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성소 완성의 여정-2020.5.3.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생명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03,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0.5.3.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생명주일)

사도2,14ㄱ.36-41 1베드2,20ㄴ-25 요한10,1-10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성소 완성의 여정-

 

 

 

오늘 부활 제4주일은 성소주일이자 생명주일입니다. 특히 교회의 성직자, 수도자, 선교사의 증진을 위해 기도하는 성소주일이지만 널리 보면 주님께 불림 받은 믿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날로 신자로서 내 고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또 오늘은 생명주일입니다. 참으로 각자 본연의 성소에 충실하고 항구할 때 생명 충만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언제 들어도 신바람나는 방금 들은 화답송 후렴입니다. 목자의 원조는 하느님이시며 아드님 예수님 또한 아버지를 그대로 닮은 착한 목자이십니다. 착한 목자 예수님을 닮아갈수록 성소의 완성입니다. 참으로 우리 역시 삶의 현장에서 점차 참 좋은 ‘목자’이자 ‘양’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문득 어제 써놓은 짧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수도원 주차장 앞, 붉게 타오르는 영산홍을 배경으로 한 성 요셉상을 묵상하며 쓴 시입니다.

 

-“얼굴은 평온해도/가슴은 타오르는 불이다

영산홍 배경의 성요셉상/늘 그렇다”-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요셉상에서도 착한 목자 하느님 모습을 감지합니다. 늘 가슴은 타오르는 사랑의 불로 사셨던 착한 목자 예수님이셨습니다. 아주 예전 언젠가 성요셉상 앞에서 단체피정자들이 성모성월 성모의 밤 행사하는 것을 보며 웃은 일도 생각납니다.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둥글고 후덕하며 고운 얼굴의 성 요셉상을 성모 마리아상으로 착각했던 것이며 그냥 모르는 체 했습니다. 부성과 모성을 그대로 지닌 어버이 하느님을 반영하는 성요셉상으로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저에 관해 이런 말을 듣고 정말 착한 목자 어버이 하느님을, 어버이 예수님을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고 받은 덕담입니다.

 

-“저도 훌륭하신 신부님께 지도받고 사랑받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요! 좋은 엄마 아빠 두몫까지도 신부님께 느껴요! 신부님 최고요!”-

“사랑하는 자매님도 익명의 성녀중 한분이지요! 수도원 예수님 위로와 평화의 축복인사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엄마, 아빠 두몫까지도 느낀다니 이보다 더 큰 찬사도 없습니다. 착한 목자 하느님은, 예수님은 정말 그런 분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이런 착한 목자 어버이 모습을 봅니다. 지난 3월27일 비내리는 텅빈 바티칸 광장을 걸어 제단에 올라 기도하시던 고령의 프란치스코 교황님모습은 얼마나 감동적이었던지요. 개신교 목사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지난 3월27일 저녁 비 내리는 성 베드로 광장에 외롭게 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재난시대 종교의 힘과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그분은 공포를 강요하지도, 누군가를 비난하지도, 주술을 행하지도 않았다. 오직 겸손한 목소리와 인자한 표정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가장 어두운 시간에 들려온 교황님의 말씀이 상한 가슴을 싸매어 준다. “우리 모두는 한배를 탄 연약하고 방향감각 잃은 사람들이며, 동시에 서로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노를 저어야 하고 서로 위로해야 합니다.”-(정경일;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바로 이런 착한 목자의 영성이 재난 속에서 종교가 살아남는 길, 사랑받는 길일 것입니다. 이번 성소주일에 교황님께서 사제들에게 보낸 글에서 네가지 가르침도 비단 사제들뿐 아니라 성소자들인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겠기에 소개합니다.

 

-“1.감사;겸손한 마음에서 시작 주님 은총, 자비 깨달아 열린 마음 가져라

2.용기;유혹과 절망 닥쳐도 나약함을 인정하고 기도 통해 물리쳐라

3.고통;신비로 받아들여 참회와 정화의 시간 갖고 신자들 고통에 관심 가져라

4.찬미;온유의 힘으로 완고한 시선에서 벗어나 성모님을 바라보라”-

 

착한 목자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온힘을 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십니다. 1936년생, 85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미사에 매일 강론이 놀랍습니다. 강론의 단순성과 평범성, 넓이와 깊이는 타인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착한 목자 예수님을 사랑하여 배워 알아 닮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믿는 이들 모두의 평생 소원이자 목표이기도 합니다. 착한 목자 예수님을 닮아가는 우리 삶의 여정은 그대로 성소 완성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착한 목자 예수님을 사랑하여 닮아갈수록 불러 주신 내 고유의 색깔, 모습, 크기, 향기를 지닌 아름다운 성소자로 살 수 있겠습니다. 답은 사랑입니다. 사랑뿐이 길이 없습니다. 착한 목자 주님은 우리 모두가 당신 사랑을 닮기를 바라십니다. 구체적으로 다음 셋입니다.

 

첫째, 회개悔改의 삶입니다.

사랑의 회개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는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은 이 예수님을 주님과 메시아로 삼으셨습니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 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타락한 세대로부터 자신을 구원하십시오.”

 

세례의 은총을 늘 새로이 하는 것이며 성체성사, 고백성사에 충실함으로 죄를 용서받고 성령을 선물로 받는 것입니다. 얼마전 선종하신 사제의 묘비석의 묘비명을 보는 순간 저절로 터져 나온, “아, 성소의 완성이구나, 모두 용서 받았고 모두 구원받았다!” 탄성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둘째, ‘열린 문門’의 삶입니다.

미움과 혐오, 증오와 배제의 닫힌 문이, 벽이 아니라 활짝 열린 사랑의 문으로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닮아 문으로 사는 것입니다. 날로 넓어지는 사랑의 문입니까 혹은 날로 좁아지는 문에 점점 커가는 ‘이기利己의 벽壁’입니까? 과연 내 사랑의 문은 어느 정도입니까? 

 

예수님은 벽이 없었던 존재 자체가 사면팔방 활짝 열린 사랑의 문이셨습니다. 흡사 요셉 수도원의 사방이 활짝 열린 쉼터 회심정回心亭, 정자같은 분이셨습니다. 세상 떠난 고故 정요한 수사가 창안한 회심정 이름입니다. 참으로 착한 양이 되어 착한 목자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충실히 항구히 따를 때 우리 역시 점차 넓어지는 사랑의 문이 될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착한 목자 예수님은 밖에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얼마전 수녀원 고백성사때 체험이 생각납니다. 제가 이미 일찍 수녀원에 도착한 것을 모르고 담당 수녀님은 밖에서 거의 한 시간 저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 함께 계신 주님을 놔두고 헛되이 밖에서 주님을 기다리며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순종의 삶입니다.

사랑의 자발적 순종입니다. 온유와 겸손, 섬김의 사랑이 함축된 순종입니다. 바로 착한 목자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죽기까지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이십니다. 평생 예수님을 따랐던 수제자 베드로가 전하는 이런 예수님을 본보기로 삼아 그분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입니다. 이사야가 전하는 주님의 종을 판박이로 닮은 예수님이십니다. 참 아름답고 거룩한 착한 목자 예수님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모욕을 당하시면서도 모욕으로 갚지 않으시고,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위협하시지 않으시고, 의롭게 심판하시는 분께 당신 자신을 맡기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죄를 당신의 몸에 친히 지시고 십자 나무에 달리시어, 죄에서는 죽은 우리가 의로움을 위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상처로 우리의 병은 나았습니다.”

 

우리가 미사중 특히 청해야 할 은총은 이런 주님을 닮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주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었지만, 이 거룩한 미사시간 이제 우리 모두 영혼의 목자이시며 보호자이신 그분께 돌아왔습니다. 착한 목자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각자 성소 완성의 여정에 충실함으로 아름답고 거룩한 본연의 ‘참나眞我’의 성소자가 되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Articles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