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기도, 순수와 열정, 평온과 겸손, 지혜의 사람들-2020.6.12.연중 제10주간 금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n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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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12.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열왕기상19,9ㄱ-16 마태5,27-32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기도, 순수와 열정, 평온과 겸손, 지혜의 사람들-

 

 

 

“수사님, 개들의 천국입니다.”

어제 수도형제에게 건넨 말입니다. 과연 요셉 수도원은 개들의 천국입니다. 개마다 이름도 다 있습니다. 수사님들의 사랑을 전폭적으로 받을 뿐 아니라, 개들을 돌보는 두 봉사자 자매들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수도원 경내를 자기 집처럼 마음껏 뛰어 다니며 놉니다. ‘환대의 영성(?)’도 뛰어나 자주 성전 문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수사들과 방문자들의 사랑을 전폭적으로 받는 이유는 누구나 잘 따르기 때문입니다. ‘개들의 천국’이란 말마디와 동시에 떠오른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바로 개들이 하느님의 집, 하느님의 천국에서 성인들과 천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수사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참으로 개들이 수사들을 그렇게 잘 따름으로 수사들의 사랑을 받듯이 믿는 이들 역시 주님을 참으로 사랑하여 잘 따를 때 주님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수도원의 개들입니다. 아침 산책중 수도형제와 주고 받은 말도 생각납니다.

 

“가로수 옆, 사과나무 밭 사이 메꽃들이 참 환상적이네요!”

“예, 얼마나 잘 번지는 지요.”

 

참으로 줄기차게 번지며 온밭을 청초한 메꽃들로 가득 채운 모습이 정말 장관이요 환상적이라 즉시 떠오른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하늘의 별같다/땅이 하늘이 되었다

땅에 떠오른/무수한 별무리 청초한 메꽃들

환상적이다/공동체의 아름다움이다

주변이 환하다/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다”-

 

땅에서도 하늘의 별들처럼 하느님의 집 수도원에서 하느님의 사람, 하느님의 전사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형제들입니다. 어떻게 하면 수도형제들을 잘 따르는 개들처럼 참으로 주님을 잘 따르며 주님의 사람으로, 주님의 전사로 살 수 있겠는지요. 바로 오늘 말씀이 답을 줍니다. 기도와 마음의 순수입니다. 하느님 사람들이 지녀야 할 기본적 자질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저절로 끊임없는 기도에 마음의 순수요 마음의 순수에서 샘솟는 열정과 지혜입니다. 마음의 순수를 위해 죄를 짓지 않음이 소극적이라면 사랑의 실천은 적극적입니다. 죄책감에 아파할 것이 아니라 죄를 지을수록 주님을 사랑할 때 죄의 상처는 치유되고 더욱 정화되어 순수해지는 마음입니다. 마침 남북관계의 최고 전문가의 지혜로운 언급이 수도생활은 물론 믿는 이들에게도 좋은 삶의 지침이 되겠기에 인용합니다.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 하며 지그재그식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성급하게 하면 앞으로 나가기 어려우니 인내심, 일관성, 신축성을 갖고 기회를 만들려 노력해야 한다.”

 

믿는 이들의 공동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지혜로운 조언, ‘인내심, 일관성, 신축성’의 세원칙대로 살면 언젠가 기회는 옵니다. 한결같이 이런 세원칙으로 살아갈 수 있음은 바로 끊임없는 기도와 마음의 순수라는 자질을 지닐 때 가능합니다. 

 

기도의 모범은 제1독서의 하느님의 사람, 엘리야 예언자입니다. 참 파란만장한 온갖 고초를 겪는 하느님의 전사 엘리야는 이제벨을 피해 도주하다 마침내 하느님의 산 호렙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나와서 산 위, 주님 앞에 서라.”

바로 그때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에 이어 지진이,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지만 이 세 경우 모두에 주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엘리야는 겉옷 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동굴 어귀에 나와 주님 앞에 섭니다.

“엘리아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인지요. 참 중요한 상징성을 띠는 장면입니다. 우리 내면의 마음이 바람처럼 시끄럽고 지진처럼 흔들려 불안하거나 불처럼 뜨거우면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내면이 마음의 순수로 평온해 질 때 주님을 만나고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순수란 용어도 좋지만 마음의 평온平穩이라, 말마디로 참 좋습니다. 마침 어제 일간지에서 읽은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의 인터뷰 기사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핀란드인에게 행복보다 훨씬 중요한 개념이 ‘평온calm’이다. 급한 마음 없는 편안하고 예상 가능한 삶이 핀란드인에게 중요하다. ‘매우 차분한 사람’이란 말은 핀란드인에게는 최고의 칭찬이다. 차분한 지도자는 신뢰할 만한 좋은 지도자라는 의미다. 핀란드인에겐 행복보다 평온,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

 

핀란드 면적은 한국의 3.37배, 인구는 한국의 11% 약552만 6천명입니다. 전 국토의 75%가 숲이고 이들은 숲을 단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숲을 사랑한다 하며 호수는 무렬 18만 8천개, 그리고 사우나는 320만개가 넘는다 합니다.

 

듣고 보니 행복과 순수보다 평온이라 말이 더 호감이 갑니다. 참으로 어떤 환경중에도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엘리야처럼 주님을 뵈올 수도 있고 말씀도 들을 수 있겠습니다. 요즘 '존재의 향기'와도 같은 밤꽃 사랑의 향기가 참 은은하고 깊습니다만 마음의 평온치 않으면 향기도 맡지 못할 것입니다. 마음이 평온치 못하고 시끄러워 못보고 못듣는 것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근원적 처방을 제시합니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간음한 것이다’, 아예 간음의 뿌리가 되는 음욕이, 살인의 뿌리가 되는 분노가 우리 마음에 자리잡지 못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음욕과 분노의 마음을 정화하여 순수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참으로 마음이 순수하고 평온하다면 이혼이나 불륜같은 죄는 생겨 나지도 않을 것입니다. 바로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를 통한 은총의 열매가 바로 마음의 순수요 평온입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충격요법적 표현인 죄를 짓게한 오른 눈을 빼어 던지라는 말씀, 죄를 짓게 한 오른 손을 잘라 던져 버리라는 말씀은 문자 그대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죄의 엄중함을 깨달아 절대 죄짓지 말라는 것입니다. 죄를 짓는 다면 지체없이 회개에 고백성사를 보라는 말씀입니다.

 

요즘 깨달음은 죄도 젊고 힘있을 때 지을 일이지, 나이들면 노욕老慾에 노추老醜를 경계해야 하고, 불편한 心身에 죄의 후유증도 크고, 살기도 벅차고 바쁘고 힘들기에, 죄는 절대로 짓지 말아야 겠다는 것입니다.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데 죄지을 시간이 어디 있겠는지요. 약을 복용하게 되니 약먹으며 절대 죄는 짓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약봉지 싸들고 여행이나 휴가가고 싶은 생각은 저절로 접게 됩니다.

 

참으로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의 열매가 마음의 순수와 평온, 겸손과 지혜입니다. 마음의 순수와 평온, 겸손에서 샘솟는 열정과 지혜입니다. 이 모두는 하느님의 사람들인 우리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모든 이들의 기본적 자질입니다. 바로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전례 은총이 우리 모두 당신의 순수와 열정, 평온과 겸손, 지혜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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