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開眼의 여정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2020.3.22.사순 제4주일(Laetare;장미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r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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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22.사순 제4주일(Laetare;장미주일)

                                                                     1사무16,1ㄱㄹㅁㅂ.6-7.10-13ㄴ 에페5,8-14 요한9,1-41

 

 

 

개안開眼의 여정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세계가 전시 상황입니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 봄철이 되자 곳곳에 피어나는 청초한 꽃들이 우리 마음을 환히 밝힙니다. 마침 오늘은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보는 사순 제4주일, 일명 ‘기뻐하라, 래타레 주일’, ‘장미주일’이라 제의 색깔도 기쁨을 상징하는 연분홍의 장미꽃 색깔입니다. 입당송 이사야서 말씀도 이런 기쁨을 한껏 드러냅니다.

 

“즐거워하여라, 예루살렘아, 그를 사랑하는 이들아, 모두 모여 오너라. 슬퍼하는 이들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위로의 젖을 먹고 기뻐뛰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기일전, 기쁘고 즐겁게 살라고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주님이십니다. 방금 부른 화답송 가사와 곡은 늘 들어도 새롭고 위로와 힘을 줍니다. 아주 예전 어느 분의 묘비명 부탁에 지체없이 추천한 시편 구절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좋은 글은 늘 읽어도 새롭고, 좋은 분은 늘 봐도 새롭습니다. 바로 주님 말씀이 그렇고 주님이 그러합니다. 위 시편은 후반부 가사를 다음처럼 바꿔 불러 불러도 그대로 통하며 은혜롭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두려울 것 없노라.”

“주님은 나의 목자 불안할 것 없노라.”

“주님은 나의 목자 걱정할 것 없노라.”

 

끊임없이 되뇌이며 기도로 바쳐도 참 좋은 기도입니다. 이런 주님을 만날 때 기쁨과 평화, 위로와 치유, 정화와 성화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주님을 만나 배워가면서 눈이 열려 주님을 알고 참 나를 알아갈 때, 무지로 부터의 해방이요 참으로 자유로운 삶이요 빛의 자녀다운 삶입니다. 그러니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의 여정은 무지의 눈멈에서 눈이 열려가는 개안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여 오늘 강론 주제도 ‘개안의 여정-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로 정했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만날 때 ‘무지의 어둠’에서 ‘개안의 빛’으로의 전환임을 깨닫습니다. 개안의 여정은 그대로 개안의 기쁨입니다. 제 자작 기도시, 행복기도는 그대로 이런 개안의 기쁨을, 감격을 노래한 것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평화, 감사, 행복이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임을 깨닫나이다.”-

 

눈 만 열리면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들이요 기적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은 태생 소경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기적에 관한 일화입니다. 태생 소경이 상징하는 바, 바로 무지에 눈 먼 우리들입니다. 참으로 주님께서 함께 하시어 우리 눈을 열어 주실 때 올바른 분별임을 오늘 제1독서에서 사무엘이 다윗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사무엘이 외관에 눈이 멀어 외모가 출중한 엘리압을 선택하려는 순간 주님은 즉시 사무엘의 눈을 열어 주시며 제지하십니다.

 

“겉모습이나 키 큰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이미 그를 배척하였다. 나는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사무엘에게는 충격적 깨우침이었을 것이며 새로운 영적 시야를 획득했을 것이며 보는 눈도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마침내 다윗 앞에 섰을 때 주님은 사무엘의 눈을 활짝 열어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바로 이 아이다. 일어나 이 아이에게 기름을 부어라.”

 

이래서 중대한 일을 앞뒀을 때 공동체는 활짝 열린 눈으로 올바른 식별을 위해 성령 청원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눈먼 사람을 소재로 한 제자들과 주님의 대화중 제자들의 무지에 눈먼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누구의 죄로 인해 눈먼 사람으로 태어났느냐는 무지한 제자들의 물음에 주님은 이들의 무지를 깨우쳐 주십니다. 새삼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편견, 선입견 역시 무지에 눈먼 모습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무지의 치유’는 평생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저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우리의 까닭 모를 병고나 어려움에 대한 답도 되는, 역시 우리의 무지를 일깨워 주는 말씀입니다. 이어 무지로부터 벗어나 지혜롭게 아주 현실적이 될 것을 촉구하며 제자들에게 주시는 말씀은 그대로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우리는 낮 동안에 해야 한다. 이제 밤이 올 터인데 그때에는 아무도 일하지 못한다.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

 

죽음의 날이 닥치기 전 살아있는 동안,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세상의 빛이신 주님과 함께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충실히, 성실히 수행하라는 바로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살아있을 때 찬미와 감사와 일과 사랑이지 죽으면 모두가 끝입니다. 

 

주님을 만났을 때 비로소 눈 뜬 삶이요 주님을 만나지 못했을 때 예외없이 눈 뜬 소경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을 만나 실로암 못가에서 눈이 열린 태생 소경입니다. '파견된 이'란 뜻인 실로암 못이 상징하는 바 우리 예수님이십니다. 눈뜬 태생 소경은 바리사이들과의 계속된 논쟁적 대화를 통해 영적 시야도 깊어짐을 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을 보는 안목의 변화입니다. 

 

예수라는 그 사람에서, 예언자로, 마침내 하느님에게서 온 분임을 고백합니다. 정말 무지에 눈 먼, 눈 뜬 소경들인 완고한 바리사이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마침내 주님을 고백함으로 믿음의 눈이, 영의 눈이 활짝 열린 오늘 복음의 태생 소경입니다.

 

-“선생님, 그분이 누구이십니까? 

 제가 그분을 믿을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너는 이미 그를 보았다. 너와 말하는 사람이 바로 그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대답한 후 예수님께 경배하니 이제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완전히 주님의 빛 속에 살게 된 복음의 태생 소경입니다. 어제 저녁 성무일도중 마리아의 노래 후렴과 오늘 아침 성무일도중 즈카르야 후렴이 일치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못보는 사람을 보게 하려는 것이다.” 참으로 세상의 빛이신 주님을 만날 때 개안의 기쁨을 누리는 우리들임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났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큰 은총의 선물인지요. 한 번뿐이 없는 삶인데, 평생을 살아도 주님을 만나지 못해 눈먼 무지의 삶을 살다가 세상을 마친다면 얼마나 허망하고 억울하겠는지요. 아무리 육안의 시력은 좋아도 영안의 시력은 형편없이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아주 예전 개나리꽃 만발했던 봄철에 써놓은 시가 생각납니다.

 

-“겨울 지낸 개나리

햇빛 환한 봄날도 너무 어두워

샛노란 꽃 초롱들 가득 켜들고

대낮의 어둠 환히 밝히고 있다”-2001.4.11

 

대낮의 어둠을 환히 밝히고자 곳곳에 피어나기 시작한 청초한 파스카의 봄꽃들입니다. 대낮같이 환한 세상도 무지에 눈 멀면 내면은 깜깜한 어둠일 수 있습니다. 참으로 영안이 활짝 열린 빛의 자녀들은 존재 자체로 주위를 환히 밝힙니다. 바로 우리 믿는 우리들의 궁극의 소망이자 목표입니다. 다음 바오로 사도를 통한 주님의 말씀이 우리를 한껏 고무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밖으로 드러내십시오,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모두 빛으로 밝혀집니다. 밝혀진 것은 모두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사순 제4주일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주님의 간곡한 당부입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참으로 심오합니다. ‘개안開眼의 여정’에, 마음을 여는 ‘개심開心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은총의 빛이 마음의 어둠을 환히 비추어, 우리의 존재 자체는 그대로 무지의 어둠을, 주변의 어둠을 환히 밝히는 빛이 된다는 것입니다. 성인들의 주변이 환한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무지의 어둠을 몰아내시어 빛의 자녀답게 살게 하시고 개안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참으로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말씀을 주십니다.

 

“잠자는 사람들아, 깨어나라.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를 비추어 주시리라.”(에페5,1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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