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인가? -주님의 전사戰士, 주님의 학인學人, 주님의 형제兄弟- ​​​​​​​2020.1.9.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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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9.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1요한4,19-5,4 루카4,14-22ㄱ

 

 

 

우리는 누구인가?

-주님의 전사戰士, 주님의 학인學人, 주님의 형제兄弟-

 

 

 

벌써 2020년 1월9일입니다. 제가 요셉 수도원에 1988년 부임했으니 이곳에 정주定住한지도 올해로 32년째가 됩니다. 32년을 살았다 지만 첫날같은 하루만 산 것 같습니다. 자작 좌우명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의 마지막 연 그대로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쏜살같이, 강물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이렇게 흐르다 보면 1월도 곧 지나갈 것입니다. 새삼 ‘어떻게 살아야 하나?’, 우리의 신원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20년전 어느 수녀원에서의 ‘수도자의 신원 확립’을 위한 강의 내용도 생각납니다.

 

우리는 모두 너나할 것 없이 교회 공동체내에 속해 있는 주님의 전사戰士, 주님의 학인學人, 주님의 형제兄弟입니다. 저는 중요한 말마디는 꼭 한자를 병기하면서 그 의미를 마음 깊이 확인합니다. 이런 신원의식에 대한 내용은 제 좌우명 자작 애송시 6째 연에 잘 드러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기적인 나와 싸우는 주님의 전사로

끊임없이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주님의 학인으로

끊임없이 수도가정에서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전우애戰友愛, 학우애學友愛, 형제애兄弟愛가 창조적 긴장중에 잘 조화되고 균형잡힌 역동적 공동체가 우리 수도승들이 꿈꾸는 참 아름다운 하늘나라 공동체입니다. 주님의 전사는 사랑의 전사요 믿음의 전사가 됩니다. 또 주님의 학인은 사랑의 학인, 믿음의 학인이 되고 주님의 형제는 사랑의 형제, 믿음의 형제가 됩니다.

 

참으로 평생 영적 전투에 필수적 자질이 사랑과 믿음의 자질이요, 평생 배워야 할 공부가 사랑과 믿음의 공부입니다. 주님의 전사, 주님의 학인의 롤모델이 우리 주 예수님이십니다. 흡사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세상 전장戰場에 출전出戰하는, 파견派遣되는 사랑의 전사, 믿음의 전사같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해방시켜 내 보내며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와 똑같은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날마다 새롭게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입니다. 주님께 치유받고 구원받아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 주님과 함께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서 이루어졌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말씀이 그대로 실현되어 자유로운 주님의 전사, 주님의 학인, 주님의 형제로 살게 되었다는 주님의 확인 선언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칠전팔기七顚八起, 언제나 초발심初發心의 자세로 사랑을, 믿음을 다시 새롭게 배워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죽어야 제대인 영원한 현역의 평생 주님의 전사요, 죽어야 졸업인 영원한 학인의 평생 주님의 학인이요, 죽어야 끝나는 영원한 형제의 평생 주님의 형제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요한의 사랑과 믿음에 대한 가르침이 너무 귀하고 고맙습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에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를 사랑합니다. 참으로 주님의 전사인 우리는 사랑의 전사임을 깨닫습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그 자녀도 사랑합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수직과 수평의 십자가의 형상으로 하나로 결합되었음을 봅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분의 계명을,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계명은 힘겹지 않습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우리는 모두 세상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긴 그 승리는 바로 우리 믿음의 승리입니다. 

 

주님과 사랑의 일치가 깊어질수록 주님을 닮아 주님의 전사, 주님의 학인, 주님의 형제로 천하무적天下無敵, 백전백승百戰百勝 영적 승리의 삶을 삽니다. 사랑의 승리, 믿음의 승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승리의 삶을, 사랑의 승리, 믿음의 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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