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실천이 답이다 -들음, 기억, 실천-2020.3.18. 사순 제3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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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18.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신명4,1.5-9 마태5,17-19

 

 

 

말씀의 실천이 답이다

-들음, 기억, 실천-

 

 

 

이른 새벽 수도원 숙소에서 나오는 순간 현관 옆 수선화를 본 순간 떠오른 글입니다.

 

-“알았다! 놀랍다!

일편단심一片丹心

하늘 사랑만으로

밤의 추위를, 어두움을, 두려움을, 외로움을

견뎌냈기에

저리도 청초한 사랑의 수선화임을!”-

 

예전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느냐 물었을 때, “practice!(연습, 실행)”, 강사의 답변이 생각납니다. 끊임없는 연습의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결국은 실천입니다. 어제 근대 일본의 유일한 생명사상가 ‘다나카 쇼조(1841-1913)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책 표지의 말마디도 신선했습니다.

 

-“나날이 의로움을 향해 나아간 사람; 참된 문명은 산을 황폐하게 하지 않고, 강을 더럽히지 않고 마을을 부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아니한다.”-

 

쇼조가 말년에 몸에서 떼지 않고 항상 지니고 다니던 책이 신약성서였다 합니다. 그는 “성서는 읽는 것이 아니다. 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나날이 그 실천에 힘썼다 합니다. 독서량이나 지식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지식도 실천에 도움이 안된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결국은 실천입니다. 산상수훈의 결론 부분의 주님의 말씀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참 가장 가까이 있는 실천인데 가장 안되는 것이 실천입니다. 실천이란 말마디 앞에선 늘 부끄러움을, 부족함을 느낍니다. 참으로 늘 깨어 실행에 힘쓸 때 비로소 수행자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이들이야말로 진정 ‘삶의 스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 신명기에서 모세가 강조하는 바도 실천입니다.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같습니다.

 

“보아라, 나는 주 나의 하느님께서 나에게 명령하신 대로 규정과 법규들을 너에게 가르쳐 주었다. 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그리하면 민족들이 너희의 지혜와 슬기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시는, 주 우리 하느님 같은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에 있느냐? 또한 내가 오늘 너희 앞에 내놓는 이 모든 율법처럼 올바른 규정과 법규들을 가진 위대한 민족이 또 어디 있느냐? 

너희는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 너희가 두 눈으로 본 것들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그것들이 평생 너희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라.”

 

매일 듣고 배우는 말씀이나 계명들을 늘 마음에 지니고 기억하며 오늘 지금 여기서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복음 말씀은 얼마나 강렬한지요. 참으로 예수님의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계명과 율법 사랑과 실천으로 드러남을 봅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단호한 말씀이지요! 율법이나 예언서, 모두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이어 주님은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이라 불릴 것이나, 반면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 나라에서 큰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죽어서 가는 하늘 나라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할 하늘 나라입니다. 오늘 여기 지금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으로 사는 길은 바로 사랑 가득 담아 일상의 평범한 작은 계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구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습니다. 작은 것이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작은 계명을 놓치지 않고 사랑으로 실천할 때 ‘소확행小確幸(일본어)’입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 참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엊그제 교황님의 강론에서 배운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교황님의 통찰에 감명받았습니다. 나아만이나 예수님 고향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good people’이었지만 너무 비상한, 특별한 것을 기대하였기에 실망하여 분노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일상의 단순한 것들을 통해서 일하시는데 이들은 비상하고 특별한 큰 것들을 기대했기에 실망도 분노도 컸다는 것입니다. 작으나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소홀히 여기지 말고 사랑하라는 것이며 거기서 하느님을 만나라는 것입니다. 다음 행복기도 역시 이런 진리를 깨닫게 해줍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임을 깨닫나이다.”-

 

오늘 지금 여기서 작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면 어디서도 하느님을 만나지 못합니다. 악마는 디테일 안에 숨어 있다 합니다. 장상은 디테일이 강해야 한다 합니다. 바로 일상의 평범한 작은 일을, 계명을 절대 소홀히 대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고 비상한 계명의 사랑 실천이 아니라 일상의 작고 평범한 계명의 사랑 실천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깨어 일상의 평범한 작은 계명들을 사랑 가득 담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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