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행복 -거룩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과 죽음-2020.4.28.부활 제3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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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28.부활 제3주간 화요일                                                        사도7,51-8,1ㄱ 요한6,30-35

 

 

 

참 행복

-거룩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과 죽음-

 

 

 

참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까?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삶을 단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삶을 단순화하는데는 죽음에 대한 묵상이 제일입니다. 성 베네딕도는 성규에서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충고 말씀을 주십니다. 사실 요셉수도원에서 30여년 이상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을 위해 연미사를 봉헌했는지 모릅니다. 

 

어느 자매가 전해준 그 남편의 임종어도 생각납니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세마디에 모든 앙금이 깨끗이 사라졌고, 남편 사후 더욱 남편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기막힌 세 말마디인지 주님께 드리는 임종고백으로도 제일이겠습니다. 

 

임종어뿐 아니라, 유언, 묘비명, 좌우명을 염두에 두고 산다면 참 좋은 죽음 준비도 될 것이며 참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준비없이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얼마나 황망하겠는지요. 

 

얼마전 어느 국회의원 당선자 인터뷰중 응접실 배경의 한자 문장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뜻으로 아마 당선자의 좌우명임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한 삶이라면 참 행복한 삶에 참 행복한 죽음도 선물처럼 주어질 것입니다.

 

어제 잠시 유투브에서 본 낙선한 유명정치인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낙선인답지 않게 참으로 홀가분하고 활달하고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바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임했기에 추호도 후회가 없다는 것이며, 시대의 흐름을 받아 들일 수뿐이 없다는 것이 었습니다. 이분의 좌우명도 진인사대천명임이 분명합니다. 

 

하루하루 매사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산다면 후회도 없을 것이며 참 행복한 지혜로운 삶이 될 것입니다. 저도 얼마전 평상시 생각을 정리하여 ‘유언’이란 글을 남기며 삶을 추스렸습니다.

 

-“나/세상 떠나면/장례미사

입당성가는/“오, 아름다워라”/성가402장

강론은/“하루하루 살았습니다”/좌우명시로

퇴장성가는/“오, 감미로워라”/성 프란치스코 '태양의 찬가'로

그리고 묘비명은/좌우명시’“하루하루 살았습니다.”로 했으면 좋겠다.”-

 

이런 유언이 하루하루 아름다운 삶의 꼴을 형성해 줄 것입니다. 결코 함부로 생각없이 막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코이노니아 45집’에 기고했던 ‘복음적 공동체 생활의 증거-자전적 체험의 고백-“이란 글도 공동체에 바치는 사랑의 편지, 헌사獻辭처럼, 또 유언遺言처럼 생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쓴 고백의 글입니다.

 

새벽 강론 쓰는 중, 집무실 안 어제 좋은 분으로부터 선물 받은 은은한 아카시아 향이 참 좋습니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못 느꼈던 향이 분위기도 마음도 고요하니 기분좋게 호흡과 더불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존재 자체도 이렇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한다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성전에 들어왔어도 옷과 몸에 밴 은은하고 그윽한 아카시아 향입니다. 아,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평생 주님과 함께, 주님께 젖어 사는 수도자라면 이렇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며 살아야하지 않겠나 하는 묵상도 했습니다. 아주 예전에 써놨던 ‘난蘭같은 당신’ 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당신 존재의 향기/하나만으로 충분합니다

있음 자체만으로/향기롭고/평화로운/난蘭같은 당신입니다”-1998.3.31

 

꽃에는 꽃향이 있듯이, 솔에는 솔향이, 먹에는 묵향墨香, 글에는 문향文香, 사람에게는 인향人香이 있습니다. 사실 거룩하고 아름다운 죽음은 자신에게나 남은 이들에게나 축복의 선물이되고 길이 향기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어제 읽은 나태주 시인의 ‘어리신 어머니’란 시도 영원한 향기로 남아있는 어머니에 대한 묘사처럼 들렸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면 가슴속에/또 다른 어머니가 태어납니다

상가에 와서 어떤 시인이/위로해 주고 간 말이다

어머니, 어머니, 살아계실 때/잘 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부디 제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어리신 어머니로 자라주세요

저와 함께 웃고 얘기하고/먼나라 여행도 다니고 그래 주세요.”-

 

다음 ‘유월’이란 시도 어머니를 회고해서 쓴 슬프고 아름다운 시입니다.

-“어머니/보고 싶어요/하얀 웃음/찔레꽃”-

 

바로 오늘 사도행전의 스테파노 순교시 임종장면이나 임종어는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지요. 언젠가 갑자기 이런 죽음은 없습니다. 말그대로 준비된 죽음으로, 그대로 스테파노의 거룩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의 삶의 요약이자 결론입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그대로 평생 오매불망, 일편단심, 주 예수님을 사랑하며 무욕, 무사의 집착없는 사랑으로 진인사대천명의 삶을 살았던 스테파노를 향해 가슴 활짝 열고 환대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에 화답하는 스테파노의 향기로운 임종어는 그대로 예수님의 임종어를 닮았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그대로 평생 삶의 요약입니다. 하느님의 섭리가 오묘하니 바로 사울을, 장차 바오로 사도를 예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분명 스테파노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순교의 죽음과 더불어 임종어는 사울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스테파노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통해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은 그대로 결정적으로 성취되었음을 봅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 거룩한 성체성사 미사를 통해서도 은연중 체험하는 복된 말씀이지만, 스테파노같은 결정적 복된 죽음을 통해 주 예수님과 하나될 때 완전히 성취되는 참행복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참 행복한 삶에 참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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