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여정 -회개와 믿음- 2020.2.1.연중 제3주간 토요일 ​​​​​​​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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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1.연중 제3주간 토요일                                                  사무하12,1-7ㄷ.10-17 마르4,35-41

 

 

 

믿음의 여정

-회개와 믿음-

 

 

 

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참된 힘은 믿음의 힘입니다. 믿음의 힘은 기도의 힘, 말씀의 힘, 하느님의 힘으로 이어집니다. 참으로 곳곳에서 믿음으로 충실히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을 만날 때마다 감동합니다. 어제는 배밭 산책중 묵묵히 일하던 두 형제들과 세분의 자매들이 강복을 청해 드렸습니다. 이 또한 겸손한 믿음의 표현이요 강복을 드리면서 자신의 믿음을 점검하게 됩니다. 

 

어제 저녁 금요 강론후의 따뜻한 분위기도 잊지 못합니다. 게시판에 붙은 34년전 제가 유기서원 1년차 30대 후반 젊은 나이에 세 분 수도선배들과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 정말 밝고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많이 변했지만 한결같이 모두 '믿음으로' 살아 온 수도형제들이었습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하느님께서 감동하시는 것도 우리를 인정해주시는 것도 우리의 믿음입니다. 인품의 아름다움과 향기도 그대로 믿음의 아름다움이요 향기입니다. 사실 우리 인생에서 믿음을 빼버리면 뭐가 남을까요?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뿐일 것입니다. 하여 제가 오래 전부터 강조해온 두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노년의 품위 유지를 위한 우선 순위는 1.하느님 믿음, 2.건강, 3.돈이다. 이 우선 순위가 바뀌어선 절대 안된다. 노욕老慾, 노추老醜를 극복하고 노년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우선적 조건이 하느님 믿음이다.”-

 

-“몰보다 진한게 피이고 피보다 진한게 돈이고 돈보다 진한게 하느님 믿음이다. 하여 혈연관계보다 하느님 믿음 관계인 신연神緣관계가 때로 훨씬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신연관계의 수도공동체를 이뤄 형제들로 살 수 있는 것도 순전히 믿음 덕분입니다. 말그대로 믿음의 형제들이요 하여 아랫집 숙소의 명칭도 ‘형제들의 집’입니다. 하여 우리 삶의 여정은 그대로 믿음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날로 성장, 성숙되어 주님과 깊어지는 믿음의 관계로 더욱 주님을 닮아가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사실 주님과 믿음의 관계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이런 믿음의 관점에서 오늘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 나탄과 다윗의 대화가 흥미진진합니다. 나탄 예언자는 정말 하느님의 이야기꾼임입니다. 한 사람의 부자와 한 사람의 가난한 이를 참 적절히 예로 들면서 다윗의 호기심을 유발시킵니다. 부자의 가혹하고 몰인정한 처사를 부각시키자 다윗의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이어 전개되는 대화가 박진감이 넘칩니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그런 짓을 한 그자는 죽어 마땅하다. 그는 그런 짓을 하고 동정심도 없었으니, 그 암양을 네 곱절로 갚아야 한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나탄 예언자의 용기가 신선한 충격입니다. 이어지는 나탄의 다윗의 죄의 결과에 대한 엄청난 재앙을 예고 합니다. 이에 대한 다윗의 즉각적인 회개의 반응이 그대로 다윗의 믿음을 반영합니다.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바로 이것이 다윗의 위대한 점입니다. 인도의 성자, 간디의 위대한 점도 “내가 잘못했다(I was wrong)!”의 명수였기 때문이란 말도 생각납니다. 정말 공동체 형제들과의 관계에서 “고맙다, 감사하다”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구구한 변명이나 핑계보다는 잘못을 흔쾌히 인정하는, 하여 감정의 앙금을 말끔히 씻어내는 “잘못했다,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진솔한 고백일 것입니다. 

 

이렇게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있는 믿음의 행위가 공동체의 분위기를 깨끗하게 합니다. 바로 이것이 참된 회개입니다. 그러니 이런 즉각적인 회개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다윗이 죄는 용서 받았지만 보속의 과정은 남아 있습니다. 이런 지난한 보속의 과정을 묵묵히 믿음으로 견뎌냄으로 다윗의 믿음은 더욱 정화되고 심화되었을 것입니다. 

 

바로 이점이 다윗의 위대한 점입니다. 회개와 보속을 통해 믿음은 정화되고 심화되어 다윗의 삶은 한층 깊어졌을 것입니다. 죄에 낙심할 것이 아니라 회개를 통해 믿음의 성장의 계기로 삼는 다면 복된 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죄를 지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즉시 회개를 통한 믿음의 계기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아마 다윗은 죄의 회개를 통해, 또 묵묵히 죄를 보속함으로 주님과의 관계도, 삶도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바로 이의 결정적 표현이 어제에 이어지는 화답송 시편 51장입니다.

 

다윗처럼 ‘회개한 성인’은 있어도, 솔로몬처럼 ‘부패한 성인’은 없다 합니다. 부단한 회개를 통한 회개의 영적 효소가 향기로운 발효인생을 만드는 반면, 죄에 대한 영적 감각의 상실로 회개가 없을 때 악취나는 부패인생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여 회개의 일상화를 이루어 주는 기도와 일이 조화된 회개의 시스템같은 일과표가 고맙습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어찌보면 회개와 믿음이 없는 현 인류의 무지와 교만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인지도 모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못지 않게 고약한 것이 부패인생으로 만들어가는 참으로 유해한 영적 바이러스일 것입니다. 회개를 통해 더해지는 믿음의 은총만이 영적 유해한 바이러스에 대한 유일한 처방이자 예방임을 깨닫게 됩니다.

 

타고난 믿음은 없습니다. 회개와 함께 가는 믿음입니다. 믿음의 여정은 그대로 회개의 여정입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 역시 곤경에서 벗어남으로 회개의 계기가 됐을 것이고 제자들의 믿음도 한층 성장, 성숙되었을 것입니다. 참으로 믿음이 없어 그들 삶의 중심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잊고 부끄럽게도 방황한 제자들,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예수님께서 깨어 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명령하시니 아주 고요해집니다. 바로 주님의 말씀의 힘, 믿음의 힘, 주님의 힘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바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같습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찾아 오시는 주님이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나 ‘영원한 현재’로 우리 삶의 중심에 현존하시는 살아 계신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내외적 두려움과 불안의 풍랑을 고요케 하시고 참 좋은 믿음을 선물하시어 우리 모두 회개와 믿음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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