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여정 -‘꼰대’가 되지 맙시다-2020.2.6.목요일 성 바오로 미키(1564-1597)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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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6.목요일 성 바오로 미키(1564-1597)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열왕기 상2,1-4.10-12 마르6,7-13

 

 

 

떠남의 여정

-‘꼰대’가 되지 맙시다-

 

 

 

오늘은 일본의 순교 성인들인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입니다. 지금부터 423년전 1597년 2월 5일, 성 바오로 미키 예수회 사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박해 때, 25명 동료들과 함께 나가사키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하였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나이 33세에 순교한 바오로 미키의 처형장에서의 설교 마지막 부분이 감동적입니다.

 

“나는 그리스도께 복종합니다.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서 나는 나의 박해자들을 용서합니다. 나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그들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시도록 청하며, 나의 피가 풍성한 결실을 가져오는 비처럼 나의 동포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참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의 전사’로서 살다가 장엄한 순교의 전사戰死를 한 바오로 미키입니다. 잘 살았기에 거룩한 떠남의 순교의 죽음입니다. 예수회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결같이 기쁘게 분투奮鬪하시는 모습도 그대로 주님의 사랑의 전사로서의 모습입니다. 

 

떠날 때 잘 떠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참으로 날마다 깨어 떠남의 여정에 충실할 때 마지막 죽음의 떠남도 잘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전 읽은 ‘꼰대’에 관한 글이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떠나지 않고 남으면 ‘꼰대’가 된다. 세대 간의 소통은 어느 지점에 가서 불통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불통의 지점에서 이전 세대는 자리를 비우고 떠나야 한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뜻)’이나 은퇴가 의미하는 바가 그것이다. 부모의 시대가 끝나야 자식의 시대가 온다. 선배가 떠나야 후배가 일을 맡을 수 있다.”-

 

그러니 날마다 새롭게 떠나야 합니다. 밖으로는 정주定住의 산山, 안으로는 하느님 바다 향해 끊임없이 흐르는, 떠나는 맑게 흐르는 강江으로 살아야 합니다. 떠나기를 멈추어 웅덩이에 고인 물이 되는 순간, 본의 아니게 꼰대가 됩니다. 사전에서 찾아 본 꼰대의 뜻 풀이입니다.

 

‘꼰대 또는 꼰데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이다.’

 

참으로 파란만장했던 다윗의 마지막 떠남의 임종장면이 감동적입니다. 누구나 예외없이 맞이하는 마지막 죽음의 떠남입니다. 잘 떠나는 선종의 죽음이야 말로 참으로 복된 떠남입니다. 솔로몬에게 주는 마지막 유언의 임종어도 감동적입니다.

 

“나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간다. 너는 사나이답게 힘을 내어라.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또 모세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라. 그러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

 

유언후 다윗은 자기 조상들과 함께 잠들어 다윗성에 묻히니 해피엔딩의 복된 죽음입니다. 과연 이런 삶의 지침이 될만한 유언을 남기고 떠나는 어른들은 몇이나 될까요? 아마 이보다 결정적 도움을 주는 좋은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떠나기전 남은 공동체 형제들 모두에게 유언과 더불어 강복을 주고 또 공동체의 강복을 받고 떠나는 거룩한 죽음이라면 얼마나 바람직하겠지요. 평상시 떠남의 여정에 충실할 때 이런 죽음이겠습니다. 

 

하여 분도 성인은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고 충고하십니다. 산티아고 순례시 가장 설레었던 순간은 아침마다 새로운 떠남과 출발의 시간이었습니다. 참으로 설렘의 기쁨으로 떠나는 날마다의 삶이라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떠나야 할 때 미련없이 기쁘게 잘 떠날 때, 늘 새롭고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바로 이것이 자기를 아는 지혜요 겸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받아 무소유로 떠나는 제자들의 모습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십니다. 소유물이라곤 최소한의 지팡이와 신발이지만 무엇보다 주님을 모시고 있으니 전부를 소유한 것이고, 어디를 가나 환대처가 마련되어 있으니 참으로 홀가분한 주님과 함께하는 복음 선포의 여정입니다.

 

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하느님 나라와 더불어 회개를 선포하며,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를 고쳐줍니다. 예나 이제나 참 다양하고 많은 더러운 영의 마귀들이요 병들입니다. 참으로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나 회개할 때 축출되는 마귀들이요 치유되는 병자들임을 깨닫습니다. 

 

날마다 주님과 함께 떠남의 여정에 충실하고 항구할 때 아름답고 매력적인 삶이요 영육의 건강입니다. 저절로 꼰대가 되지 않습니다. 누가 85세 고령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꼰대라 하겠는지요. 누구보다 살아있는, 깨어있는 영혼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요 날마다 떠남의 여정에 충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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