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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30.사순 제5주간 월요일                                       다니13,1-9.15-17.19-30.33-62 요한8,1-11

 

 

 

주님의 눈빛

-부드럽고 따뜻한, 연민의 눈빛-

 

 

 

사순시기 요즘처럼 지내기는 평생 처음입니다. 모두가 그러할 것입니다. 평상시 주일 미사라면 오전 10시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사순시기 내내 수도형제들끼리 오전7시에 주일 미사하고 끝나는대로 아침식사를 합니다. 

 

어제는 참 고즈넉한 오전 시간에 오랜만에 작심하고 많은 지인들에게 축복하는 마음 가득 담아 아름답고 환한 파스카의 봄꽃들이 담긴 카톡사진을 보냈습니다. 어제뿐 아니라 필요하다 싶을 때는 때로 많은 시간을 내어 사랑의 축복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형제님, 수도원 파스카의 봄꽃들! 위로와 평화의 축복 인사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이 또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순시기 코로나 사태로 행여나 어둡고 무거울지도 모를 형제자매들의 마음을 환히 밝혀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사랑은 용기입니다. 사랑은 관심입니다. 사랑에서 지혜도 나옵니다.

 

이런 사랑의 모범이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은 언제 읽어도 새롭고 감동적입니다. 간음하다 사로 잡힌 여자에 대한 예수님의 처사에 만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처지가 진퇴양난입니다. 모두가 심판자로 나서고 있을뿐, 간음하다 사로 잡힌 여자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무자비한 사람들이요, 이런 사람들에 예수님은 내심 크게 좌절, 분노하셨을 것입니다.

 

“스승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예수님은 물론 당대의 현장에 모여있던 자들이나 오늘의 청자聽者인 우리 모두에 대한 물음입니다. 과연 여러분 같으면 뭐라 대답하겠는지요? 돌로 치라하면 무자비한 행위이고 그대로 용서해야 한다면 율법을 어기는 것이니 참 진퇴양난입니다. 바로 여기서 예수님의 침묵이 위력을 발휘합니다. ‘분노의 영에 직면했을 때 침묵(silence in the face of the spirit of fury)’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충고도 생각납니다. 이어지는 교황님의 지혜로운 조언입니다.

 

“침묵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사소한 분노의 행위에 적절한 응답이다. 우리 뒤에서 일어나는 온갖 뒷담화, 판단, 조롱, 비방 등 박해만큼 강하진 않지만 참 괴로운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분노를 야기하고 우리를 파괴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주님께 이 악한 영에 대항해 싸울 은총을 청하자. 대화가 필요할 때는 대화할 것이나, 분노의 영에 직면할 때는 침묵안에 머물 용기를 지니고 다른 이들이 말하게 놔두라.”

 

예수님은 침묵을 통하여 밖으로 향하던 죄인들의 시선을 각자의 내면으로 향하게 합니다. 예수님이 땅에 침묵중에 뭔가를 쓰시는 순간, 모여 있던 이들도 잠시 멈추어 침묵중에 자신을 비웠을 것입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천우신조天佑神助같은 지혜의 말씀입니다. 당대의 청중들은 물론 오늘의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대로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에 죄가 많은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갑니다. 모두가 죄인이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결국은 회개를 통하여 모두가 살았습니다. 모여들었던 죄인들도 살았고 죄녀도 살았고 예수님도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사랑에서 나온 천상적 지혜가 모두를 살렸습니다. 어찌보면 불쌍한 죄녀의 인권에 대해 추호의 배려도 없었던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의 무자비가 주님의 눈에는 더 큰 죄였을 것입니다. 주님은 과거를 보지 않습니다. 회개한 영혼의 과거는 불문에 붙이십니다. 흡사 성욕에 허기진 ‘좀비’와도 같은 내적 죄인들의 무리가 다 떠나고 주님과 여자만 남았을 때 주님은 묻습니다.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라.”-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눈빛도 천차만별입니다. 눈빛은 그대로 마음의 반영입니다. 죄녀와 대화할 때 주님의 눈빛은 참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연민 가득한 눈빛이었을 것입니다. 필시 이 눈빛이 죄녀를 회개에로 이끌었을 것입니다. 주님을 직접 만나 새롭게 태어났으니 전화위복입니다. 회개한 영혼들에게는 늘 새로운 기회를 주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도 단죄하지 않고 기회를 주시는데 누가 감히 사람을 죄인이라 단죄할 수 있을런지요! 

 

오늘 복음의 간음하다 잡힌 여자를 살리신 예수님과 제1독서 억울한 처지의 수산나를 살린 다니엘이 참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참으로 불쌍한 이를 도우시는 자비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음욕에 눈 먼 두 원로들의 모함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수산나의 간절한 기도입니다. 평상시 하느님을 경외하고 신뢰했던 모습이 그대로 잘 드러납니다. 

 

“아,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아시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전에 미리 다 아십니다.---저는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주님께서는 수산나의 목소리를 들으셨고 다니엘이라는 젊은 사람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시어 수산나를 살리십니다. 다니엘을 통한 하느님의 개입으로 두 원로의 악행은 탄로되어 처단되었고 온 회중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당신께 희망을 두는 이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순간, 하느님은 다니엘을 통해 수산나를 살리셨고, 예수님을 통해 간음하다 사로잡힌, 회개한 죄녀를 살리셨습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궁극의 신뢰와 희망을 두고 기도하는 경외의 사람들은, 또 회개한 순수한 영혼들은 하느님께서 어떤 방법으로든 친히 도와 주심을 깨닫습니다.

 

다니엘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시어 수산나를 살리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시어 우리 모두 성령에 따라 자비롭고 지혜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하여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두려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 저에게 위안이 되나이다.”(시편23,1-4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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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3.30 07:27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에게 주님말씀의 영으로
    저희를 세상 모든 악에서
    지켜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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