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수행자의 삶 -한결같음, 간절함, 겸손함-2020.2.13.연중 제5주간 목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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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13.연중 제5주간 목요일                                                          1열왕11,4-13 마르7,24-30

 

 

 

참 수행자의 삶

-한결같음, 간절함, 겸손함-

 

 

 

시종여일 한결같기가 참 힘듭니다. 얼마전 어느 형제의 말이 생각납니다. 군에서 제대했을 때 아들이 ‘부모님이 함께 잘 살아주셔서 고맙다’ 말하더라는 것입니다. 군에 있을 때 대부분 많은 동료병사들이 결손 가정 출신이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한결같이 반듯한 가정들, 부부들, 사람들 만나 보기가 힘든 세상입니다. 부부가, 수도자가 잘살든 못살든 함께 살았다는 자체만해도 참 훌륭해 보입니다. 한결같지 못하기로는 오늘 제1독서의 솔로몬도 그 전형적인 본보기입니다. 

 

‘솔로몬 임금이 늙자 그 아내들이 그의 마음을 다른 신들에게 돌려 놓았다. 그의 마음은 아버지 다윗만큼 주 그의 하느님께 한결같지 못하였다.---솔로몬은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지르고, 자기 아버지 다윗만큼 주님을 온전히 추종하지는 않았다.’

 

한결같이 정주의 여여如如한 삶을 사는 우리 요셉수도공동체의 형제들과는 너무 대조적인 솔로몬입니다. 시종여일 변질됨이 없이 한결같기는 얼마나 힘든지요. 속된 말로 완전히 ‘맛이 간’ 솔로몬입니다. 솔로몬에게는 왕족 출신 아내가 칠백명, 후궁이 삼백 명, 물경 천명의 아내가 있었다 합니다. 절정을 치닫는 부귀영화에 온갖 이방 우상들을 섬기는 천명의 아내라니 부패와 타락은 너무 자명합니다.

 

수도생활의 주범도 세속화와 지나친 부입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도가 성글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여 수도원들의 개혁은 언제나 원천의 순수로, 즉 ‘고독과 가난’의 내적 사막을 지향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세속화와 부富로 인해 내부로부터 부패하여 무너져 내리면 답이 없습니다.

 

저는 열왕기상권에 다윗의 뒤를 잇는 솔로몬의 시작부터 뭔과 불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이 ‘지나쳤다’, ‘솔로몬을 망쳐놨다’ 하는 불경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느님은 솔로몬이 분별의 지혜를 청한 것에 감격하여 부귀영화까지 선물했는데, 결국은 솔로몬을 망쳐놨기 때문입니다. 부패와 타락으로 내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린 솔로몬입니다. 

 

솔로몬의 첫출발은 참 좋았습니다. 솔로몬의 기도는 얼마나 훌륭했는지요. 어제 스바 여왕 방문시 솔로몬의 부귀영화는 절정의 상태였고 오늘은 여지없이 솔로몬의 타락과 부패가 뒤를 잇습니다. 완전히 하느님에게서 돌아 서 분별력을 상실한 영적 바보가 된 솔로몬입니다. 솔로몬의 삶의 중심 자리에는 하느님이 아닌 이방 우상들이 득실 거립니다. 솔로몬은 하느님 사랑도, 기도도 잊었음이 분명합니다.

 

솔로몬이 지혜를 청하지 말고 하느님 사랑을 청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리 세상 지혜와 지식이 충만해도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 ‘무지의 병’에 걸린다면 이보다 더 큰 재앙의 불행은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 솔로몬의 내외적 상태가 그러합니다. 주님께서는 그의 마음이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에게서 돌아 선 솔로몬에 진노하셨고 분열을 예고하십니다. 아, 시종여일 한곁같이 여여한 정주의 삶을 살기는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지요!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간절히, 겸손히 참 수행자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바로 그의 모범이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의 여자입니다. 참으로 한결같고 간절하고 겸손한 믿음의 여자였으니 참 수행자의 모습입니다. 앞서의 솔로몬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페니키아 출신 여자의 믿음에 감동한 예수님은 그의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 냅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같은 이방인 여자라도 이방 우상을 섬겼던 솔로몬의 아내들과는 천지 차입니다. 또 솔로몬의 타락, 부패한 모습과는 너무 판이합니다. 한결같이 간절하고 겸손한, 자기를 완전히 비운 믿음이 여자입니다. 결국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이 이렇게 간절한 믿음의 어머니로 만들었으니 전화위복입니다. 

 

새삼 뭔가 부족하고 불편한 것이 오히려 수행자에겐 축복이 됨을 깨닫습니다. 불가의 보왕삼매론(1395년 중국 명나라 묘협스님)에 나오는 충고10가지를 나눕니다.

 

-1.“몸에 병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으로 삼으라.”

 2.“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3.“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없기를 바라지 마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장애속에서 해탈을 얻어라.”

 4.“수행하는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어지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5.“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되나니,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6.“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7.“남이 내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園林을 삼으라.”

 8.“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9.“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적은 이익으로서 부자가 되라.”

 10.“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 하지 마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나니,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이와같이 막히는 데서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하여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들 가운데서 보리도를 얻으셨느니라.”-

 

그러니 탓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그대로 한결같이, 간절히 겸손히 참 수행자로 살면 바로 거기 주님의 응답이 있고 행복이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한결같이 간절한 마음으로 겸손히 당신을 섬기며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공정하게 사는 이들, 언제나 정의를 실천하는 이들! 주님, 당신 백성 돌보시는 호의로 저를 기억하시고, 저를 찾아 오시어 구원을 베푸소서.”(시편106,3-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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