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운 시작 -부활하신 사랑의 주님과 함께-2020.4.17.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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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17.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사도4,1-12 요한21,1-14

 

 

 

늘 새로운 시작

-부활하신 사랑의 주님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살만한 세상입니다.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들과 더불어 계속되는 주님 부활 축제날들입니다. 어제 아침 식사후 수도원 하늘길을 걷던 중 척박한 땅 길가 샛노랗게 피어난 참 강인强忍한 민들레꽃들이 새삼스런 감동이었습니다.

 

-“자리 탓하지 말자

자리가 무슨 상관이랴

어디든 뿌리내리면 거기가 자리다

 

하늘만 볼 수 있으면 된다

하늘만 담을 수 있으면 된다

하늘 사랑 꽃 피어내면 된다

길가 흙먼지 날리는 척박한 땅

 

사람눈 거의 미치지 않는

아주 낮은 곳

아무도 가꾸고 돌보지 않아도

 

샛노랗게 피어난 별무리 민들레꽃들 

하늘을 본다

하늘을 담는다 

하늘 사랑 꽃 피어낸다

 

절망은 없다

다시 희망이다

 

자리 탓하지 말자

자리가 무슨 상관이랴

어디든 뿌리내리면 거기가 자리다.”-

 

어디든 뿌리내리면 바로 거기가 내 정주의 삶의 자리요 부활하신 사랑의 주님을 만나는 곳, 하늘나라입니다. 그러니 부활하신 주님을 찾아 밖으로 나갈 것은 없습니다. 어제 읽은 참 공감했던 일화가, 또 수도 도반道伴에게 받은 선물이 생각납니다.

 

-‘어느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불평하자 한 러시아인 성자聖者가 말했다. “나는 지금까지 72년동안 이 세상에서 살아오는 동안, 나를 제외한 어떤 나쁜 사람도 만난 적이 없다.”-

 

밖에서 보는 나와는 달리 내 자신도 참 많이 나쁜 사람임을 깨닫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그러하기에 저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는 내적 정화의 은총을 소망하는 마음에서 ‘사랑하는’이란 고백의 말마디를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사랑할 때 마음 깨끗해지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수도 도반에게 예수 성심의 사랑의 십자가를 선물 받고 알게 모르게 속으로 판단했던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내심 많이 회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력無氣力하게 주저않거나 무너지지 말고 즉시 일어나 끊임없이 주님과 함께, 주님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시 부활하신 사랑의 주님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의 적극적 자세가 그 모범입니다. 예수님 돌아가신후 다시 고기잡이 어부의 생업의 자리로 돌아 온 베드로는 동료들과 함께 다시 시작합니다.

 

예수님은 떠나셨지만 함께 하는 충만을 뜻하는 일곱 숫자 제자들의 공동체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이어지는 장면도 상징들로 가득합니다. 밤새껏 아무것도 잡지 못한 제자들, 주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는 삶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15,5ㄴ)는 말씀도 실감나게 체험했을 것입니다.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하였다.’

 

밤새 동안 제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셨을 주님의 사랑의 눈길은, 동터오는 태양을 배경으로 하고 계신 주님의 모습은 얼마나 정겹고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장면인지요! 부활하신 태양같은 주님과 더불어 허무의 어둠은 걷히고 밝아오는 아침처럼 생각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잠시 멈추어 가만히 뒤돌아 보세요. 바로 주님의 따뜻한 눈길을 만날 것입니다. 이어 전개되는 주님과의 다정한 대화입니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못잡았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제자들은 순종하여 그물을 던졌고,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애제자는 전광석화, “주님이십니다.” 직감적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봤고, 베드로는 겉옷을 두른채 주님을 향해 호수에 뛰어들었고, 남은 제자들은 고기가 든 그물을 끌어올립니다. 

 

베드로의 주도적 역할이 눈에 띕니다. 베드로는 배에서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고 큰 고기가 백쉰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지만 그물은 찢어지지 않았습니다. 새삼 고기잡이 그물이 상징하는 바 교회의 선교활동이요 주님께서 함께 하실 때 비로소 튼튼한 교회일치에 풍성한 결과임을 깨닫게 됩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흡사 파견에 앞서 아침 성체성사 미사 잔치에 초대하시는 주님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사랑의 성체성사를 통해 힘을 얻어야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해 주시니 참 담대하고 거칠 것 없는 베드로의 선교활동입니다. 오늘 사도행전 최고의회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증언하는 모습은 흡사 거대한 선교의 그물을 던진 모습입니다. 

 

“이 예수님께서는’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베드로는 물론 주님을 믿는 우리 모두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기쁨, 우리의 희망, 우리의 평화이신 부활하신 사랑의 주님과 함께 할 때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각자 제 삶의 자리에서 날마다 감사와 기쁨의 주님 부활 축제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복음 선포의 삶도 없습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이 날이 주께서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시편118,1.2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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