영원한 거울입니다. 예수님이란 거울을 들여다보며 알게 모르게 예수를 닮아가니 우리 삶의 여정은 그대로 예닮의 여정이 되는 것입니다. 어제 저녁 성체강복시 부른 아름다운 성가 400장이 새삼 감미로워 욕심을 내어 3절까지 전부 인용합니다.

 

-“주님과 나는 함께 걸어가며 지나간 일을 속삭입니다

손에 손을 맞잡고 산과 들을 따라 친구가 되어 걸어갑니다.

손을 맞잡고 산과 들을 따라 친구가 되어 걸어갑니다.

 

주님과 내가 함께 걸어 갈 때 천국의 일을 말해 줍니다

이 세상꿈이 모두 사라질 때 천국의 영광보게 되리라

이 세상꿈이 모두 사라질 때 천국의 영광보게 되리라

 

험하고 먼 길 주님 함께 가며 생명의 친구 되었습니다

잠시의 세상 충실하게 살아 영원한 세상 얻으렵니다

잠시의 세상 충실하게 살아 영원한 세상 얻으렵니다”-

 

아니 우리의 친구이신 예수님과의 우정이 깊어지면서 이미 현세에서 천국의 꿈을 서서히 실현하며 살게 된 우리들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최고의 소원은 주님의 연인이자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연인, 주님의 친구, 얼마나 영예로운 호칭인지요! 과연 주님의 연인답게, 주님의 친구답게 아름답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요?

 

모든 성인이 주님의 연인이자 친구입니다.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은 물론이요 제1독서 사도 요한이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당신은 누구요?”라는 거듭된 물음에 세례자 요한은 주님과의 관계를 밝히십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나는 물로세례를 준다. 그러나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세례자 요한의 모두가 되신, 영원한 연인이자 친구인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연인이자 친구가 될 때 참된 겸손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과의 관계를 떠난 세례자 요한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화두같은 물음에 우리는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런지요? “나는 예수님의 연인이자 친구입니다.” 대답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제1독서의 사도 요한이라면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우리 모두 주님의 연인이자 친구가 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분 예수님께서는 기름부으심으로 즉 성령을 통해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십니다. 기름부음은 진실하고 거짓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 가르침대로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러니 이제 자녀 여러분,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래야 그분께서 나타나실 때에 우리가 확신을 가질 수 있고, 그분의 재림 때에 그분 앞에서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 감미로운 사랑 가득 담긴 사도 요한의 권고입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전례를 통해 실현됩니다.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언제 어디서나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살 때 주님을 닮아 주님과의 우정도 날도 깊어져 갈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의 연인이자 친구인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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